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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서울역 거리홈리스 집단감염 사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확산세 주춤에도 거리홈리스 권리침해 가속화...주거권 보장으로 사태 종결지어야 한다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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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시작된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세가 최근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월 11일을 마지막으로 추가 확진 사례에 대한 공식적인 보고는 없는 상태로, 이와 같다면 관련 확진자의 수는 모두 93명(2월 10일 기준)으로 마무리될 듯하다. 물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확산세가 멈췄다’며 안도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동절기 서울역 거리홈리스 평균 인원(응급잠자리 이용자 포함, 약 150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9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다, 집단감염 발발에 따른 여파 또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응급잠자리 중심의 혹한기 대책에서 비롯된 예견된 참사

이번 서울역 거리홈리스 집단감염 사태는 서울시의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된 예견된 참사이기도 하다. 작년 말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숙인·쪽방주민 겨울철 특별보호대책’의 시행을 알리면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노숙인 응급잠자리를 운영할 계획임을 전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시점임에도, 서울시는 십수 명에서 수십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수면 공간과 위생 공간을 집단으로 이용해야 하는 응급잠자리 중심의 혹한기 대책을 그대로 강행하였다.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사회운동단체들은 코로나19 감염 위기가 심화하는 시기에 감염병 예방에 취약한 응급잠자리는 오히려 위기를 심화할 뿐이라고 경고하면서 독립적인 위생설비를 갖춘 주거를 홈리스에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혹한기 대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감염 사태의 진원지인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조차 서울시는 노숙인 응급잠자리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리기 위한 정책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서울시는 1월 19일 보도자료에서 시가 응급잠자리 855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유분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서울시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응급잠자리가 충분히 마련돼 있으나 거리홈리스가 이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서울시가 정책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새,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1월 17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누적확진자의 수는 26일 12명, 28일 35명, 2월 1일 64명, 2월 5일 83명, 2월 7일 92명으로 빠르게 늘어갔다. 이용하는 응급잠자리마다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5일 동안 세 차례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던 사례까지 나올 정도였다. 

 

임시방편식 땜질처방으로 일관한 서울시

사태가 악화되자 거리홈리스에게 독립적인 위생설비를 갖춘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라는 목소리가 사회운동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되었고, 급기야 서울시 인권위원회까지 나섰다. 2월 2일 긴급성명을 낸 서울시 인권위는 “독립적인 위생설비를 갖춘 개별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라며 “서울시는 정부 및 방역당국과 더불어 노숙인들에 관한 적절한 주거대책을 신속히 마련하여 집단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노숙인 등을 보호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문이 서울시 복지행정에 반영되는 일은 없었다. 서울시는 서울역 인근의 응급잠자리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한편,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만 노숙인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였을 뿐이다. 확진자 혹은 밀접접촉자로 판별되지 않은 거리홈리스에 대한 대책은 코로나19 검사를 종용하는 것 외엔 마련되지 않았다. 

 

집단감염 확산 과정에서 전적으로 무기력하고 수세적인 행정으로 일관했던 서울시는 사태의 책임을 논할 때만큼은 대단히 기민한 모습을 보였다. 시는 연일 “만취 노숙인”, “마스크 착용이 미흡한 노숙인” 운운하며 집단감염의 확산이 마치 거리홈리스 개개인의 부주의함에서 비롯된 것처럼 호도했고, 사리에 어두운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하였다. 

 

악화일로 치닫는 거리홈리스의 인권

2월 말 현재, 집단감염 확산세는 확연히 수그러들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거리홈리스의 권리침해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서울시 방침에 의거, 서울시내 주요 노숙인 이용시설에서 거리홈리스에게 ‘7일 이내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요구함에 따라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한 거리홈리스는 최소한의 복지서비스조차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급식서비스가 그 단적인 예로, 주기적인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으면 급식소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지만 빵과 우유로 대표되는 간편식을 대체식으로 간주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다른 한편, 서울역을 비롯한 주요 공공역사에서의 권리침해 역시 집단감염 사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적게나마 남아 있었던 거리홈리스의 ‘머물 공간’은 집단감염 확산과 동시에 사라졌고, 거리홈리스에 대한 임의적인 즉시강제와 차별적인 퇴거조치는 그 강도와 빈도 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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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앞에 게재된 공지문. 7일 이내 음성 통보를 받은 경우에만 해당 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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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한 거리홈리스 김모씨가 따스한채움터에서 받은 '대체식'. 이것이 이날 김씨의 유일한 식사였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주거권 침해로 발생한 일, 주거권 보장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를 진단하고 그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거리홈리스들이 응급대피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거권이 박탈된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던 탓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건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이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에서조차 ‘시설입소를 통한 자활’이라는 비현실적인 환상에 매몰돼 잘못된 정책 선택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집단감염 확산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더욱 심각한 권리침해 상황에 놓이게 된 거리홈리스의 현실이 보여주듯, 진단과 처방이 서로 맞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 악화할 수밖에 없다. 주거권 침해로 발생한 사태는 주거권 보장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다는 점에서, 홈리스 집단감염 사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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