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인터뷰 II]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건가요?"
홈리스가 말하는 재난지원금 이야기



<오규상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6-7면] 인터뷰 2.jpg

▲ 인터뷰 중인 이씨(왼쪽)와 김씨(오른쪽). <사진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831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기한이 종료(현금 및 지류 상품권 제외)되었다. 923일 발표된 행정안전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초 목표치를 초과한 2,216만 가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했으며,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아 의제기부금 처리된 가구 수는 58만 가구(2.6%)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전 가구의 98.2%에게 지급되었고, 지원금 사용 만료일을 기준으로 지급액의 99.5%가 마트와 음식점, 병원 등에서 대부분 사용되었다. 행정안전부는 910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속 지급을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전 국민의 98.2%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할 동안 홈리스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비율은 35.8%에 불과했다(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실). 서울시가 거리노숙인을 대상으로 조사한(8.14~8.25) 결과, 448명 중 238(53.1%)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했다. 

 

거의 모든 국민의 일상에 빠르게 스며든 재난지원금이 홈리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씨와 쪽방 주민 김씨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코로나19를 일상에서 어떻게 느끼셨나요? 

 

A. “8월 중순 이후로는 전혀 일을 못하고 있어요.” (이씨)

A. “여기 지금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어요.” (김씨)

  

이씨가 작년 9월에 시작한 코레일청소사업단’(서울시와 코레일이 주관하는 6개월의 노숙인 일자리 사업) 일자리는 12월에 종료되었다. 그는 올해 3월 말까지 전농동의 여관에서 지냈으나, 4월 무렵 서울역 대피소로 돌아왔다. 이후 건설일용직 일을 하며 월평균 약 9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일하는 동안은 동자동 등지의 여인숙에 묵었으나 8월 중순 이후로는 전혀 일하지 못했다. 이씨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서울역 대피소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어려울 때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위 질문에 분노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1016일 김씨의 이웃 한 분이 집에서 사망했다. 전날 김씨가 같이 담배를 피웠던 분이었다. 김씨는 담배를 피우던 고인이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던 모습을 생각하며 힘들어했다. 김씨는 요즘 쪽방 주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병원을 갈 수 있는데, 검사비를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들은 빚을 내고 돈을 빌려서라도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없는 사람들은 못 먹고 병원에 못 가서 죽어간다며 분노했다. 인터뷰 나흘 전인 1012일에도 다른 이웃 한 분이 마찬가지로 집에서 사망했다.

 


Q. 서울시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코로나19 방역 활동이나 재난지원금 안내를 받아보신 적이 있나요

 

A. “거리에서 뭘 하는 것을 본 적은 없어요” (이씨)

A. “코로나 검사는 받았고, 재난지원금은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어요.” (김씨)

 

이씨는 4월에서 9월까지 서울역 대피소에 머물면서, 코로나 검사를 받거나 재난지원금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나라가 주는 지원금 이야기를 동료에게 들었으나, 동료 중에도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보지 못했다.

 

김씨는 올여름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시와 정부에서 제공하는 재난지원금은 별도의 신청 없이 수령할 수 있었다.

  

 

Q. 재난지원금은 받으셨나요?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A. “선불카드로는 방세를 낼 수 없어요.” (이씨)

A. “그동안 못 샀던 가구를 샀어요.” (김씨)

 

이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4월 무렵, 용산구청 복지정책과를 찾아가 지원을 문의했다.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긴급복지 생계비를 신청하여 5월에서 7월까지 석 달 동안, 매월 45만원씩 지원받았다. 통장에 입금된 5월 지원금은 예전에 이씨를 상대로 사기를 친 금융사기 일당이 출금했고, 이후에는 현금으로 받았다. 담당자는 긴급복지 생계비를 수령한 경우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대상에서 제외됨을 알려주었다. 주민등록상 청파동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에 대한 안내는 이때 처음 받았다. 동 담당자의 안내로 520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여 카드로 4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일용직으로 돈을 벌 때마다 거리를 벗어나 여인숙에서 묵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8월 중순 이후 이씨는 전혀 일하지 못했다. 이씨는 재난지원금으로 방을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선불카드로는 방세를 낼 수 없었고, 주로 식당과 편의점에서 식비로만 사용했다.

 

김씨는 서울시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으로 아현동 가구거리에서 장롱을 두 개 샀다. 매달 받는 수급비로는 아무리 아껴써도 가구 살 돈을 모으기 힘들었다. 일반 안경과 돋보기안경도 하나씩 구매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으로는 그동안 먹지 못한 소고기를 먹었다. 정부미 말고 먹고 싶던 좋은 쌀도 샀다. 신발과 슬리퍼를 한 켤레씩 산 뒤, 6월 무렵 서울시와 정부에서 받은 재난지원금을 다 사용했다. 김씨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도 두툼한 옷을 사거나, 그동안 사지 못한 살림살이를 장만하며 대부분 재난지원금을 다 사용했다고 말했다.

