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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관련 언론보도 내용입니다.
조회 수 : 1484
2011.09.01 (13:26:26)
“나도 한 때는 서울역의 고객이었다” [2011.09.05 제876호]
[특집] 노숙인 출입금지 선포한 코레일의 일방적 퇴거 방침… ‘서울역 노숙인과 함께 하는 1박2일’에서 맞닥뜨린 잔인한 밤
하어영
» 지난 8월23일 새벽 4시30분께, 노숙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코레일의 노숙인 서울역 퇴거 조처에 항의하고 있다. 코레일은 기존에 새벽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해오던 역사 청소를 새벽 4시30분까지 늘렸다. 또 첫차를 타려는 시민들이 몰려드는 새벽 4시30분부터는 침구류 등을 소지한 노숙인의 입장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한겨레21 박승화

40대 중반의 ㅈ씨는 자신을 ‘고무다리’라고 불렀다. 무릎을 잡고 앞뒤로 흔들자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비틀렸다. “다리는 좀 불편하지만 얼굴만 씻고 나가면 인력시장에서 꽤 잘나간단 말이죠. 그런데 내 얼굴을 아는 공안(철도경찰)이 노숙자라고 들여보내주지 않으면 씻지도 쉬지도 못하니까 새벽 일을 못 나가요. 그러면….” ㅈ씨에게서는 지독한 입 냄새가 났다. 발 냄새와 지린내가 섞였다. 소주의 달큰한 냄새와 막걸리의 시큰한 냄새가 뒤섞인 술 냄새였다. 인터뷰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새벽, 8월23일 오전 4시께 기자에게 호의적인 노숙인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24시간 종일 서울역사에서 내몰리지 않은 채로 지내기는 2004년 서울역사가 생긴 이후로 처음이었다. 노숙인들의 ‘농성 시위’다. 노숙인들은 원래 새벽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1시간가량 청소를 하는 동안에는 짐을 싸서 밖으로 나와야 했다. 다시 개방이 되면 서울역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서울역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은 여름에는 50여 명, 겨울에는 200여 명이다.

다가올 겨울이 두렵다

역에서 쫓겨나지 않고 버틴 새벽의 경험은 ㅈ씨를 들뜨게 했다. “시위라는 것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점거는 노숙인 스스로도 (또 노숙인 지원 단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원래는 새벽 4시30분 서울역에서 예정하고 있는 노숙인 선별 입장에 항의하려고 노숙인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한꺼번에 입장할 계획이었다. ‘서울역 노숙인과 함께하는 1박2일’이 진행되는 도중 계획이 변경됐다. 서울역 답사를 마친 밤 11시30분, 노숙인 20여 명과 시민단체 관계자 20여 명은 눌러앉기로 결정한 것이다. 서울역 안 한복판에 침구류를 깔고 누워 있는 노숙인 무리로 섞여들었다. 누구냐고 한 노숙인이 물어왔다. 낯익은 노숙인 지원단체 활동가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듯했다. “기자증을 보여달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 사람이 나서니 옆에서 거들었다. “기자증은 뻘로 갖고 다니냐” “왜 아니꼽냐” 등 도발이 계속됐다. 난감했다. 다행히 소란은 다른 데서 일어났다. “거기 누구야?” 갑자기 고성이 오갔다. 노숙인 30여 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20여 명이 우르르 몰려갔다. 사진을 찍던 한 중년 남성을 지목했다. 그 이는 서울역사 사무실로 사라졌다. 쫓아가는 노숙인들을 철도경찰이 막아선다. 격앙된 노숙인들을 말린 사람은 오히려 다른 노숙인들이다.

» 노숙인 선별 입장 이틀째인 8월23일, 코레일은 노숙인의 출입을 막지는 않았다. 문제는 겨울철이다. 혹한에 노숙인이 잘 곳을 찾지 못했을 때 기댈 마지막 공간은 서울역이다. 한겨레21 박승화


“우리가 뭘 잘못했어. 우리가 먼저 당신들한테 말 거는 것 봤어? 알잖아. 사진 찍으니까 그러는 것 아냐.”

