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46
2017.08.21 (15:54:14)
[인터뷰]는 당사자의 의견이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하는 꼭지

서울서 만난 조선족 할아버지

<황성철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곳은 2014년 겨울, 서소문 공원이다. 왜소한 체격에 허리까지 굽은 백발의 할아버지. 말을 나누기 전까지는 조선족이란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소문 공원으로 활동을 나가면서 친분을 쌓았고, 1년 정도를 알고 지냈다. 그러다 2016년 2월, 서소문 공원을 ‘역사기념공원’으로 만드는 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원이 폐쇄되었다. 어쩔 수 없이 활동지역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한동안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다른 활동가로부터 할아버지가 5개월간 요양병원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황도 묻고 인사도 드릴 겸 찾아갔다. 덤으로 얻게 된, 타국에서 겪은 할아버지의 ‘녹록치 않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어 이렇게 글로 남긴다. 


Q 한국에 오게 된 이유는?
저는 원래 고향이 길림성 연길시입니다. 연변 조선족 자치구입니다. ‘자치구’라는게 어떤 의미냐면 자기 언어, 문화 다 쓰는데 법만 중국법을 따른다 말입니다. 내 거기서 식당을 했습니다. 식당 했는데 형세가 좋았단 말입니다. 친한 동무가 있었는데 그 동무가 하는 말이 “야 나도 니처럼 좀 살아보자.” 하면서 돈을 꿔 달라는 겁니다. 조선 사람은 돈이 몇 백 만원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 식당하고 집이 8채니까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려줬습니다. 그래서 내가 돈을 빌려줬는데 지금 그 동무가 소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빚을 갚으려고 전 재산을 막 다 팔았다 말입니다. 그런데 그 동무가 한국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내 2007년도에 한국 왔다 말입니다. 


Q 불법 체류를 하게 된 이유는?
내 여기서 폐지 주었단 말입니다. 돈이 없으니까. 그러다가 가방 째로 몽땅 도둑맞았습니다. 내 원래 돈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다 말입니다. 그게 어느 때인가 하면 2014년에 여권을 연장하러 출입국 사무소에 한 번 갔습니다. 시간이 지났으니까 내가 온 다음에 출입국 사무소를 거쳐서 대한민국에 거주할 적에는 몇 달이라는 게 있고 몇 년이라는 게 있는데 그게 지나면 연장해야 된다 말입니다. 사무소 갔는데 6만원을 내라는 겁니다. 그 돈이 없으니까 내 나왔습니다. 6만원 있었으면 연장되는데 돈이 없으니까. 그 때 당시에는 돈 아이내고 이러면 그 자리에서 잡아갔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달아났다 말입니다. 그 순간을 모면해야지. 그러니까 불법 체류자가 됐단 말입니다. 그 때 6만원만 있었으면 대한민국에서 대우 받을 수 있었는데...


Q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내 그래도 돼지도 치고 그랬습니다. 그때가 2015년도입니다. 내 얼마 받았냐면 140만원씩 받았습니다. 원래 140만원 아이주는데 내가 일을 잘하니까. 몸도 신경 안 쓰고 일을 하니까 나를 더 준거지.


Q 그럼 돼지고기 매일 먹었겠어요.
돼지고기 마이 못 먹지. 사고 나면 고기 먹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아이먹지. 잡으면 먹는데 그 전에는 못 먹지.


Q 예전에 듣기로 양계장에서 닭고기 매일 먹었다고 들었는데...
거기는 어째 닭고기를 매일 먹는가하면 닭이 열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날만 더우면 닭이 죽는다 말입니다. 7월부터 8월까지 맨날 그러니까 닭요리 먹어야 됩니다. 거기 몇 달 있었냐하면 반년 있었는가? 어째 나왔는가 하면 7월 달부터 8월 달까지 한 달간은 일하는 사람이 죽어납니다. 그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닭장에다 물을 칩니다. 그 닭장의 거리 얼마나 되냐면 50m는 될 겁니다. 이 집은 그런 닭장이 몇 개냐면 열 몇 개입니다. 거기에 물 다 쳐야하니까 한 번 하면 죽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닭장마다 댕기매 죽은 닭을 걷어내야 됩니다. 한 번에 얼마씩 죽느냐면 닭장마다 100마리는 죽었으니까 열 몇 개 닭장이니까. 죽은 닭을 다 파묻어야 된다 말입니다. 조류독감 왔을 때도 병이 아이난 것도 그렇게 해야된다 말입니다. 그렇게 바빠서 내 나왔습니다. 닭고기를 매일 준다 해도...
 

