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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요~지경]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부추기는 미디어의 행태를 고발하는 꼭지

 

 

‘동자동 공공개발’ 발표 후 잇따른 보도엔 ‘소유주’만 있었다

공공개발 과정에서 소외되는 쪽방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조명돼야 한다 

 
 
 

  

<이은기, 이채윤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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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뉴스 아카이빙 사이트 빅카인즈동자동 개발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 모음 <사진출처=빅카인즈 캡처>

 

 

동자동 공공개발 계획 발표 뒤 잇따른 보도... 쪽방주민의 목소리는 없었다

2월 5일 국토교통부·서울시·용산구는 「서울역 쪽방촌 정비방안」을 발표해 동자동 쪽방촌에 대한 순환형 쪽방 개발 계획을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공공개발 이후 동자동 일대에는 쪽방 및 일반주택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이 1,250호 공급될 예정이다. 
 
동자동 공공개발 발표 직후 언론은 당연한 순서인 듯 “‘결사반대’ 서울역 쪽방촌 토지건물주 뿔났다”, “‘공산당이냐?’ 서울역 쪽방촌 공공개발에 뿔난 토지주들”, “서울역 쪽방촌 밀고 고층 아파트...‘사유재산권 박탈’ 반발” 등 토지주·건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쪽방주민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2월 18일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실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동자동 쪽방에 38년 동안 머문 김정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는 “난방시설 없는 집이 비일비재한 것이 쪽방의 현실”이라며 “이제 임대주택에서 사람답게 살게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동자동과 길 하나를 두고 위치한 양동 쪽방에 사는 강홍렬씨는 “동자동을 공공에서 개발해 영구임대주택을 짓는다는 뉴스를 보고 참 반가웠다”며 “인근 쪽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제외되지 않고 들어갈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공공개발 발표 직후 잇따른 보도에서 쪽방주민들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방송법 제6조 5항은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쪽방 건물주나 소유주처럼 “상대적으로 이익 추구의 실현에 유리한” 이들은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이미 그들의 상황을 대변할 스피커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언론은 소유주 중심의 보도를 답습할 뿐이었다.
 
동자동 공공개발은 그간 소유주의 결정과 이해만을 중심으로 주민들을 축출하던 과거 개발사업과 단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다루는 언론 보도는 여전히 구태에 머물러있다.
 
언론에 보도된 '쪽방주민'은?
토지주나 쪽방 소유주의 주장에 설득력을 보태기 위해 재현된 쪽방 소유주의 모습은 실상과 달랐다. 일부 언론에선 “‘우리는 투기꾼이 아닙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애끓는 호소”, “서울역 쪽방촌 주민들도 뿔났다” 등 토지주·건물주의 의견이 쪽방주민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후암특계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에 따르면, 소유주의 90%는 후암1구역에 살지 않는 비실거주 소유주다. 이들을 ‘일정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인 주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동자동 쪽방촌 1,184개실에는 1,041명이 거주하고 있다(2019년 서울시 쪽방촌 거주민 실태조사). 이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9.4년.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이 3.4년(2018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인 것을 고려하면, 이들을 ‘진짜’ 쪽방주민이라고 가리켜야 하지 않을까?
 
언론이 수집․재구성해 보도한 쪽방 소유주의 모습은 이렇게도 나타난다. 오랜 시간 쪽방을 운영했다는 소유주들은 “수십 년간 뼈가 빠지도록 일했다”, “우리는 수십 년간 서울역에 모여드는 어려운 사람들 뒤치다꺼리해가며 하루도 쉰 날이 없이 고단하게 살았다”며 억울한 사정을 호소한다.
 
쪽방촌 주민을 착취하는 구조를 고발한 책 <착취도시, 서울>에서 드러난 모습은 이와 다르다. 
 
쪽방 소유주들은 열악한 주거를 제공하고 매달 25만원 가량의 월세를 받는다. 사람이 살만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노숙에 내몰릴 처지를 이용해 불법 이익을 얻는 약탈적 임대 행위다.
 