 

 

Q.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일하러 갈 교통비로 쓰고 싶어요.” (이씨)

A. “있는 놈들이 울면 그 목소리를 들어주고, 없는 사람들이 울면 쳐다보면서 건강히 지내시라고 할 뿐이에요.” (김씨)

 

‘2차 긴급재난지원금저소득층 긴급생계비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실직, 폐업 등을 겪어 소득이 25% 이상 감소한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일을 할 수 없는 대부분의 기초 생활 수급자나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리는 사람은 포함되기 어렵다.

 

이씨는 현재 서울시 희망온돌(취약계층 중 법적 지원 기준에 맞지 않는 가구를 지원하는 제도)을 통해 한 달간 고시원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3회 인력사무소에 나가고 있지만, 지난달에는 단 하루 일을 해서 12만원을 벌었고 수수료를 제하고 107천원을 받았다. 이씨는 재난지원금이 나오면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력사무소 일도 교통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해서 교통비가 없으면 일을 하러 갈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장사가 안되는 사람들에게는 200만원씩 주는데, 밥 한 술 먹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없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 평 반짜리 창문도 없는 방에서 월세를 25만원 씩 벌어들이는 건물주에게, 사람에게 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에게 방을 주는지라 사람이 배고파 죽든 거리에서 추워 죽든 신경 쓰지 않는 건물주에게 재난지원금이 임대료를 통해 흘러가는 것이 맞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정보

구분

이씨

김씨

주거 형태

거리 (최근 고시원 입실)

쪽방

주민등록

서울

서울

신분증 소지

있음

있음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

비수급

수급

사용 가능

지불 수단

통장 미사용

신용/체크 카드 미사용

통장 사용(압류방지)

신용/체크 카드 미사용

월평균 수입

코로나 이전(2019년 기준)

83만원

74만원

코로나 이후(20201~9월 기준)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정부 긴급재난지원금포함

59만원

긴급복지 생계비포함

8월 중순 이후 수입 없음

84만원

재난지원금 수령 여부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미수령

긴급복지 생계비수급

서울시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수령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카드 수령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현금 수령

재난지원금 사용처

교통비

-

-

식비

37만원
(식당 및 편의점 이용)

31만원
(소고기, 생선, 쌀 등)

의류 구입

-

7만원
(신발, 슬리퍼 각 1켤레)

살림살이 구입

-

37만원 (장롱 2)

기호품 구입

3만원 (커피)

-

의료비

-

16만원 (안경)

문화생활비

-

1만원 (사우나)

40만원

92만원


 

  

[홈리스의 목소리]

 

Q. 2차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김씨 있는 사람들은 자기 새X(가족) 챙기지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거 없어요. 돈 있고 밥 먹고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은 목소리를 내요. 우리 같은 사람은 목소리를 낼 데가 없어요. 약한 사람은 술 먹고 길거리에서 술 취해 자면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아요. 있는 놈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는 놈들만 챙기니까 열이 받는 거예요. 자영업, 단란주점 하는 사람들 장사 안된다고 해도 삼시 세끼 밥 안 굶고 고기 먹어요. 우리는 돈 주면 아껴서 못 먹던 것 먹고 하는데, 세상에 가난한 사람 밥 한 술 안 주는 게 나라인가? 그게 정치인가? 저거 배때지 기름 채우면서 길에 있는 사람 밥 먹으라고 돈 한 푼 안 주는 그게. 있는 사람들 200만원까지 주는데, 그들이 그거 받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안 해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얼마나 욕을 하는지 알아요? 욕을 하다 하다 지쳐서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어요. 있는 사람 중에 탈진해서 배곯는 사람 없어요. 여기는 사람이 못 먹고 쓰러지고 죽어 나가는데, 아무도 신경도 안 써요. 2차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40만원 넣어줄 놈들은 아니지만, 준다고 하면, 아픈는 사람들 약이라도 사주고 싶고, 추운 데 마후라라도 사주고 싶고, 머리 추운데 빵모자라도 사주고 싶어요. 이 나라 사람들 필요한 것 채워주고, 나라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우리 없는 사람들이에요.

    

 

Q: 마지막으로 지금의 코로나19와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A. 이씨 어려운 처지에 계신 사람들이 이겨냈으면 좋겠고 하루빨리 코로나가 극복돼서 모두 건강해지면 좋겠습니다.

 

A. 김씨 이 나라에 불만 2가지. 빈익빈 부익부. 없는 사람은 개차반으로 밟는 것이 이 나라 실정이에요. 적어도 떡 조각은 던져 줘야지. 이 개XX들은 자영업하고 돈 잘 버는 데만 퍼주고. 그런 사람들이 돈 많이 받는다면 세금 많이 낼 줄 아나. 더 숨기고 세금 안 내요. 다른 하나는 자연 훼손도 있는 사람이 해요. 없는 사람은 자연을 훼손할 수도 없어요. 내가 어디 가서 산을 파헤칠 수나 있겠어요? 있는 사람이 여기저기 가서 파헤치고 하는 거지. 없는 사람이 없는데 억지로 가서 한다고 하면 방송에 나올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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