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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297
2019.09.23 (20:53:58)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쫓겨나는 동자동 시계토끼집 주민들
서울시 ‘저렴한 쪽방 임대 지원 사업’의 근본적 한계


<김인손/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쪽방 주민들이 언성을 높였다.

“서울시에다가 요구해야죠.”
“박원순이 오든 누가 오든 오라고 해.”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면 어떡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인지 한 사람 한 사람 확인을 해야지. 그냥 ‘이달 말까지 나가시오’, ‘다음 달까지 나가시오’,
이런 말만 하면 어떡해?”


▲  새꿈하우스 1호의 모습. 건물 외벽에 시계를 든 토끼 그림(오른쪽 사진)이 그려져 있어 일명 ‘시계토끼집’이라고도 한다. <사진 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새꿈하우스 1호 주민들의 이야기다. 시계를 든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어 일명 ‘시계토끼집’이라고도 불리는 새꿈하우스 1호는, 서울시의 ‘저렴한 쪽방 임대 지원 사업(이하 저렴쪽방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 7월 개소하여 2019년 6월까지 운영되었으나 지난 6월 2일 자로 서울시와 건물주 간의 임대 계약이 만료되었다. 2016년 6월 한차례의 재계약이 성사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건물주가 서울시와의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아 주민들은 모두 쪽방에서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새꿈하우스 1호에 거주하던 총 11가구 중, 현재 6가구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임대주택 이주를 신청했고 3가구는 퇴거통보 이후 이미 다른 쪽방으로 이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속가능한 주거공동체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업 취지가 무색하게도, 주민들은 건물주의 의사에 따라 언제라도 퇴거당할 수 있는 상시적 위험에 놓여있다.


서울시 저렴쪽방의 근본적인 문제점

서울시 저렴쪽방사업은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 및 지속가능한 주거공동체 마련”(2013년 사업개요)을 목적으로 2013년부터 서울시가 기존 쪽방 건물을 임차하여 시세의 약 70% 가격으로 세입자에게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17년을 기준으로 총 8개 건물에 178호를 확보해 저렴쪽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저렴쪽방사업의 문제점은 2013년 이후로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예컨대, ▲저렴쪽방 사업이 주민들의 소득보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저렴쪽방의 주거환경이 일반 쪽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건물 수리 및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서울시와 쪽방상담소가 저렴쪽방에 입주할 주민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알콜중독이나 정신질환을 가진 주민 등 관리에 용이하지 않은 주민들을 탈락시켰다는 점 등 저렴쪽방사업의 실질적 효과와 세부 사항들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서울시 저렴쪽방사업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시가 민간 소유의 건물을 일정 기간 임대한다는 사업 구조 자체에 있다. 저렴쪽방은 공공재가 아니라 시장의 논리를 따르는 사유재이기 때문에, 소유 주체인 건물주의 의사에 따라 저렴한 월세를 제공하거나 노후한 건물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장기간 저렴쪽방으로 임대하는 일에 실질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서울시(쪽방상담소)와 건물주 2자 간의 계약에 의해 저렴쪽방사업의 행방이 결정되기 때문에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사업의 진행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거나 건물의 유지·보수 등 사업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내는 일 역시 어렵다.


결국, 저렴쪽방 사업이 현재와 같이 민간의 소유권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한, 새꿈하우스 1호 주민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다른 저렴쪽방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른 저렴쪽방들도 대부분 2개월~14개월 이내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특히 동자동 9-20 퇴거사태 이후 서울시가 임대하여 2015년 11월 개소한 새꿈하우스 4호(일명 ‘해뜨는집’)의 경우, 이미 서울시와 건물주 간의 재계약이 불발되어 현재 새꿈하우스 4호의 거주민들은 자체적으로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계약이 만료되는 2020년 1월 말까지 어떻게 해서든 거주할 곳을 마련해야 하는 생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쪽방상담소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저렴쪽방의 운영주체인 쪽방상담소는 주민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보아야 한다. 현재 저렴쪽방 사업은 쪽방상담소를 저렴쪽방의 운영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가 저렴쪽방의 관리·감독에 대한 권한을 쪽방상담소에 위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구조의 장점은 쪽방상담소가 누구보다 가까운 현장에서 주민들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신속하게 사업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새꿈하우스 1호 주민들의 말은 이와는 정반대였다(우측 상단 인터뷰 내용 참조). 한 새꿈하우스 1호 거주 주민은, 서울역 쪽방상담소가 아무런 이주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오히려 앞장서 퇴거를 통보했으며, 심지어 임대주택을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지난번에 말해 주지 않았느냐”는 식의 모욕적인 대답만을 듣게 되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시의 저렴쪽방사업은 그 구조상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쪽방상담소가 저렴쪽방사업의 전반적인 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처가 아닐까? “건물주가 원하지 않으니 빨리 나가라”는 식의 퇴거 공고문을 붙이기 전에, 퇴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이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지원방안을 구상하는 것이 쪽방상담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쪽방지역 주민들과 매일 매일을 함께 하며 주민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지금은 이마저도 의심스럽지만—쪽방상담소가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기는커녕 직간접적으로 퇴거를 종용하는 일은 “쪽방에 거주하고 계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쪽방상담소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한다.


