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인터뷰]


“그런 일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당사자 이야기


<홈리스뉴스 편집부>


편집자 주: 고백하건대, 이 인터뷰는 본래 작년 ‘노동자의 날’ 특집으로 기획, 진행된 것이다. 당시 여러 사정으로 결국 기사화하지 못한 이 인터뷰를 1년이나 흐른 지금 다시 지면에 싣는 이유는 간단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 대상자인 홈리스 당사자가 속해 있는 ‘일자리의 세계’는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값싸고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감사히 여겨라!”



Q 시에서 추진하는 여러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현재 하고 있는 일까지 모두 세 번을 참여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굉장히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가슴에 한이 될 정도이다.


Q 음 참여했던 노숙인 일자리사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몇 년 전에 서울시에서 유명 호텔들과 협약을 맺어 호텔리어 교육을 시켰는데, 여기에 참여했었다. 소위 일류라고 하는 호텔에서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 교육을 받을 때는 좀 우쭐하기까지 했다. 호텔에서 일한다니 팔자가 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교육이 끝난 뒤 실제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니 거의 95퍼센트가 청소직이었다. 나머지가 경비직이었고. 청소직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내가 일한 데는 정말 힘든 곳이었다. 후황을 청소하는 일이었는데, 얼마나 철저하게 청소를 시키던지, 마치 군대생활을 다시 하는 것 같았다. 엎드리고, 기어들어가고, 심지어 사다리 위에서 발끝 딛고 서기까지 했다. 물론 눈높이를 낮추면 어떤 일도 한다. 근데 나이 오십, 육십이 넘은 사람이, 적성에도 안 맞을 뿐더러 몸도 안 따라주는 그런 일을 계속 할 수 있겠는가? 참여자가 과거 어떤 업종에서 일했는지 그런 조사도 좀 해서 그 사람에 맞는 일자리를 줘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다.


Q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일을 하게 된 것인가?

그런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정말 생색내기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심지어 호텔 측 사람으로부터 “우리가 서울시에 의뢰받아서 불우이웃 돕기 차원으로 고용한 것이지, 우리가 이익 보는 건 없다”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지금도 나는 그 말이 용납이 안 된다. 이건 정말 홍보차원에서 하는 거지, 정말 인간적으로 홈리스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수료식 날 시장님도 오시고 호텔 대표, 사장 이런 사람들이 와서 사진 찍고 표창장 수여하고 아무튼 아주 거창하게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일하는 곳으로 가보니, 정말 적성이 하나도 안 맞는 일을 하게 된 거다. 이솝우화 중에 여우가 주둥이 뾰족한 새를 초대해서 넓적한 그릇에 음식을 내어주는 이야기가 있잖은가? 일부러 음식을 못 먹도록. 그 이야기가 정말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못 먹을 음식 차려놓고는 광고해대고 사진 확 찍어대고. 정말 울분이 나더라.


▲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Q 다음 얘기로 넘어가자. 서울역 공동작업장에서도 일했다고 들었다.

돈이 너무 궁해서 가게 됐다. 잡부를 하려면 안전화가 있어야 하는데, 난 안전화가 없어서 봉투 접기라도 해보려고 간 거다. 첫날 가서 250장 정도 봉투를 접었는데 8,100원을 받았다. 물론 면담할 때, 한 장 접을 때마다 몇 십원이라는 애기는 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접으면 잡부해서 받는 돈의 3분의 1은 될 줄 알았다.


Q 8,100원을 버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8시 반에 출근해서 오후 5시 반까지 일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 2~3번 간 것 말고는 자리를 비우지도 않았다.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어가면서까지 봉투를 접었다. 그렇게 열심히 몇 시간을 하고 받은 돈이 고작 8,100원인 것이다. 담배 안 피는 사람, 점심시간에 쉬지도 않았던 사람. 그런 사람이 일해서 번 돈이 8천원이다.



Q 공동작업장 일은 그 이후로도 계속 했는가?

이튿날에도 나갔다. 나갔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그 일감도 부족했던 거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다.


Q 서울시 공무원이 언론에다 이런 말을 했었다. “하루 8천원을 벌어가 더라도 일을 하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노숙인들이 많다”고 말이다. 하루 8천원을 벌었던 경험자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허허. 전혀 이해와 공감이 안 된다. 정말 경험한 사람들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점심시간 안 쉬고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받은 돈이 8천원이다. 대변볼 거 소변만 보고, 하루 종일 지하에서 바깥 공기 한 번 마시지 않고 일하면서 받은 돈이 8천원이란 얘기다. 저런 말을 한 공무원이나 언론이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사자성어로 역지사지. 정말 역지사지의 태도가 굉장히 부족한 것 같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정말 홈리스 당사자를 위한 일자리란 무엇일까?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일자리. 중단 없이 계속 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가 정말 중요하다. 현재 하고 있는 일 같은 경우엔 내 적성에는 일단 맞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도 1년에 3~4개월을 쉬어야 한다. 이렇게 쉬게 되면 애써 모은 돈을 까먹게 된다. 당사자에겐 중단 없이 계속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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