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 1717
2011.10.31 (10:49:10)

방치된 노숙인 결핵환자들...

치료사업 4년째 제자리걸음

(서울=뉴스1 권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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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숙인 결핵 검진 모습./서울시 제공 News1


노숙인 결핵환자들이 무방비로 서울 시내에 방치돼 있다. 서울시는 노숙인 결핵환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4년째 제자리걸음만 하는 상황이다.

21일 오후 5시 영등포역 광야교회 앞. 노숙인 수십 명이 무료 결핵 검진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17, 18일 서울역 광장을 시작으로 20일과 이날 영등포역에서 검진을 받은 노숙인은 모두 780명, 결핵 환자로 진단된 노숙인은 46명이었다.

그러나 이중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노숙인은 19명에 불과했다. 의사가 치료를 제안해도 현장에서 입원을 거절하는 노숙인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결핵 전문 병원인 서울시립서북병원 관계자는 “19명 중 2명은 일주일도 안 돼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매년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전염병에 취약한 노숙인 및 쪽방거주민을 대상으로 결핵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감염자뿐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감염 위험이 있어 사전에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 결핵 소견이 있을 경우 서울시립서북병원으로 이송해 정밀진단을 하고 입원을 원하지 않는 경우 소재지를 파악해 진료를 유도한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서울시는 결핵을 포함해 노숙인 질병 진료비 지원을 위해 올해 53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올해 4월 노숙인 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핵 치료자 96명 중 19%에 해당하는 18명은 결핵이 완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결핵 미완치율이 10% 이내인 것을 감안하면 2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결핵 발병률도 노숙인이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서울시가 검진을 시행한 후 2011년 10월까지 결핵 검진을 받은 노숙인은 모두 5193명이며, 이중 결핵에 감염된 노숙인은 약 6.7%인 346명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일반인구 집단의 2008년도 추정 결핵 유병률 0.25%보다 약 27배 높은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서울시 노숙인 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노숙인 결핵 유병률은 일반인구집단의 23배인 5.8%였다.

게다가 올해는 상반기 검사 대상 566명 중 결핵 환자가 13명이었지만 하반기에는 검사 대상 780명 중46명이 결핵환자로 나타나 그 비율이 2.3%에서 5.9%로 급증했다.

사업을 시행한 지 4년이 흘렀지만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률도 잡지 못하고 있는 등 제자리걸음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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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결핵 검진 모습./서울시 제공 News1


서울시내 노숙인의 결핵 발병률이 높은 것에 비해 완치율이 낮은 것은 마땅히 치료를 강제할만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4월부터 결핵환자 강제입원명령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노숙인까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관계자는 “노숙인 결핵 환자 중 19%가 완치되지 않은 것은 높은 수치이지만 노숙인이라는 특성상 소재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치료 도중 도망가 버리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결핵으로 판명된 노숙인이 치료를 받다가 도중에 중단할 경우 다시 검진하고 치료해야하는 등 예산이 이중으로 낭비될 수 있음에도 시는 도중에 치료를 포기하는 노숙인의 수나 도중에 치료를 포기했다가 다시 검진을 받는 노숙인의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2001년부터 결핵 환자 신고제를 도입하면서 노숙인 결핵관련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결핵의 경우 치료를 도중에 중단할 경우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제때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통 결핵 치료를 위해서는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내성이 생길 경우 치료약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9~12개월이 소요된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결핵관리과 담당자는 “길거리 노숙인들을 관리하는 것이 힘든 점이 있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을 발생시킬 경우 내성 환자만 키우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치영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치료가 강제성을 띨 경우 노숙인들이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하는 등 관리가 어렵다”며 “노숙인들에게 최소한의 건강관리라도 하게 해주기 위해 자유카페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조차 주민 반대로 지체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숙인 결핵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서울시가 노숙인 결핵 검진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진료소는 서울역 인근에 1곳뿐이다.

18일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결핵협회는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용산구에 처음으로 노숙인 결핵관리시설인 ‘미소꿈터’를 개소했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현재 입소 대상 노숙인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올해 11월 초에 입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결핵연구원장은 “미국의 경우 노숙인 결핵환자의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쿠폰이나 숙소 제공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마련해놓고 있다”며 “노숙인 치료는 어느 곳에서 하든지 한계는 존재하지만 치료를 위한 인센티브를 좀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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