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서울시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확대, 반가움보다 염려가 앞서는 까닭

<홈리스뉴스 편집부>

3월 30일, 서울시는 ‘노숙인 임시주거지원사업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예산과 지원 대상을 2배가량 늘리고(5억→10억, 600명→1,200명), 자치구에서도 지원 대상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해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동안 부족한 지원 물량으로 많은 홈리스들이 신청 자체를 포기했던 기억을 떠올릴 때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세부 추진계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불편하고, 부당하고,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도처에서 튀어나온다. 예산은 2배로 늘었지만, 그동안 서울시 임시주거지원사업이 갖고 있던 문제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 목말랐고 모자랐다
▲  자료=서울시예산서(연도별), 노숙인 임시주거지원사업 확대 추진계획(2017.3)

홈리스에게 허락된 주거지원은 입소시설 밖에 없었다. ‘시설’이 아닌 ‘주거’에 대한 홈리스들의 바람은 2006년이 되어서야 출구를 만났다. 민간모금기관이 기금을 대고 노숙인 기관 및 단체가 수행한 임시주거비 지원 사업(2006년~2012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국적으로 매해 약 500명(서울은 약 400명)의 홈리스들이 열악하나마 거리를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0년 10월이 되어서야 200명 규모로 임시주거지원사업을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서울시 스스로도 인정하듯 이는 홈리스의 필요가 아닌 “G20 정상회의와 관련한 노숙인 대책”으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그 이듬해인 2011년에는 지원대상이 100명으로 축소되었고, 8월 하순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조치가 시작되자 200여 명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임시주거지원은 홈리스보다 서울시의 필요에 의해 시행되었다. 서울시는 2012년, 노숙인복지법 시행 원년이 되어서야 임시주거지원을 연중 상시사업으로 개편하고, 350명 규모로 대상을 소폭 확대 하였다. 그러나 당시 사업 대상이 “노숙위기계층 및 거리생활 노숙인”이었음을 볼 때 350명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사업은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왔다. 


확대되는 임시주거지원, 수준까지 담보할 수 있을까?

서울시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은 계획보다 실적이 항상 많은데, 매해 100명에서 200여명 가량 초과 달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도중에 취업,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사람은 시 지원 없이도 주거유지가 가능해져...(서울시 보도자료. 2014년 3월 24일자)”라며 효율적 재정 집행의 공으로 돌린다. 사실일까? 그러나 아래 표를 보면 서울시 전체 예산서와 임시주거지원 추진계획서 상 예산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럴 때 집행은 추진계획서 상 예산을 따르고, 성과 측정은 서울시 예산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초과 달성은 필연적이게 된다. 결국 서울시가 자랑하는 목표 초과 달성은 홈리스들이 예산 대비 과부족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증표일 확률이 높다.


▲  자료=서울시예산서(연도별), 노숙인 임시주거지원 추진계획(연도별)
임시주거지원 앞에 선서!

임시주거지원 신청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 대상화 문제 또한 심각하다. 임시주거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상담결과 점수표’에 따른 평가점수가 50점을 넘어야 하고, 2개월 단위 저축 계획 등 신청서에 ‘자활·자립계획’을 명시해야 하며, ‘임시주거지원 입주자 서약서’에 날인해야 한다. 서약서는 임시주거 입주 전에 노숙인 시설 또는 실내에서 취침해야 하며, 주거지원 진행 중은 물론 종료 후에도 거리에서 잠을 자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지원을 중단하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 또한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사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홈리스에 대해 새희망고용지원센터 구직상담 및 구직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을 제정하여 홈리스에게 필수적인 권리 16가지를 규정하였다. 그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홈리스는 “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고용지원과 주거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주거지원을 이유로 노숙 금지를 서약하거나, 강제 구직등록을 하고, 절차상의 이의제기조차 포기하도록 하는 임시주거지원사업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한다. 다행히, 권리장전은 이렇게 끝맺는다. “서울특별시는 서울특별시 노숙인 권리장전의 이행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한다”고. 서울시는 권리장전 속 권리들을 신속히 임시주거지원사업과 만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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