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홈리스 곁을 맴돌며 영상을 찍는 까마귀들

홈리스를 웃음과 동정의 소재로 만들어…당사자에게 동의 받았더라도 문제



<이은기, 홍수경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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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방송 관련 질문과 답변 <이미지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서울역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역뿐만이 아니다. 부천역에도 영등포역에도 홈리스가 있는 곳이라면 까마귀처럼 나타나 홈리스가 사는 모습을 담는다

 

부천역을 지나던 김씨(가명)는 인터넷 방송(유튜브, 아프리카TV ) 진행자가 부천역 거리홈리스의 모습을 인터넷 방송에 실시간으로 내보내는 모습을 목격했다. 진행자가 사준 막걸리를 마신 거리홈리스 당사자가 술에 취해 역 광장에서 춤을 추던 상황이었다. 김씨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홈리스를 방송에 악용하는 것, 그걸 본 시청자들이 홈리스에 대해 평가하고 웃음거리 삼는 게 문제라며 분노했다.

 

서울역에서 지내는 이씨(가명)인터넷 방송 촬영하는 사람들 여러 번 왔었다짜장면을 사주면서 누가 빨리 먹나 시합시켜서 상금을 주는 식으로 촬영했다고 했다. 이씨는 우리를 너무 우습게 알아서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 상한다고 토로했다.

 

정작 출연한 당사자는 볼 수 없는 노숙인영상

인터넷 공간에 노숙인, 노숙자라고 검색하면 홈리스를 소재로 삼는 영상이 우후죽순으로 나온다. 인터넷 방송 속 홈리스는 폭력적이고 게으른 존재로 묘사되거나 한껏 불쌍한 사람들로 취급된다. 영상 제작자는 때때로 이들에게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붙여 웃음거리로 만든다. 영상은 대중에게 공개된 채 두고두고 인터넷 공간에 남고,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영상 속 홈리스를 쉽게 재단하고 비난하거나 동정한다. 그리고 영상을 만든 제작자는 이런 반응을 이용해 돈을 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영상 속 홈리스의 삶을 시청하고 평가하지만 정작 출연한 당사자들은 영상을 보기 어렵다. 찍힌 영상이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거나 휴대전화, 컴퓨터 등 영상을 볼 수 있는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하는 박씨(가명)도 그렇다. 박씨가 노숙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수십만 명이 시청했지만 정작 박씨는 아직까지 영상을 본 적 없다.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며 고향 선배가 서울역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 반갑지 않은 만남이었다. 영상을 찍어간 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영상이 어디에 올라가고 누가 볼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박씨는 뉴스에 나갔다고 대충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박씨는 식구들, 특히 조카들이 영상을 볼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당사자에게 동의받고 촬영한 영상이라면 문제가 없을까?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하는 경우, 영상 촬영을 거부하고 제지할 수 있다. 초상권(자신의 모습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영상이 인터넷 공간에 게시되거나 공개됐다면 초상권 침해이고 불법행위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경우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 법률 지원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당사자에게 동의를 받고 촬영한 경우엔 법적으로 규제하기 쉽지 않다. 다만 박씨처럼 촬영한 영상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다면, 촬영 동의를 했더라도 초상권 침해라고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법률상의 초상권 침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죄의 차원에서만 대응한다면 김씨의 분노, 이씨가 느꼈던 모욕감, 박씨가 처한 곤란함 등 홈리스의 경험을 적절하게 다루기 어렵다.

 

박씨는 촬영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했다. 영상제작자가 촬영하며 주는 밥, , 출연료 명목으로 받는 약간의 돈이, 다른 자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당장 끼니를 해결하고 생존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박씨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어디에 떠돌아다니는지도 모른 채 인격을 침해당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홈리스의 취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그 삶을 우스꽝스럽고 납작한 영상으로 만들어 파는 인터넷 방송 제작자들, 그리고 이러한 방송을 아무런 규제 없이 송출해 더 큰 돈을 버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의 대기업이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 우리가 먼저 홈리스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인터넷 방송이 문제라고 이렇게 글도 쓰고 시끄럽게 떠들자. 지자체에도, 기업에도, 관련 기관에도 관련 규제를 요청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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