이들은 왜 한여름밤, 바깥보다 더 더운 서울역을 차지했을까.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올 것을 두려워해서다. 새벽 청소를 하는 1시간, 서울역에서 배제돼 어딘가에서 버텨야 하는 그 시간은 노숙인들에게 일종의 임계점이었다. 얼어죽지 않고 버텨야 하는 시간인 셈이다. 대다수 노숙인들은 2005년 겨울의 죽음을 기억했다. 서울역 정문에서 한 노숙인이 제대로 된 구조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 ㄱ씨도 그날을 기억했다. “나아진 것은 없어요. 무조건 내몰기만 하고….” ㄱ씨는 그사이 가족에게 돌아갔다가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왔다. “되는 게 없어서”라고 하고는 입을 닫았다. 긴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7월22일, 코레일은 노숙인 퇴거 방침을 새로 세웠다. “8월부터 밤 11시30분 이후에는 노숙인을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홈리스행동 등 여러 시민단체의 항의에도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말 서울역장은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 “서울역이 테러의 영순위”라며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8월1일 노숙인 퇴거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고 이어 천막농성에 들어가자, 여론을 의식한 서울역 쪽에서는 침구류를 든 노숙인만을 퇴거 대상으로 삼겠다며 기준을 완화했다. 또 퇴거는 8월22일부터 시행한다고 보류했다. 다만 단속은 깐깐해졌다. ㅈ씨는 “그래도 기자가 있으니 몸에 손은 대지 않지만 기자만 없으면 죄다 질질 끌려나갔을 것”이라며 “다 얼굴은 알고 지내는 사람들끼리 잘 자리만 봐주는 것도 안 되냐”고 호소했다. 퇴거 조처 본격 시행 이틀째 밤, 결국 노숙인들은 아예 서울역을 점거했다.

보호 받아야 할 2천여 명의 노숙인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주택 거주민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역을 중심에 두고 생활하는 노숙인 수는 450~500명 수준이다. 응급쉼터 이용자가 150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300명 정도가 서울역사를 중심으로 수면 공간을 찾는다. 물론 여기에는 쪽방이나 여인숙, PC방은 제외돼 있다. 노숙인과의 경계가 불분명한 이른바 비주택 거주민은 15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서울역 노숙인 450여 명과 다시 합산하면 2천여 명이다. 인권위는 이들을 주거빈곤층으로 분류한다. 이들은 계절과 단속 상황, 개인적 형편 등에 따라 증감을 거듭하는 것으로 인권위는 보고 있다. 한국은 노숙인이라는 큰 틀 안에 거리 노숙인, 부랑인, 쉼터 이용 노숙인 등만을 포함시켜왔지만, 이는 국제 기준과 거리가 멀다. 유엔은 노숙인을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보호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집이 있으나 유엔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 사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기준 안에서 2천여 명은 주거빈곤층이 아니라 적절한 보호와 위생적 환경,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성 등이 필요한 노숙인이다.

»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조처가 시작된 8월22일 오후, 한 노숙인이 쇼핑몰로 이어지는 역사 로비 한쪽에서 잠을 자고 있다. 민간자본 투입에 의해 복합 쇼핑몰로 변모한 공공역사에서 소비능력이 없는 노숙인은 추방돼야 할 불순한 이물질일 뿐이다. 한겨레21 박승화

코레일 쪽에서는 여론의 일방적 뭇매에 억울하다는 태도다. 코레일은 이번 강제퇴거와 관련해 서울시에 후속 조처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임시주거지 100호, 응급구호방 50인 입소분, 일자리 200개 증편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 쪽에서는 서울시의 조처가 동절기 대책에 이미 포함된 것이라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히려 코레일의 조처에 더해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공원 20곳의 노숙인들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숙인들은 임시주거지 또한 사실상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덥고, 먹을 것도 없다.”

