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제도, 홈리스의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행동 등 4개의 반(反)빈곤 운동 단체는 5월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홈리스에 대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실태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5월 1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온라인 접수가 시작되는데, 이대로라면 홈리스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본인을 증명하는 수단부터 신청 관할과 사용처, 설령 받는다고 해도 쓸모가 있을지 등 여러 대목에서 홈리스가 어려움에 부딪힐 게 예상되었다. 따라서 진행방식이 유사했던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제도가 홈리스에게 얼마나 유용했는지, 재난지원금 수령과 관련한 홈리스들의 현실(신분증이나 신용카드 보유와 같은)은 어떠한지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개선 요구를 정리하기로 하였다. 설문조사 세부 결과는 '[그래프로 보는] 홈리스 대상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실태'에서 전하기로 하고, 본 글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드러난 몇 가지 중요한 사실과 정책 개선 요구를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비가 오는 날씨에 어떠한 대가도 없이 설문에 응해 주신 홈리스 당사자분들, 주말을 반납한 채 조사원으로 함께 한 활동가들께 감사드린다.

▲  긴급재난지원금 홍보물. ‘전 국민’에게 지급된다고 쓰여 있다. <그림 출처=행정안전부>


설문조사 개요

본 설문조사는 서울역, 영등포역, 용산역 등 주요 거리노숙지역에 머무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거리홈리스 상담 및 지원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에 의해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103명을 조사하였고, 102명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였다. 응답자의 대부분인 96명이 거리노숙 상태였고, 그 외는 쪽방(3명), 고시원(2명), 임대주택(1명)에 거주하고 있었다. 본 설문의 목적은 전 국민 대상 지급방식인 신청에 따른 지급절차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비신청 일괄 현금지급 대상이었던 ‘취약계층: 생계급여 수급자, 기초연금 수급자,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본 조사에서 제외하였다. 응답자의 평균연령은 53세로, 50대, 60대, 40대 순으로 분포하였는데 이는 근래의 거리홈리스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하다.


요구 하나, 노숙인시설을 거점으로 한 “찾아가는 신청”

조사 결과, 주민등록부 상 주소지가 서울 외 지역인 이들이 약 40%에 달했다. 지역 분포도 저 멀리 제주, 부산 등 다양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과 같이 신청과 지급 창구를 주민등록지로 일원화할 경우 이들 대다수는 사각지대에 처할 염려가 크다.


그뿐만 아니라 신분증 미보유, 거주불명등록(구 주민등록 말소) 등의 신청 장벽을 경험하고 있었다. 온라인 신청은 공인인증서 같은 접근 매체가 필요해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실거주지 중심, 찾아가는 신청을 통해 신청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종합지원센터·일시보호시설 같은 노숙인시설을 거점으로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 신청을 받도록 해 접근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고령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신청"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대상을 홈리스에게까지 확장하면 될 일이다.


요구 둘, 홈리스를 별도 가구로 인정할 것

홈리스를 별도 가구로 인정해 지원 대상에서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주민등록 세대를 기준으로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개념을 적용한 가구의 세대주가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가족과 단절됐지만 건강보험 상 피부양자로 등록된 홈리스, 시설 이용 경험이 없는 가정폭력피해자와 18세 미만의 청소년 홈리스 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개인 단위로 지급하는 것이 사각지대를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으나 돌이키기 너무 늦었다. 다만, 홈리스들은 빈곤화 과정에서 가족과 이산하는 일이 잦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정이 주민등록부 상 기록과 일치하라는 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다. 원 가족과 떨어져 홈리스상태를 살고 있는 이들을 1인 가구로 인정하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위에 요구한 “찾아가는 신청” 창구에서 이의신청을 받도록 해, 주민등록부와 실제가 다른 경우 별도 가구로 인정하면 될 일이다.


요구 셋, 카드ㆍ상품권 말고 현금 지급

“저희도 공무원이 와서 현금으로 지급해 준다면 교통비, 통신비로 쓸 것 같아 좋겠습니다. 서울시에서 받은 선불카드로 먹고, 술, 담배로 다 쓰게 됐습니다. 시설 생활하면서는 다른데 쓸 수가 없었습니다.”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을 이용하는 한 응답자의 얘기다. 노숙을 하고 있지만 서울을 주소로 주민등록이 유지되고 있어, 서울시 재난지원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었던 이다. 하지만, 주거가 없는 상태에서 받은 선불카드는 의도치 않은 과소비만 불렀다. 정작 필요한 지출은 현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설문 결과 응답자들의 절반(50%)은 돈이 생기면 ‘주거비’로 쓰고 싶다 했다. 하지만, 홈리스들의 주요 거처인 쪽방이나 고시원은 대다수 현금 내지 입금으로 거래된다. 선불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은 있어 봐야 주거비 용도로는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이미 5월 4일,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에게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제약이 없도록 범용성 높은 수단을 제공한 것인데,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홈리스에 대한 지급수단 역시 동일하게 해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현실

홈리스행동 등 네 단체는 5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와 같은 요구를 밝혔다. 그리고 11일과 12일 각각 청와대와 행정안전부에 요구서를 접수하였다. 그러나 아직 아무런 반향이 없다. 긴급재난지원금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재정협력과)는 지난 5월 6일, 본 단체와의 통화에서 “거주불명등록자 관할을 가족관계등록지로 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되지 않았다”라면서, “정해지면 연락하겠다”라고 했으나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가난하기에 못 갖춘 것들이 이유가 되어 긴급재난지원금조차 못 받게 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충분히 한탄스러운 현실이지만,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조금 더 키워보자.



[현장스케치]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 촉구 긴급 기자회견


<응팡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 출처= 홈리스뉴스 편집부>

지난 5월 11일,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긴급재난지원금에서 홈리스가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홈리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의 적절한 보장을 촉구한다!”라고 적힌 현수막 뒤편으로 쪽방 주민, 고시원 주민, 홈리스야학 학생, 청소년자립팸 멤버 등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서울역 연세빌딩 지하도에서 지내며,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견을 보탰던 한 거리홈리스도 계단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양일에 걸쳐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거주지 중심의 찾아가는 신청을 통해 신청 장벽을 해소할 것, ▲홈리스를 별도 가구로 인정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할 것,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상품권이 아니라 현금 지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김호태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 대상이라는데 쪽방에 사는 사람과 홈리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라며 “통장이 압류되거나 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받을 방법이 없다. 돈이 없어 굶고 있는 최하위 사람들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 나라에 머무는 이우삼씨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을 견딜 수 없어 집 탈출을 감행했다. 아동학대를 당한 탈가정 청소년의 경우 신고하면 보복당할까 봐 신고도 못 하고 집을 나온다.”라며 “코로나19의 위험에 더 가까운 탈가정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에게 재난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청와대에 <홈리스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보장 방안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청와대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 긴급재난지원금 대상가구 중 95%가 수령을 마쳤다(5월 25일 기준). 그러나 여전히 서울역에선 주민등록지(거주불명등록지)가 서울이 아니라서, 연락이 끊긴 가족과 건강보험이 묶여있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정부는 ‘전 국민’을 향한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홈리스가 배제되지 않도록, 서둘러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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