Q 사고가 나서 병원에 7개월간 있었다고 들었어요.
○○역 앞에 버스타고 택시 타는 데가 있습니다. 거기를 가다가 사고 났는데 차인지 오토바인지 모르겠고. 어떻게 날 쳤는지... 내 생각에 이 사람이 성격이 굉장히 급한 사람이요. 거기가 차갖고 지나가면서 치일 데가 아이라 말입니다. 그런데 횡단보도가 아니니까 내가 불법이란 말입니다. 두 번째는 불법체류랍니다.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는 겁니다. 내가 마이 다쳤단 말입니다. 그래서 병원으로 갔는데 이 병원이가 원래 그렇게 요양하는 병원입니다. 


Q 그래서 보상금 못 받았나요?
어디메. 이번에 사고 나서 보상금이랑, 치료비 받았단 말입니다. 


Q 보상금으로 주거를 구하지 않은 이유는?
독방이라는가? 아 쪽방. 내가 다리 아프고 걷지 못하니까 못 간다 말입니다. 지금 한 발짝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짐도 있으니까. 


거리에 남겨진 할아버지 
다행히 할아버지는 교통사고 후 보상과 치료를 받은 듯하다. 하지만 고령에 교통사고의 후유증까지 겹쳐 말이 어눌해지고 몸놀림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임시주거지원 같은 단발성 지원 외에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은 지원 방법이 없다. 다른 외국인 홈리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거리에 할아버지를 남겨두고 돌아서는 마음 한 편이 씁쓸하다.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등록일
876 <홈리스뉴스 98호> 김땡땡의 홈리스만평 -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제도, 지금 당장 폐지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74 2022-02-26
875 <홈리스뉴스 97호> 특집 Ⅰ - 지하철 서울역, 홈리스 혐오 부추기는 경고문 다수 부착 파일
홈리스행동
250 2022-01-29
874 <홈리스뉴스 97호> 특집 Ⅱ - 홈리스가 '알아두면 좋은' 올해 바뀌는 제도와 지원사업 파일
홈리스행동
105 2022-01-29
873 <홈리스뉴스 97호> 현장스케치 - 2021 홈리스추모제 현장스케치 파일
홈리스행동
99 2022-01-29
872 <홈리스뉴스 97호> 진단 Ⅰ - 서울시 고시원 건축기준 신설, 절반의 성과 파일
홈리스행동
94 2022-01-29
871 <홈리스뉴스 97호> 인터뷰 - 적법하지 않은 행정대집행으로 물품을 잃어버린 홈리스 파일
홈리스행동
91 2022-01-29
870 <홈리스뉴스 97호> 지역통신 - 안일한 대응으로 홈리스 집단감염 초래한 부산시 파일
홈리스행동
73 2022-01-29
869 <홈리스뉴스 97호> 미디어 요~지경 - 언론은 코로나19와 홈리스를 어떻게 보도했나 파일
홈리스행동
81 2022-01-29
868 <홈리스뉴스 97호> 진단 Ⅱ - ‘코로나 전담병상 확보’ 명령에 밀려난 취약계층 환자들 파일
홈리스행동
82 2022-01-29
867 <홈리스뉴스 96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주거 - 모두의 주거권 보장, 코로나19가 불러낸 오래된 숙제 파일
홈리스행동
296 2021-12-22
866 <홈리스뉴스 96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인권 -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를 중단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180 2021-12-22
865 <홈리스뉴스 96호 - 홈리스추모제 특별판> 추모 - 사각지대 없는, 전국적인 공영장례 지원체계 구축하라 파일
홈리스행동
316 2021-12-22
864 <홈리스뉴스 95호> 특집 - 중구청의 불법적인 홈리스 물품 강제수거 및 폐기 파일
홈리스행동
105 2021-12-08
863 <홈리스뉴스 95호> 현장스케치 - 시청역 지하통로 폐쇄와 홈리스 강제퇴거 파일
홈리스행동
360 2021-12-08
862 <홈리스뉴스 95호> 진단 - 홈리스의 생존권과 평등권 확장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활동 파일
홈리스행동
80 2021-12-08
861 <홈리스뉴스 95호> 이문이답 인터뷰 - 차별금지법이 홈리스 차별을 막는 방패가 되려면? 파일
홈리스행동
107 2021-12-08
860 <카드뉴스> 확진 홈리스에 대한 대책 요구에 침묵하는 서울시 파일
홈리스행동
70 2021-12-07
859 <홈리스뉴스 94호> 특집 - '단계적 일상회복'을 우리가 반길 수 없는 이유 파일
홈리스행동
138 2021-11-19
858 <홈리스뉴스 94호> 편집위원의 눈 - 인권의 원칙을 새기지 않은 일상은 회복의 대상이 아니다 파일
홈리스행동
106 2021-11-17
857 <홈리스뉴스 94호> 진단 - 전국 거리홈리스 백신접종률 47.4% 불과 파일
홈리스행동
187 2021-11-17
Tag Lis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