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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59
2019.09.22 (18:02:38)

[어깨걸기]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


어느 젊은 철거민의 죽음
강제집행 당한 뒤 한강 투신한 故박준경 씨, 살인개발 언제쯤 그칠까


<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작년 12월 4일 오전 한강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박모씨(37)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유서는 이보다 하루 앞선 3일 오전 11시께 옷 등 유품과 함께 망원유수지에서 발견됐다. 한겨울 찬바람에 볼이 스치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데, 어째서 그는 차디찬 한강으로 몸을 던지는 선택을 했던 것일까? 지금부터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의 죽음으로 어떤 것들이 변화되었는지 알아보자.


故박준경씨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박모씨는 마포구 아현동 재건축 지역인 아현2구역에서 살고 있었던 철거민 박준경씨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2008년 12월에 아현2구역으로 이사를 와서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5만원, 10평 남짓한 한옥에서 2018년 9월까지 약 10년 동안 살았다. 2016년 6월, 아현2구역은 재건축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이는 비극적인 삶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재건축 사업은 민간사업으로 분류돼 세입자에게 별도의 보상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박준경씨 가족은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었고, 수중의 보증금 300만원으로는 주거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2018년 8월, 아현2구역에서 철거작업이 시작됐고 강제집행이 이루어졌다. 9월, 강제집행 때 용역깡패 집단이 집을 폐쇄해 그는 어머니와 함께 쫓겨났다. 거주할 곳이없어 철거민들이 모여 살던 빈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11월 말부터 강제집행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서울시는 2018년 5월에 발표한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에서 시민의 주거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해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 동절기 강제철거를 전면 금지했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동절기 동안 강제 철거(강제집행)를 금지했고, 강제집행은 시·구청 공무원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인권지킴이단의 참관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2월이 되기 전에 다 쫓아내야 했다. 11월 30일, 용역들은 강제집행을 더욱 무차별적으로 진행했다. 허술한 정책이 철거의 성과에 급급한 용역들에게 강제집행을 부추긴 꼴이 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거취 하던 공간에서도 쫓겨났고, 거리를 전전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그의 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유서에는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저는 이대로 죽더라도 어머니께서는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회원과 고생하시며 투쟁 중이라 걱정입니다”라며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우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나와 같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자살인가? 아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벼랑 끝으로 몰렸다. 10월 30일, 11월 1일에도 아현2구역에 100여명이 넘는 용역들을 동원한 철거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철거과정에서 이를 관리 감독하는 집행관도,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도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인권지킴이도 없었다. 용역깡패의 폭력적인 강제집행을 허가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현2구역 재건축 인허가권이자, 관리, 감독권자인 마포구청이 살인적인 강제철거를 방치한 책임이 있고, 10월 30일, 11월 1일 강제집행에서 마포경찰서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그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포경찰서의 직무유기다.


그의 죽음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  마포구청의 책임규명과 재발 방지 촉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여러 반빈곤 단체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12월 4일, 그의 죽음을 접한 후 여러 반빈곤 단체들은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5일, 마포구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마포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의 죽음은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마포구청의 책임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2일, 마포구청 앞에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그의 어머니는 살인적인 개발과 강제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18일, 강제집행을 실행한 철거용역 업체 대표, 용역 직원, 재건축 조합장을 경비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마포구청장과 담당부서인 주택과장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혐의로 마포경찰서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1월 10일 철거민 측과 재개발 조합이 수습 대책을 합의했고 조합은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12일, 대책위는 서울시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조합과 철거민 측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40일만에 박준경의 영결식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연관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4건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의 내용을 요약하면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용 보상 관련 2건, 건설업자와 계약한 용역업체의 임직원이 서면동의서를 받는 행위를 금지, 건축물의 철거는 세입자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주면 안된다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마지막으로 그의 바람대로 어머니는 주거지원을 받게 되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다. 지금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이 죽기 전에도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꼭 사람이 죽고, 큰 희생이 뒤 따라야만이 개선이 되고 변화가 되는 건지 정녕 이런 식으로 밖에 가난한 사람들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비정한 세상인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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