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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442
2011.09.07 (16:44:52)
우리는 왜 저항하는가 [2011.09.05 제876호]
[특집] 게으르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노숙인에 대한 대중적 오해 야기한 코레일의 퇴거 조처, 오히려 노숙인운동 발화점돼
» 지난 8월23일 새벽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 퇴거에 항의하려고 한 노숙인이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코레일은 여론을 의식해 노숙인을 서울역 밖으로 내몰지는 않았다. 한겨레21 박승화

서울역이 뜨겁다. ‘청정’ 코레일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며 몰아내려는 서울역 쪽과 마지막 생존 공간마저 빼앗길까 가슴 졸이는 노숙인들 간의 갈등 때문이다. 코레일은 노숙인을 내몰아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이용객들의 민원이 임계점을 넘었고, 또 하나는 노숙인들로 인해 테러에 취약하기 때문이란다. 노숙인 퇴거 조처는 코레일의 인위적 판단이 아니라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만들어진 공포

우선, 노숙인으로 인한 민원을 짚어보자. 민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악취·불결 같은 노숙 자체가 야기하는 상태로 인한 것이고, 또 하나는 이용객들에 대한 위협, 폭행 같은 형사법적 위반행위다. 노숙 생활 자체가 야기하는 민원은 노숙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면 어찌할 방도가 없다. 여기서 선택지가 존재하는데, 냄새나는 노숙인을 대합실 밖으로 내몰지,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게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해줄지에 대한 것이다. 코레일의 선택은 전자였다. 하다못해 그나마 청결이라도 유지하려고 화장실에서 씻는 행위조차 단속하기 일쑤였다. 그동안 공공역사 중심의 홈리스 지원 대책을 실시할 것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호소에 코레일은 “노숙인 등 사회위기 계층 지원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며 “공기업으로서 사회공헌 활동과는 별개”라고 답변해왔다. 이런 코레일의 무대책이 민원을 야기하고 유도한 셈이다. 민원의 또 다른 형태인 폭력 등 위해행위는 침소봉대에 불과하다. 실제 노숙인의 범죄행위만을 뽑아 근거를 들게 되면 나머지 집단은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행위 통계 수집 자체가 사실을 비틀어 여론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테러 위협도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다. 코레일 쪽은 지난 5월 물품보관함 폭파사건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 사건과 노숙인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사건 직후 밝혀졌다. 기실 코레일은 민원과 테러 위협 같은 대중적 공포를 이유로 들어 그에 대한 유일한 해답으로 ‘노숙인 퇴거 조치’를 제시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중적 공포를 만들어내는 조작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노숙인을 향한 부정적 여론에 대한 책임을 코레일에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이미 노숙인에 대해 다양한 부정적 인식을 공유하고, 그에 기반해 여러 통제 전략이 시도되거나 실시됐다.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몇 가지 살펴보자.

우선, 노숙인은 게으르다는 것이다. 살아남으려고 비지땀을 흘리고, 분초를 다투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낮의 광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공원 벤치에서 낮잠을 자는 노숙인의 모습은 게으름의 표상처럼 보일 만하다. 그러나 우리의 시각이 전달하는 정보는 그리 통합적이지 않다.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노숙인의 모습에서 한밤에 당한 퇴거 조처와 새벽 인력시장에서 당한 ‘대마찌’(‘일용시장에서 일을 구하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건설직 은어)를 읽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 내가 속한 단체 등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숙인의 85%가 매일 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한 해 서울 지역에서만 노숙인 3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열악한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노숙인의 근로의욕은 없는 게 아니라 차라리 과잉이라 할 만하다. 다만 노동욕구가 구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단절, 그 단절의 학습에 따른 무기력의 연속이 노숙인이 처한 현실이다. 그 단절에는 열악한 건강상태, 금융채무 연체나 명의도용 피해, 저학력·비숙련 노동기술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런 단절을 해결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보호된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런 일자리는 태부족일뿐더러 탈(脫)노숙의 기반으로 삼기에는 터무니없는 저임금을 강요하는 한계를 지녔다.

 

치안 서비스 공급해야 할 사회적 약자

노숙인에 대한 또 다른 대표적 낙인은 ‘노숙인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노숙인을 비롯한 빈민에 대한 ‘범죄화’는 오랜 역사를 지니는데, 이는 이질적 생활방식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에 기인한다. 멋들어진 양옥을 지을 경제력이 없는 빈민들은 비닐하우스를 치거나 얼기설기 엮은 널빤지로 집을 대신한다. 사적 공간을 단 1평도 점유하지 못한 노숙인은 ‘집’에서 할 사적 행위마저 공공의 장소에서 치러야 한다. 먹고, 자고, 씻고, 사람을 만나는 따위의 모든 행위를 대중 앞에 노출시켜야 한다. 이런 이질감은 사회정책에 의해 범죄화로 변이된다. 시도 때도 없는 노숙인에 대한 경찰의 불심검문,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노숙자 차림’ 따위로 노숙인구 집단 전체를 용의선상에 올리거나, 국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시도되는 시설 입소 정책과 집단 지방 연수 시도 등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실태를 조사해보면, 노숙인들은 범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적 입지에 서 있다. 노숙인구의 절반 이상이 폭행 등 범죄 피해를 당했지만, 대부분 정식 사건화하거나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서울역 등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활보하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공포감을 유발하는 ‘노숙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절대다수는 퇴물 폭력배이거나 일정한 거처를 가졌는데, 이들을 노숙인으로 포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되레 노숙인은 치안 유지 대상이 아니라, 치안 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사회적 약자다.

그동안 정부의 노숙인 정책은 ‘거리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줄여 노숙인구를 줄이겠다’는 식이었다. 철저하게 시설 입소만을 강요해왔다. 이는 노숙인 방치로 드러났고, 정신질환, 알코올중독, 전체 인구집단의 2~3배에 이르는 노숙인 사망률 등 한계상황을 초래했다. 코레일 쪽도 마찬가지다. 공공역사는 노숙인뿐만 아니라 가출청소년, 가정폭력 피해여성 등 다양한 사회위기 계층이 유입하는 관문이 된 지 오래다. 이들에 대한 신속한 복지 지원만 연계된다면 노숙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음에도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다.

2005년 1월, 서울역 직원과 공익근무요원들이 생명이 위독한 노숙인을 손수레에 실어 대합실 밖으로 내버린 비인간적 행위로 인해 서울역 노숙인들이 집단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 비록 이 행동은 단발로 끝났지만, 노숙인 사이에 동료의식이 있고 인권침해 앞에 공분을 드러낼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처에 항의하는 다양한 활동에 노숙인들이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천막농성장을 막는 경찰에 대항해 싸워 지켜낸 농성단으로,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여해 발언자로, 서울역 퇴거 당일 1박2일간 서울역 퇴거에 불응하는 집단행동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권리를 주장했다.

 

저항할 이유를 알려주다

코레일 쪽의 셈법에 들어 있지는 않았겠지만, 이번 서울역 퇴거 조처는 ‘노숙인운동’의 발화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자신에게 화살을 돌릴 뿐, 자신을 노숙으로 내 몬 거대한 힘에 대해 원망과 분노를 갖지 못한 노숙인들에게 ‘저항’할 이유를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단속과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져온 노숙인들의 저항으로, 인권과 사회공공성을 기치로 건 그네들의 저항으로, 지금 서울역은 여름 날씨보다 더 뜨겁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

 

○.기사원문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03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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