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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Ⅱ>

좌담: 최저생계비,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

<홈리스뉴스 편집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받는 여러 급여들 가운데, 생활비(식비, 의류구입비, 공과금 등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생계급여’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 지난 3년간 생계급여가 꾸준히 인상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2017년 현재 생계급여의 보장수준은 “상당히 현실화”되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자, 이렇게 ‘상당히 현실화’되었다는 올해의 생계급여 기준액(최대 금액)은 495,879원(1인가구 기준)이다. 월 49만 5천원. 과연 이 돈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홈리스뉴스 편집부는 수급자들이 직면한 ‘진짜 현실’은 무엇인지, 수급자의 입장에서 정부의 ‘현실화’ 운운은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듣고자 세 명의 수급자를 초청하여 좌담회를 열었다. 이제 그 좌담회의 내용을 독자 분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지면의 제약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싣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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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이자 목적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현재 세 분이 받고 있는 수급비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충분한 것일까?

남 아저씨: 생계비(49만 5천원)하고 주거비(20만원) 합쳐서 나오는 게 69만 5천원이다. 우리 같은 일반수급은 이렇게 나오는데, 이거 가지고는 안 된다. 조건부 수급은 일 한다고 해서 더 주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일을 못하니까 일반 수급이 된 게 아닌가? 내가 조건부 수급 안 해본 사람 아니다. 옛날에 해봤다. 아침에 가서 조금 일하고, 오후에 가서 또 조금 일하고. 그러면서 그때 돈으로 86만 얼마를 받았다. 일반수급도 적어도 그 정도 선은 되어야 한다. 

문 아저씨: 월 49만 5천원 가지고 사람답게 사는 건 택도 없다. 이걸 정말 빠듯하게 써도 늘 돈이 부족하다. 그러면 남에게 돈을 빌려야만 생활이 유지된다. 살면서 남한테 좀 비굴하지 않고 떳떳해야 하는데, 항상 굴하면서 살게 된다. 남한테 손 벌리면서…. 자기가 해 먹고 싶은 것도 사실상 못 사먹고…. 이렇게 생활에 쪼들리며 사느니, 어느 때는 안 받느니만 못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 아저씨: 내 기준으로 보면 일단 반찬값이 제일 부족하다. 다른 쪽방 같은 데는 복지관에서 쌀도 주고 하는데 우리는 나오는 게 별로 없다. 구정 때나 좀 나오고…. 어디에서 김치 1kg짜리 봉다리 하나가 2주에 한 번씩 나오는데, 그거 타다가 반찬 사먹으면, 반찬에 돈이 엄청 들어간다. 쌀은 10kg 사다 두면, 두 달도 먹을 수 있다. 조금씩 먹으면. 근데, 이 반찬값은 그게 무시를 못한다. 많이 사다가 둘 수도 없고 하니까.

문 아저씨: 나도 그걸 느낀다. 반찬을 10,000원씩 사서 두는데, 냉장고에 넣어놔도 반찬이 금방 상한다. 1주나 2주는 먹어야 하는데, 1주를 못 간다. 곰팡이 피고…. 의외로 반찬값이 많이 든다. 옷도 마찬가지고. 남들처럼 겨울에 좀 따뜻하게 입고 지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옷을 사입을 그럴 여유도 없고…. 그냥 얻어 입든가 그런 식으로 생활하는데 확실히 좀 불편하다.

김 할머니: 내 생각엔 사람답게 사는 거는 각자 나름대로 다 틀리지만, 지금 수급비만 가지고서는 생활할 수가 없다. 아무리 아껴 써도 안 되니까. 옷도 기껏해야 5천원, 만 원짜리 사 입고…. 그러니까 옆에 아저씨(문 아저씨) 말하고 내 말하고 비슷한데, 아무리 쪼개 써도 이상하게 돈이 부족하다는 거다. 그러면 돈 꾸러 다니게 되고…. 나 수급자 만들어주고 많이 도와줬던 딱 한 사람한테만 돈 꾸러 댕기지 모르는 데 가서는 돈도 못 꾼다. 쪽팔리니까. 어느 때는 ‘그냥 견디고 돈 꾸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당장 약(소화제) 사먹고 뭐 사먹고 하려니까 잘 안 된다.


세 분 모두 현재의 수급비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하셨는데, 보통 수급비는 언제쯤 떨어지는가? 

문 아저씨: 한 10일에서 15일 정도 이것저것 빚진 거 갚고 하면 돈이 없다.

남 아저씨: 오, 그래도 오래 간다. (웃음) 나는 빌린 돈 갚고 나면 이틀도 못 간다. 그래서 20만원 또 빌려야 된다. 이번 달에도 25만원 빌린 거 있고, 방세 20만원 줘야 하고, 술 외상값 줘야 하고. 그럼 돈이 모자란다. 다시 20만원 빌려야 되고. 

김 할머니: 20날에 수급비 타면, 방세 주고 돈 꾼 거 갚고 뭐 하다 보면, 한 13일이면 다 쓴다. 보름 지나면 달랑달랑 한다. (웃음)


만약 돈을 빌리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생활하는가?

