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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5:09:28)



서울지역 5대 쪽방의 실태 : 서울역 편


<이원호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편집자 주] <쪽방신문>은 서울지역 5대 쪽방촌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쪽방촌의 실태와 관련한 자료는 서울시의 ‘2019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와 2019년 한국일보의 연속 기획기사 ‘지옥고아래 쪽방’을 참조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서울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4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일 40만 명이 오가는 서울역을 나와 정면을 바라보면 메가시티 서울에 입성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높은 빌딩들이 남산을 가리고 솟아있다. 수십만의 활기찬 발걸음이 끊임없이 오가는 서울역의 맞은편 높은 빌딩들의 뒤에는 오가는 그들도 존재 자체를 모르는 서울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 도심의 섬처럼 위치해있다.


전국을 연결하는 기차와 서울‧수도권을 잇는 지하철, 인근 남대문 시장 등 재래시장이 위치한 서울역 인근의 입지는 기대와 절망 등의 각기 다른 이유로 상경한 이들의 임시 숙소와 이들에 기반한 새벽 인력시장이 형성되며, 자연스레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으로 형성되었다. 최대 규모의 서울역 쪽방촌은 용산구에 속하는 동자동, 갈월동, 후암동에 걸쳐 분포해 있고, 주로 동자동에 대규모로 밀집되어 동자동 쪽방촌으로 불린다. 1970년대 지어진 새마을아파트와 여관, 여인숙, 오래된 공장 건물 등이 개조되어 쪽방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1층들은 주로 식당, 슈퍼 등 상가로 운영되고 있고 지하나 2,3층부터 다닥다닥 붙은 쪽방으로 형성되어 있다.

▲  지난 3월 23일, 동자동과 남대문로5가동 쪽방 주민들이 동자동 쪽방 내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정착 대책을 요구하였다. <사진 출처=홈리스 주거팀>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촌에는 70개의 건물에 1,328개의 방, 1,158명이 거주하고 있다. 건물 당 평균 방의 개수는 19개이고, 평균 거주인원이 16.5명으로 건물 당 2~3개의 공실만이 존재한다. 건물에 취사장이 갖춰진 주택은 70개 건물 중 22개 건물에 불과하고, 취사장이 있는 건물에도 건물 당 수도꼭지는 2.2개에 불과해, 직접취사 시 대부분은 좁은 방 안에서(76.7%) 휴대용 가스 버너로 취사하고 있다. 세면장이 없는 건물도 13개에 달했고, 샤워실이 있는 주택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33개 건물, 47%). 건물 당 평균 16~17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건물 당 화장실의 변기는 2.6개에 불과하며, 1/3은 화변기나 재래식 화장실이다. 이처럼 열악한 주거환경이지만 서울역 쪽방촌의 평균 방세는 22만원이고,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25만원의 월세 쪽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쪽방은 도심에서 가난한 1인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주거인 동시에, 면적과 주거환경 대비 가장 비싼 주거의 형태라는 것이, 서울역 쪽방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역 쪽방촌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여느 쪽방촌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의 평균 소득은 월 73만 원 정도이고, 74%의 주민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보조로 생활하고 있으며 21.4%만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고 있는 이들도 대부분이(70.1%) 자활근로나 공공근로, 노숙인 일자리였고, 일용노동도 23.1%였다. 일을 해도 대부분 불안정한 일자리다 보니, 월평균 16일 정도만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하지 않은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71%)가 단연 높았는데, 등록된 장애인의 비율도 57.1%로 높았으며, 84.2%의 주민들이 고혈압, 당뇨, 관절염, 우울증, 심장질환 등의 순으로 질병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만성질병이 있지만 32.5%의 주민들이 최근 1년 동안 병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들의 77%가 ‘경제적 이유’로 병원을 가지 못했다고 했다. 26.6%의 주민들은 최근 1년 내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생각해 봤으며, 최근 1년 내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10.5%에 달했다.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도 개발과 상업화로 인한 불안이 높은 곳이다. 동자동 쪽방촌 일대가 포함된 지역이 후암동 특별계획구역으로 최근까지 지정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일몰 도래까지 민간 개발의 진척이 없어, 최근 특별계획구역에서 기존의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환원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까지 새로운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에 있다. 작년에 보도된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은 단군이래 최대의 개발사업이라 불리던 2006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추진되던 시기 쪽방을 사들이려는 큰손 투자자들의 행렬이 이어져, 다른 쪽방지역보다도 건물주의 손바뀜이 많았다고 한다. 월급쟁이들에게 ‘1년에 한 채씩 프로젝트’를 강의한다는 이의 기수별 강의 수강생들은 *‘임장’이라는 이름으로 강의 과제에 따라 동자동 쪽방촌을 다녀온 후기를 재테크 카페에 올리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또한 서울역 입지로 인해 기존 쪽방들이 게스트하우스 등 상업시설로 탈바꿈하며, 쪽방주민들의 내몰림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가난한 이들의 최후의 주거지가 누군가에게는 투기처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수많은 시민들은 어느 편에 서있을까. 빌딩숲 뒤 사람이 살고 있다.


*임장 : ‘어떤 일이나 문제가 일어난 현장에 나옴’이라는 뜻으로, 부동산과 관련해서 ‘부동산 투자 고려중에 있는 토지나 건물 등의 현장을 조사’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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