월세의 일부를 쪽방촌 관리인에게 나누어 주어도 매월 수백만 원의 현금이 들어오고 세금도 내지 않기에 대를 이어 증여와 상속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공공개발 계획 발표 이후 소유주들의 이러한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동자동 공공개발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려는 언론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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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8일 열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실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민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 건물주들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소유권 대 공공이익?
쪽방 소유주의 처지를 대변하는 언론들은 “공공개발도 대놓고 사회주의”, “공산당이냐?” 등 공공개발과 재산권 침해를 동일시하는 내용의 기사를 연이어 보도해, 동자동 공공개발을 둘러싸고 쪽방촌 소유자의 ‘사유재산권’과 쪽방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공공이익’이 충돌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이 구도에서 소유주는 공공개발로 인해 ‘세입자를 위한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된다. “쪽방촌 세입자들의 거주권만을 위해 나머지 더 많은 다수의 사람들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이냐는 소유주의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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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동 내 모 건물에 걸린 현수막. 한국사회에서 '소유주'의 목소리는 언제나 과잉대표돼 왔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공공개발 계획에 보상 방안 이미 포함돼
소유주의 보상 방안이 포함된 공공개발 계획이 발표된 현 상황에서 공공개발 자체가 소유주의 ‘희생’을 담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구도는 다소 의아하다. 실제로 동자동 개발지역 건물·토지 소유자의 땅과 건물에 대한 재산권은 공공개발로 인해 침해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2월 5일 발표된 관계부처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개발지구 내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에게 현 토지용도, 거래사례 등을 고려해 보상할 계획이다. 현금 보상과는 별도로 건물·토지 소유자 중 사업지구 내 거주자는 공공분양주택 또는 민간 분양주택의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더불어 원래 살던 지역에서 개발로 인해 강제이주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권리 역시 보장한다. 
 
또한 건물·토지 소유자 중 사업지구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무주택자인 소유자의 경우 공공분양주택의 특별공급권을 부여하는 등 소유자의 재산권과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업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영업보상과 더불어 주택단지 내 상가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침해’되는 소유자의 재산은 무엇인가?
그런데도 왜 다수의 언론 보도는 공공개발 진행이 소유자의 재산권과 충돌하는 것으로 진단하는가? 공공개발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부각하는 보도는 보상의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소유자의 토지와 건물의 가치가 현금 보상으로는 부족하며, 개발지구 내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자도 우선공급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개발과 재산권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택지 수용과 현금 보상으로는 보전되지 않는 재산은 무엇인가? 현금이 아닌 분양권으로만 보상되는 가치는 무엇인가? 
 
양보할 수 없는 “도심의 금싸라기 땅”으로 회자되는 동자동. “금싸라기”라는 호명에는 쪽방촌 거주민들이 매달 내던 월세, 주택 소유와 집값 상승을 통해 미래에 발생할 것이라 예상되는 차익에 대한 기대 등이 얽혀 있다. 이처럼 소유주들이 주장하는 동자동의 토지와 건물의 ‘재산’에는 현재 거래되는 가격뿐 아니라 분양권을 가짐으로써 앞으로 생겨날 이익에 대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공공개발의 계획대로 소유한 건물과 토지의 가치를 보상하고 소유자의 주거권을 보장해도, 우선공급권을 제공하지 않는 한 보상의 ‘적절성’은 메꿔지지 않는다. 언론이 부각하는 공공개발로 인한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분노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곧 투기적 기대가 연루되어 있다. 
 
 
동자동 공공개발을 바라보는 다른 구도가 필요하다 
동자동 공공개발 계획이 포괄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소유주의 재산권 침해 호소만이 아니다. 쪽방촌에 실제로 거주하는 주민들 가운데 거주지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날 우려가 있다. 임대차계약서 작성 또는 전입신고를 기준으로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부여하는 현 계획으로는 실거주 중이더라도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으면 입주권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숙과 쪽방 거주는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동자동 여인숙에 사는 이들 가운데에는 거주지에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 있다. 이처럼 동자동 공공개발을 재산권 침해와 공공이익의 대립 구도로만 본다면 보이지 않는, 하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공공개발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드러나지 않는 쪽방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더 조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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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쪽방 건물의 복도 <사진출처=동자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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