문 아저씨: 좀 어렵게 그냥 생활을 한다. 돈을 못 꾸면 못 꾼대로…. 그런데 생활이 어렵지. 밥은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곳에 가면 되니까 식비는 덜 드는데, 담뱃값 같은 게 없어서 그런 게 힘들다.

김 할머니: (돈이 떨어져도) 쌀은 고시원에 있으니까…. 먹기 싫어도 반찬 없이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다. 반찬값이 더 들어가니까. 남자들은 돈 없고 식비 떨어지고 그러면 거리에 밥 주는 그런 데(무료급식소) 가서 먹으면 되는데, 난 지금 다리가 이래 놓으니까 못 간다. 또 거기 가면 초빼이(술 취한 사람들)들이 많은데, 괜히 시비 걸리고 그러면 안 되니까.


항상 ‘빚’을 져야만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일 테다. 이런 삶을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말이다. 이건 당연히 수급비가 부족한 탓일 텐데, 그렇다면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적정 수준의 수급비는 어느 정도인가?

남 아저씨: 내가 볼 때는 최하 80만원 정도는 받아야 방세 주고 생활을 할 수가 있다.

문 아저씨: (지금보다) 한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는 더 들어와야 한다. 그 정도면 약간은 허리 피고 살 수 있지 않겠나. 최소한 손 벌리지는 않고….

김 할머니: 지금 60만 얼마가 나오는데, 거기서 방세 25만원 빼고 나머지로 쓰는데, 약값(소화제값, 월 12만원 가량 소요)만 안 들어가면 좀 여유야 있겠지. 근데 별도로, 추가로 나가는 돈이 있으니까 그래도 빠듯하겠지….


의복비나 식비 등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에 쓰라고 수급자에게 주는 것이 ‘생계급여’다. 세 분의 얘기는 이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일 테고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2018년 생계급여 기준 금액이 501,632원이다. 올해(495,879원) 기준 5천 7백원 정도 오른 거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 저 금액이 ‘최소한의 생활보장’에 적절하다고 결정을 내린 결과이고 말이다. 이 같은 수급비 결정 과정이나 내년도 생계급여 인상액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문 아저씨: 이번에 오른 금액은 너무 적다. 물가도 인상이 되고 그랬는데, 작년, 재작년에 얼마나 올려줬다고…. 달랑 5천원 올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남 아저씨: 수급자들 얘기 듣고 뭘 바꾸는 게 아니라, 지들끼리 저 안에서 맘대로 결정하고…. (어쨌든) 이번에 오른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서명운동을 하던지 해서 복지부 장관이고 나발이고 금액을 올리게 해야 하지 않겠나. 이건 한 두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 아저씨: 복지부가 잘못하고 있는 거다. 당사자들 모아놓고 정확히 따져 가지고 이게 왜 필요하고 이건 왜 부족하지를 좀 알아보고 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자기들끼리 정하고 그러니 문제가 생기는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수급자들이나 수급이 잘린 사람들을 모아 놓고 얘기를 들어가면서 결정하고 해야 된다고. 수급자들이 이해를 하게끔 하고 그러면서 수급비를 올리니 안 올리니를 해야 하는 거지, 지네들이 무슨 머리가 그렇게 좋다고 자기들끼리 쿵짝쿵짝 결정하고…. 나는 그런 게 좀 못마땅하다.

김 할머니: 이 아저씨 말이 일리는 있는데, 당사자 모아놓고 수급비 올린다고 하면 수급비 올릴 적마다 일일이 수급자를 부를 것 아닌가. 나는 그게 귀찮다. 내가 다리도 아프고 그런데.

문 아저씨: 아니, 다리 아프신 할머니를 꼭 불러야 한다는 게 아니다. 뭔가를 오해하셨는데, 수급자 모두를 부르자는 게 아니라, 개중 대표를 뽑거나 몇 명을 추리거나 해서 그 사람들이 수급비를 올릴지 말지, 올리면 얼마를 올릴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그런 얘기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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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저씨: 이번에 수급자들끼리 한 번 모여 가지고 제대로 된 회의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만약 기회가 있으면 수급자들이 한 번 모여 가지고 (수급비 결정에 관한)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


남 아저씨: 우리가 개별로 가서 떼를 쓴다고 수급비가 오르는 건 아니다. 사실 수급자들 다 합치면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서명운동을 해서 한 번에 뒤집으면 좋은데 개별로 하기는 어려울 거다. 그런데 사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서명운동 같은 걸 한다고 해서 바로 되는 일은 아닌 거다. 

문 아저씨: 하나만 더 얘기하고 싶다. 같은 수급자끼리, 당사자들끼리 뭉치고 모여서 같이 뭐를 해야 하는데, 너무 회피하고 그러는 게 나는 못마땅하다. 같이 뭘 해야 한다.

김 할머니: (내 의견은) 저 아저씨(문 아저씨) 얘기랑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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