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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서울역 강제퇴거 두달 │갈 곳 못찾는 노숙인들] “밤에 나가지도 못하고 … 쉼터엔 안가”

2011-10-24 오후 1:58:28 게재

종이박스집서 추위피해 … '자유카페' 주민반발

코레일측이 노숙인들의 야간 이용을 금지한 지 두 달째인 23일 새벽 1시30분 서울역사. 이날도 어김없이 역사안에선 '사람을 내모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역사 안에 있는 모든 이용객들은 밖으로 나가 주십시오."

동시에 서울역 경비원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여기저기 누워있는 노숙인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노숙인들은 하나 둘 잠결에 비틀거리며 일어나 찬바람 부는 역사 밖으로 쫓겨났다. 24시패스트푸드점 직원들도, 새벽 첫차를 타려는 손님들도 황급히 빠져나갔다.

노숙한지 5년쯤 됐다는 70대 초반의 A씨는 "주로 수원역하고 천안역에서 노숙을 하고 한 달에 두 세 번씩 노가다를 뛴다. 월남한 고아로 자라 힘들게 살아 왔지만 갈수록 사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역만 왜 못 들어가게 하는지 모르겠다. 수원 천안역은 그냥 자게 놔두는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술·담배 안하면 잡일이라도 하며 버틸 수 있다"며 역사 밖으로 나왔다. 그는 종이 박스 여러개를 이어 간이집을 만들 참이었다. 이미 역사 밖에는 길이 2미터 높이 50cm정도 크기의 포장박스 8개가 있었다.

그 곳에 50대 중반 여노숙인 2명이 잠 못 이루고 뒤척이고 있었다.

B(여)씨는 "새벽에 공사일 나가는데 잘 곳이 없어져 임시로 이러고 있다"며 "같은 신세인 몇이서 잘 곳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역사 주변 여기저기서 40여명의 노숙인들이 갖가지 덮을거리로 몸을 감싼 채 길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전날 오후 5시쯤에 서울역지하로에서 만났던 70대 중반의 C씨도 두 서너개의 이불을 덮고 웅크리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C씨는 "노숙한지 10년 됐는데, 힘들어도 쉼터는 안간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모서리 가로등 밑에 10여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쉼터는 술도 못 마시고 밤에 돌아 다니지도 못하고 통제가 많다"면서 "아무리 추워도 밖에서 버틸 때까지 버틴다"고 말했다.

서울시 다시서기 센터 쉼터 한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몇가지 규정들이 있는데 알코올중독자나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병원치료를 해야 한다"며 "치료를 강제적으로 할 수 없고 그런 노숙인들이 추운데도 길거리에서 자는 경우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서울역사에서 노숙인들을 강제퇴거 시킨 이후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서울시는 아직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숙인들은 역사안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버티다 결국 역 근처에서 말그대로 노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 자활지원과에 따르면 10월 들어 두어차례 최근 서울역 인근 건물에 '노숙인들이 24시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편의시설로 '노숙인 자유카페' 입주를 추진했지만 계약까지 하고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생활과 엄격한 생활규칙, 사생활 부족 등을 이유로 시설입소를 꺼리는 노숙인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자활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징검다리 시설 역할을 할 것이다"며 "이번 주 중에 좋은 계약이 성사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3335 명의 노숙인 중 쉼터 등 숙소 가능한 장소 외에 길거리 노숙인은 594명으로 파악됐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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