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홈리스의 삶을 대변하는 정치를 만드는 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며



<응팡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총선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출처=빈곤사회연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개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163석(지역구 총 253석)을 획득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당선자 수까지 합치면 180석으로 국회 전체 300석 중 3/5을 차지한다. ‘슈퍼 여당’이 탄생했다며 선거 결과를 분석하거나 선거 이후 달라질 정국을 예측하는 말과 글이 도처에 넘쳐난다.


선거 때 홈리스 문제가 비치지 않은 건 아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외부 유세가 줄어든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들은 어김없이, 그리고 야당과 여당 가릴 것 없이 쪽방촌을 찾았다. 쪽방촌을 찾아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후보자의 사진을 남기고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걱정’하며 "소외된 이웃과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잇고, 이들의 삶을 한 번 더 생각하며 고민"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홈리스를 배경 삼아 가난한 이의 곁에 서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 정작 쪽방촌 주민을 포함한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공약은 없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권리 중심의 홈리스 정책을 마련하라.’라고 외쳤다. “노숙인 등”의 인권을 보장하고, 적절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회가 「노숙인복지법」을 개정하라고 말이다. 지난 4월 3일 발표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총선요구안’에 ▲“노숙인 등”의 범위를 거리·쪽방·고시원·여관·여인숙·찜질방·만화방·PC방·컨테이너·비닐하우스 등 취약한 주거에 머무는 ‘홈리스’로 대체해 실태조사와 복지지원 등의 정책 대상을 명료화할 것, ▲홈리스 복지지원의 책임을 중앙정부로 명확히 할 것, ▲임의규정인 복지서비스 지원을 강행규정으로 의무화하고 성인지적 관점의 홈리스 정책을 도입할 것, ▲차별금지, 이의신청, 심사청구 등 홈리스 인권보장을 위한 조항 등을 마련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 3월, 동자동 쪽방 주민과 양동 재개발지역 쪽방 주민 또한 총선 후보자의 배경이 되기를 거부하고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 요구 서명(양동 재개발지역 쪽방 주민 168명, 동자동 쪽방 주민 288명 참여)’ 각 구청장과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전했다. ▲쪽방 일대를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지구로 지정, ▲쪽방 지역 내 영구임대주택 건설 및 공사 기간 중 가이주 단지 건립, ▲개발 이후 주민 자치 공간 공급, ▲쪽방의 순기능 유지를 위한 임시주거 공급 등을 시행하라고 말이다.


청원 서명을 접수한 중구성동구을 더불어민주당의 박성준 후보 측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답변할 수 없다’라고 했고, 미래통합당 지상욱 후보 측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동자동 쪽방촌이 뿌리내린 용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강태웅 후보, 미래통합당 권영세 후보 측 역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정치는 우리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니 각종 매체가 예측하는 21대 국회의 모습 속에 홈리스의 삶은 없다.

4월 10일, 홈리스야학 학생과 교사 몇몇은 사전투표를 위해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당일 투표했던 야학 학생 중 한 명은 “20대 때 노숙하다 혜화동에서 알게 된 노숙 친구가 있었는데 백혈병 말기였다. 돈이 없어서 치료도 못 받아서 일찍 세상을 떠났는데,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투표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만 두고 본다면 그의 바람은 실현이 요원하다. 분노와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매번 절망에 빠져 선거 결과를, 국회를 무력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의석을 차지한 이들이 나의 삶을 대변하는지, 위의 요구안대로 홈리스의 권리를 보장하는지 감시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응답 없는 정치를 두드리는 것 말고, 투표지 안에 놓인 선택지 말고 우리가 새로운 선택지를 만드는 건 어떨까. 2010년, 정부는 주민등록을 바탕으로 행사되는 사회복지제도나 참정권을 보장하겠다며 ‘거주불명등록제’를 시행, 주민등록 말소자를 '거주불명등록자'로 전환하였다. 이 제도대로라면 고정 주소지가 없는 사람들도 거주불명등록 주소지(직전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서 선거인 명부를 확인한 뒤 투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거주불명등록(구 주민등록 말소) 상태인 이들의 참정권을 진정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단순히 주민등록을 정리해 명부를 확정하는 게 아니라, 거주불명등록자에 대한 주거권, 생존권을 보장해 현실적으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 세상의 ‘상식’이, 제도가 홈리스에게 제시하는 ‘선택지’가 이미 부당하고 불평등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식과 선택지에 끊임없이 대항하고 목소리 내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때 홈리스의 삶도 대변하는 정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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