쪽방상담소는 사업 종료와 재계약 만료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저렴쪽방에서 퇴거당하는 주민들이 새로운 주거환경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간 소유 아닌 공공쪽방 공급 확대해야

서울시 저렴쪽방사업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종료되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서울시 저렴쪽방사업의 대안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공적 자금이 투여되는 형태가 아니라 서울시가 기존 건물을 공공 소유로 매입하여 임대하는 형태의 공공 쪽방이 공급되어야 한다. 앞서 지적한 바 있듯, 현재 저렴쪽방사업과 같은 구조의 임대 사업은 쪽방 주민들의 상황과 관계없이 건물주의 의사에 의해 좌우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볼 때 공적 자금을 투여해 건물주의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형국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 현재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어렵다

적절한 주거공간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국가에 의해 적극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사회적 권리다. 이는 쪽방 주민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저렴쪽방과 같이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임시적 방편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공공쪽방 정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인터뷰] 시계토끼집 주민 김상민(가명)씨의 이야기


Q 퇴거 공고문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철렁했다. 돈이 많아서 어디를 금방 갈 수 있는 상황도 안 되고, 몸이 아파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태고. 서울시에서 우선 방이라도, 매입임대주택 입주라도 해주면 나은데 그게 그렇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Q 저렴쪽방에서 살며 겪게 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보다시피 낡은 집이 아닌가. 하자가 있으면 수리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일체 해주지 않는다. 아무도 관리를 안 한다. 쪽방상담소에서 맡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체 해주지 않는다. 지금 보일러도 고장이 났다. 작년에 보일러 때문에 우리가 AS를 불렀다. 상담소에서 4만원을 줬는데, AS기사가 낡아서 못쓴다고 하더라. 다시 수리를 안 하면 올 겨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게 되는 거다. 


상담소 측에서는 우리보고 수리를 하라고 한다. 청소 같은 거야 우리가 하겠지만, 수리를 우리가 어떻게 하는가. 우리가 무슨 공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넉넉해서 인건비를 줄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런 걸 얘기하면 “딴 데로 이사가라”고 한다. 또 (쪽방건물) 관리는 여기서 사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거라 한다. 여기 사정을 일체 모른다. 우리가 방세를 내고 있으니까 우리도 할 말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고쳐달라 하면 우리 스스로 하라고 하는데 할 말이 없다. 뭐라고 하면 나가라고 하질 않나.


Q 현재의 상황을 알고 싶다

(쪽방상담소는) 말로만 LH임대주택으로 옮겨주겠다고 했지, 실제로는 주민들 스스로 알아보고 신청했다. 우리 스스로 3월부터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알아보려 상담소에 가서 물어보면, 아주 불친절하고 퉁명스럽게 “저번에 얘기했잖아요?”라고 하고. 여기에 왜 왔는지를 모르겠다. 이곳 사정을 뻔히 알고 그러면 말로라도 위로해주고 같이 신경써주고 해야 하는데, 아주 사무적이다. 뭐라고 하면 자기들 일이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그런다.


신청해놓은 매입임대주택이 빨리 되어서 이곳을 나가 마음이라도 편히 있고 싶다. 서울시에서 (저렴쪽방사업을) 추진해놓고 느닷없이 2월에 나가라고 하고 3월까지 비우라고 하고. 우리가 임대주택 신청했다고 하니 말이 없지 또 언제 여기서 나가라고 들들 볶을지 모른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고 임대주택 신청하여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임대주택은 빨리 (결정이) 안 되고 있고 여기서는 빨리 나가라고 하고. 그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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