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동자동 쪽방 퇴거 위기, 공공의 해법이 필요하다


<홈리스뉴스 편집부>


▲  2008년 동자4구역 쪽방철거에 항의하며 대학생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

2008년 ‘동자동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되었다. “도시 기능의 회복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 했지만, 보증금 한 푼 없이 쪽방 살이 하던 이들에게 개발은 삶터의 붕괴일 뿐이었다. 그나마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이사비조차 집주인들의 농간으로 받지 못하고 3만원, 5만원을 받고 쫓겨난 이들도 허다했다. 그들이 살던 흔적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주상복합 빌딩들에 의해 말끔히 지워졌다. 당시, 주거대책을 요구하며 함께 싸웠던 박씨를 얼마 전 동자동 골목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동자동 4구역 개발로 결국 길 건너편에 있는 쪽방, 9-20번지로 왔다한다. 9-20번지는, 건물주가 더 이상 쪽방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며 입주자들에게 퇴거를 요구한 바로 그 건물이다.


안전을 위해 퇴거하시오
지난 2월 5일, 47가구(43명)가 살던 쪽방 9-20번지에 공고가 붙었다. 건축주 대리인 명의로 붙은 퇴거 요구 공고였다. “철거 및 구조 보강공사가 필요한 구조체로 판정되었기에 입주민들께서는 모두 퇴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을 이유로 한 퇴거 요청이었다. 그러나 주민 중 누구도 안전진단을 목격한 이가 없었고, 안전진단 결과의 공개도 없었다. 향후 주민들의 요구로 용산구청을 통한 육안안전진단이 이뤄졌으나 주민들의 퇴거가 요구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민들은 모임을 구성하고 어렵사리 건물주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건물주는 퇴거 시한의 연장과 몇 달 치 임대료의 면제만 가능하다 할 뿐 전원 퇴거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현재 건물주는 5월 31일을 기한으로 최종 퇴거 통보를 한 상태다.


▲  쪽방 주민 퇴거를 알리는 공고문. 동자동 9-20번지

쪽방의 변모
요즘 동자동의 모습은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주변 업무단지의 회사원들을 상대로 한 음식점, 커피숍과 같은 상업시설들로 평일이면 직장인들로 빼곡하다. 얼마 전까지 가난한 이들의 하루 거처가 됐던 곳들이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바뀐 곳도 많다. 그동안 재개발이 되면 어디로 갈까 막연한 불안에 휩싸였던 주민들은, 덩어리 큰 재개발 사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숨을 돌렸지만 동네의 변화는 가파르다. 그럴 것이 모든 쪽방이 민간 건물주 소유인 상황에서 그들의 재산증식 전략에 따라 쪽방의 운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9-20번지 건물주가 안전문제를 들고 나왔듯, 쪽방 건물들은 하나 같이 오래되고 낡아 수선 후 용도변경은 쪽방 감소의 주경로가 될 것이다. 이렇듯, 건물의 구조 안전을 이유로 한 쪽방 감소는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대책은 전무하고, 서울시의 쪽방 대책 역시 대증 처방에 불과하다.


쪽방 개량 사업의 한계
서울시의 쪽방 대책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수선)사업’이다. 말 그대로 이 사업은 서울지역 주요 쪽방 밀집지 중 하나인 영등포 쪽방촌에 서울시가 재정을 투여하여 쪽방을 수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작년 말 기준 시비 21억 여 원이 투여됐고, 315호에 대한 수선이 완료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해당 쪽방들은 화재에 취약한 전기, 소방시설이나 위생설비, 도배, 장판 교체 등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된 성과가 있었다. 또한 위 사업을 조건으로 건물주와의 협상을 통해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수선 방식의 이런 개량사업은 개발사업 앞에 무력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소유권이 민간에게 있는 이상 아무리 주거환경이 양호한 쪽방이라 하더라도 개발사업으로 인해 허물어지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지역은 ‘영등포동4가 도시환경정비계획 및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이 지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향후 업무복합용도로 개발될 예정인데, 지난 3월 5일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공람된 바 있다. 개발사업으로 인한 영등포 쪽방 전체의 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서울시의 수선사업의 효과와 의미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공 쪽방이 필요하다
9-20번지 주민들은 퇴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용산구청과 서울시를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다. 시장과의 면담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입장은 건물주의 재산권 행사에 시가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이 사안을 9-20번지 건물의 개별 사안으로 규정하는 한 그렇다. 그러나 쪽방 건물들의 용도변경과 개발로 인한 멸실은 서울시내 쪽방 모두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대책은 건물주와 쪽방 주민 간의 투쟁과 협상에서 나올 수 없다. 쪽방이 홈리스의 주거자원과 탈노숙의 발판으로 기능하고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고, 서울시 역시 임시주거지원 등을 통해 정책 수단으로 쪽방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더 이상 쪽방의 멸실에 대해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서울시는 화장실, 주방을 공유하고 개별 실을 보장하는 공유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의 재정을 쪽방에 투여한 선례 역시 위에서 언급한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 뿐 아니라 갈월동, 동자동 지역에도 존재한다. 또한 서울시는 쪽방 건물의 임대 내지 매입을 활용한 ‘쪽방 임대사업 지원을 통한 공동체 육성 계획’(2013.5)을 수립했던 바 있다. 서울시장 역시 동자동 주민들과의 면담을 통해 쪽방지역에서 형성된 생태계의 중요성과 공공 쪽방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도시가 고급화, 상업화 될수록 건물주들에게 있어 쪽방의 사업 전략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용도 변경에 따른 쪽방의 멸실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업무지구 중심의 쪽방지역 개발 계획을 수정하여 도심 내 빈곤층의 주거지와 공존하도록 전환하는 장기대책이 근본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용도 변경으로 멸실되는 쪽방들에 대한 대책은 무엇보다 시급히 착수되어야 한다. 서울시가 쪽방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면, 해당 건물 내지 동일 쪽방 생활권 내 토지 또는 건물을 매입하여 공공 쪽방을 공급해야 한다. 쪽방은 가난한 이들이 머무는 곳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유입되는 공간이기에, 쪽방 멸실의 후과는 현 거주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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