[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집 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한 형사처벌 () 

구속사유에서 집이 없다는 것의 의미

 

<김준희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필자 주: 한국도시연구소와 경향신문은 집 없고 가난한 사람의 범죄와 그 처벌을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보고서는 거리, 노숙인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며 형사처벌을 받은 당사자 15명 및 재판 전 구속을 결정하는 영장전담 전·현직 판사 10명과 진행한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다음은 해당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고 요약하여 2편으로 구성한 원고 중 1편이다.



▲  <떠도는 사람들의 빈곤과 범죄 보고서>(한국도시연구소·경향신문, 2020)의 표지그림 가운데 하나


공동체 밖에서 떠도는 사람들의 삶

가난한 사람들은 주유소·식당·신문보급소·공장과 같은 일터의 일부 공간에서 먹고 자기도 하며, 적은 비용으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PC·만화방·찜질방과 같은 비숙박용 다중이용업소를 잠자리로 이용하거나 여관·여인숙·고시원·쪽방과 같은 집이 아닌 집에서 살아간다. 친척이나 지인의 집에서 더부살이하거나, 거리 또는 시설에서 살기도 한다. 사고, 질병, 장애, 사업실패, 가정해체로 인한 개인 위기, IMF 경제 위기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떠도는 삶이 시작된다. 심층면접 인터뷰를 한 15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당장 먹을 음식이 없고, 잘 곳이 없는 위기의 순간, 가족과 이웃에게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내는 동안 국가라는 큰 공동체 역시 존재하지 않았거나 존재감이 미미했다.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복지제도는 손에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었지만 범죄의 유혹은 가까웠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가혹한 처벌

국가 권력에 의한 인신 구속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거처가 없거나 열악한 거처에 거주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인신 구속을 막는 안전장치는 미비하다. 헌법은 모든 사람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형사소송법에 의해 범죄 혐의가 있는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체의 자유는 제한된다. 1954년 만들어진 형사소송법70(구속의 사유)에는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구속할 수 있는 사유가 3가지 적혀있다. 첫째,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둘째,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거나, 셋째,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이다. 본인의 판단에 따라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가는 행위와 달리 일정한 주거가 없는 상황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주어진 조건이다. 그렇지만 주거가 일정하지 않으면 수사와 재판 출석이나 재판 결과를 집행하는데 어렵다는 점에서 주거부정은 구속 사유로 인정된다. 얼마 전 대구에서 거리 노숙을 하는 홈리스가 배가 고파 배달음식 4만원어치를 훔쳐 주거부정으로 구속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만약 그에게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집이 있었다면 몇 만원의 절도로 바로 구속되지 않고 조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처벌할 때는 넓게, 지원할 때는 좁게 적용되는 홈리스개념

·현직 판사와 진행한 심층인터뷰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영장재판에서 주거부정은 거리노숙뿐 아니라 쪽방, 고시원, 여관·여인숙, 일터의 일부 공간, 친척 집, 없거나 적은 보증금, 짧은 거주기간, 단절된 사회적 관계를 포괄한다는 것이다. 한편,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홈리스를 지원하는 복지 지원 대상은 거리, 노숙인시설, 쪽방상담소가 설치된 일부 쪽방촌으로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다. , 구속하고 처벌할 때는 광범위하게, 지원할 때는 협소하게 홈리스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재판 전 구속을 판단할 때만 가혹하지는 않다. 엄벌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책 없이 출소한 가난한 사람들은 같은 잘못을 반복할 위기에 놓인다. 소액의 절도로 처벌을 받고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반복해서 물건을 훔치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상습 절도로 처벌받게 되어, 라면 몇 개, 빵 몇 개를 훔쳤다는 이유로 2년 혹은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노상방뇨 등의 경범죄에서도 주거부정인 사람은 경범죄처벌법의 특례조항에서 제외되어 전과가 남지 않는 범칙금을 내지 못하고, 즉결심판 절차에 따라 벌금을 받게 된다.


이처럼 현행 형사절차는 집 없는 사람에게 가혹하여, 가난한 이들은 가난 그 자체를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따라서 집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주거부정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되지 않고, 범죄에 비해 과한 처벌을 받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모든 순간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보고서가 제안하는 구체적인 법 개정 및 제도 개선의 방안은 다음호에서 다루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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