새벽 4시30분, 강제퇴거에 항의하던 노숙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역 안의 중앙으로 모였다. 그리고 두 부류로 나뉘어 서울역 정문과 서부역으로 불리는 뒤편 출구에서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침구류를 들고 입장하는 노숙인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20여 명의 철도경찰과 서울역 직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손팻말로 시위하는 노숙인들을 몰아내지는 못했다. 기자는 팻말을 든 노숙인 옆에 앉아 잠시 등을 기댔다. 직원이 다가왔다. “등을 기대시면 안 됩니다. ‘저 사람들’이 더 편하게 눕거든요.” 역 직원은 기자를 우리로, 노숙인을 저들로 편을 나눴다.

“노숙인들에게 서울역은 의지의 공간”

노숙인들을 지지하는 시민을 찾기는 힘들었다. “하려면 좀 깨끗하게 하고. 천막도 저게 뭐냐고.” 한 40대 시민은 불쾌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4시30분께가 넘어서자 도착한 기차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와 노숙인들과 시민들이 뒤섞였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첫차를 타려는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철도경찰 쪽에서 “당신 집 안방에서 이렇게 피켓을 들고 있으면 좋겠느냐” “다른 사람들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나섰다. 그러자 노숙인들은 “여기는 안방이 아니라 역사다” “입구는 피해 있는 것 아니냐. 그리고 살아보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 라고 맞받았다. “우리도 고객”이라는 노숙인에게, 누군가 “그럼 표를 샀느냐”고 물었다. “표를 사야 고객이지!” 한참을 철도경찰 뒤에 서 있던 서울역 직원이 상기된 얼굴로 나섰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사이. “5시15분 KTX 315호 열차를 타시는 고객께서는 타는 곳 4번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역 직원이 말하는 ‘고객’을 모으는 스피커 방송이 반복됐다.

새벽의 농성이 있기 전인 8월22일 저녁, 서울역 광장을 중심으로 ‘거리 홈리스 강제퇴거 조치 서울역 규탄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과 서울역 1박2일’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문화제,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역 답사, 구술청취와 집단미술 작업 등이 진행됐다. 문화제에는 홍익대 앞 두리반에 이어, 명동 마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편선’ ‘야마가타 트윅스터’ 등이 참가했다. 이어진 집회에서 노숙공간연구자 김준호(827호 표지이야기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참조)씨는 “서울역에서 노숙인들을 쫓아낸다고 해서 실효성이 없다”며 “공공 공간인 서울역을 노숙인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숙인들을 시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노숙인들에게 서울역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의지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전·대구·부산 등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기자회견이었지만 참여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취식과 취침이라는 당장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급한 노숙인들에게 참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소나기가 쏟아지자 행사 참여 노숙인들도 자리를 피했다. 그 옆에서 비가 오든 말든 노숙인 10여 명은 막걸리와 소주, 김치 등을 늘어놓고 술판을 벌였다. 그들의 술판은 밤을 지새우고 새벽 5시 농성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정리집회를 할 때까지 이어졌다. “이해하고 보듬어주세요.” 이번 행사에 참가하려고 부산에서 올라온 한 노숙인이 이해를 구했다.

코레일, 시위에도 퇴거 조처 고수해

코레일 쪽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노숙자들이 밤낮으로 벌이는 술판과 노상방뇨로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역을 이용하는 하루 30만 이용객의 불편을 더 이상 보고 있지는 않겠다”며 지난 7월 퇴거 조처를 발표할 당시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8월23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노숙인 전담대응팀을 구성해 서울역에 배치했다. 노숙 생활 10년째라는 ㅅ씨는 “서울역에서는 냄새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몸을 씻을 수 있도록 해주면 안 되나”라며 “나도 이렇게 되기 전에는 고객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이선영 인턴기자 sunzxc123@hanmail.net·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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