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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9349
2011.10.28 (13:17:48)
[문화저널21]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 시행 두 달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 노숙인에게 생존의 위기
 
조은국기자


[문화저널21 조은국기자] 서울역은 큰 결심을 했다. 지난 7월 21일 코레일 측이 서울역사 내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을 8월 1일부터 강제 퇴거시키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해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이어지자 7월 31일 이러한 계획을 ‘야간노숙행위금지’로 명명하고 8월 22일부터 조치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계획된 시간인 8월 22일 오전 1시 30분 되자 서울역은 야간 노숙행위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 기차가 운행하지 않는 새벽시간대에는 서울 역사 안에 노숙인들을 머무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서울역은 교통의 중심인 동시에 언젠가부터 ‘노숙인들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퇴거 조치 시행이 두 달 가량 지난 지금, 서울역에는 여전히 많은 노숙인들이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번 겨울은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새벽 시간대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가장 추운 시간에 역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이 역으로 모이는 이유는 밤에도 출입이 자유롭고, 그나마 추운 겨울에 노숙인들이 길거리에서 동사(凍死)하지 않을 수 있는 장소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많은 노숙인과 시민단체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지난 한 해 동안 객사한 노숙인이 300여명에 달하고, 지난 10년간 서울시에서만 1800여명이 거리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노숙인에 대한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노숙인들의 죽음마저도 아무런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 이후, 노숙인들에게 분노만 남아

지난 8월 22일 새벽 역사 내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가 시행되자, 노숙인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역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강한 분노가 일었다. 퇴거 조치 이후 노숙인들이 지니게 된 불만을 들어보기 위해 접근했을 때,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던 이들도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푸념과 함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옷은 냄새나고 몰골은 말이 아니다. 어쩌다 돈이 생겨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도 들어가지도 못하게 해. 그러니 만날 컵라면과 술로 때우지. 사람들 손으로 한번 밀어봐. 픽픽 쓰러져. 그런 사람들에게 한데서 잠을 자라고? 그건 우리더러 죽으란 소리야. 작년에도 밖에서 자다 얼어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겨울에는 많이들 죽어 나가. 얼어 죽고 술 마시다 죽고 그래. 노숙인들 몸 상태야 말해서 뭐해. 서울역에서 우리가 역사에서 술 마신다고 쫓아내는 거잖아. 그런데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어. 겨울에는 어디라도 춥거든. 그래서 술 마시고 몸이 따듯해지면 자는 거야. 그런데 나가라고 하니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돼.”

“쪽방 100개를 만들었다고? 노숙자 수만 300명이 넘는데, 그리고 쪽방에 들어가는 노숙자도 별로 없어. 오히려 생활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 심지어 방이 공짜라니까 들어온 사람도 있어. 쉼터도 문제는 있어. 밤 9시에 들어가 새벽 5시 반에는 나와야 돼. 게다가 술을 안 끊으면 들어갈 수도 없어. 이렇게 자유롭게 살던 사람들이 그렇게 까다롭게 구는데 들어가겠어?”

서울역과 코레일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는 서울역 공대

이러한 서울역의 퇴거 조치에 대해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방침 철회, 공공역사 홈리스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숙은 빈곤의 극단적 형태일 뿐 청소대상도 단속대상도 아니다”라며 “노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연한 사회적 탄압이 용인된다면, 단언컨대 인간의 보편적 권리는 가진 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또 “서울역 이용객들이 제기하는 민원의 본질은 탈 노숙 대책 없이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책임 분담은 서울역과 한국철도공사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철도역은 입지적 특성으로 다양한 위기계층의 유입관문이 되고 있는 만큼, 서울역과 철도공사가 이들에게 공공기관으로서 긴급지원을 실시하고 전문화된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로 연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를 시행한 이후 10일 만에 서울시는 “노숙인 수가 112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말은 다르다. 8월 한 달간 서울역 광장에서 농성장을 꾸렸던 공대위는 야간 잠자리를 마련하는 심야시간대에 서울역 인근 노숙인 수를 파악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거리 노숙을 하는 사람은 매일 평균 300여 명에 달했다. 이처럼 공대위가 집계한 수치대로 한다면 서울역의 강제 퇴거 조치와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 대책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역 노숙인 수가 줄지 않는 이유는 이곳의 노숙 환경이 다른 곳에 비해 양호하기 때문이다.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는 잠재적 범법자 취급

서울역 안팎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은 300여명 가량. 코레일 측은 퇴거 사유에 대해 “노숙인들의 구걸과 소음으로 민원이 계속되고 있어 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역과 코레일이 ‘노숙인’을 특정해 시행한 이번 조치는 명백한 차별이자, 인권 유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많다. 또한 이는 노숙인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객에게도 도움이 되는 해결책이 아니다. 음주, 소란, 폭행 따위의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노숙인에 대한 민원 해결이 이번 강제 퇴거 조치의 목적이었다면 ‘해당행위’에만 단속을 강화했으면 됐는데, 노숙인이라는 특정인을 규정해, 사회약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장해 낙인찍고 일반 시민들과 대립 구도를 만드는 방식은 피해야 했다.

이러한 서울역 문제는 인터넷에서까지 논란이 일었다. 누리꾼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토론게시판에서 “일자리 등의 대책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숙인들은 억압 그 자체를 싫어해 그것으로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의견과 “한국철도공사의 조치는 무조건 노숙인들을 내쫓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 동절기 노숙인 대책 재탕할 뿐 다른 방안은 없어

서울시는 7월 말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조치 발표 이후 ‘거리 노숙인 보호·자활·감소 특별대책’을 추진하겠다면 ‘응급구호방 운영(50여 명)’, ‘임시주거비 지원사업(100여 명)’, ‘특별 자활근로 마련(200여 명)’, ‘24시간 개방 자유카페 설치’, ‘노숙인 사회 복귀를 위한 응급보호 상담반(360명) 투입’ 계획 등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 대책은 한시적이고, 동절기 대비책을 앞당긴 정책일 뿐이었다.

주취자 보호를 위해 설치하겠다는 24시간 개방 카페는 아직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응급보호 상담원 360명 또한, 8월 중순까지의 누적치인 데다가 몇몇 노숙인 쉼터 간사와 서울시 공무원 등을 포함한 숫자로 신규채용 상담원 수는 10여 명 남짓일 뿐이다. 주거비를 지원하고 월급 40만 원대의 특별자활근로를 주선하다는 대책 역시 시효가 4개월 정도에 불과해, 사업이 종료될 무렵인 겨울에는 어떠한 대책도 세워져 있지 않아 노숙인들은 당장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서울시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위탁기관에 따르면 단 며칠 만에 해당 사업 신청이 완료됐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역과 인근에 머무르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 대책을 잘 몰라 신청을 못했다’라는 대답이 많았다. 그렇다고 남은 노숙인들이 서울시가 제공하는 쉼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표한 것처럼 정원이 미달하는 쉼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노숙인 수는 외환위기 직후 6,500여 명에서 최근 4,800여 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지만, 반대로 노숙인 쉼터의 수는 160여 개에서 70개 이하로 절반인 넘게 줄었다.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의 중심이 된 서울역 노숙자 강제 퇴거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도 이번 서울역 노숙인 강제 퇴거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철도공사가 노숙인을 쫓아낸 이유가 ‘구걸’과 ‘소란’ 등에 의한 민원이라고 하는데,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근본 원인을 찾아 대책을 강구해야지 강제로 쫓아내는 것은 근시안적인 처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서울역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이 수도권 주변 역사에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서울역에서 벗어난 노숙인들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기존 노숙인들과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심지어 폭행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인용하며 노숙인 강제 퇴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 “코레일은 퇴거 전 노숙인 자활에 필수적인 치료, 재활 상담, 일자리 정보 지원 등이 연계된 실효성 있는 쉼터를 제공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역시 “노숙인을 내쫓기 위해 용역계약을 4억 8천만 원이나 들여 체결했다”면서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강제로 퇴거시킨다고 해서 노숙인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역의 품격을 높이고 제대로 된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오히려 공공역사의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노숙인이 자활을 통해 사회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숙인 강제 퇴거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이번 조치는 우리 사회에서 노숙인 인권과 재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이슈메이킹’을 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일부 단체들은 철도공사를 비난하는데, 서울역에서 노숙하도록 하는 것은 노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노숙인들을 서울역에 내팽겨 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역사의 역할을 저버리지는 않았는지

서울역 노숙인 퇴거 조치는 노숙인 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객들에게까지 피해가 되고 있다. 차를 놓쳐 어쩔 수 없이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일반 시민까지도 차량운행이 없는 새벽 시간에 역사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보라는 안내 한마디 없이 똑같은 퇴거 조치를 일반 시민에게도 적용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역사 바깥에서 변변히 머물 곳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역사 내부가 겨울철 추위도 피할 수 있고 안전한 공간일 수 있는데, 서울역사는 공공시설물로서의 역할을 거부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공공역사는 입지나 특성상 어느 국가나 도시에서도 사회적 취약 계층의 유입처가 되어왔다. 한국철도공사라는 공기업은 국민 전체의 공익의 증진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기업체이다보니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으나, 이번 강제 퇴거 조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 문제는 서울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역 문제가 별다른 소란 없이 무마된다면, 이 조치는 모든 역사로 전이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ceg@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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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 http://www2.mhj21.com/sub_read.html?uid=45369&section=section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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