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임대아파트 나와도 혼자 가야 한다면 못가요" 

양동 쪽방 주민이 말하는 양동 재개발 이야기

 

 <정리: 여름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

 

[필자 주] 1978년 9월,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양동’이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약 40년간 개발은 진행되지 않았고, 그동안 ‘양동’ 일대의 명칭은 ‘남대문로5가’로 바뀌었다. 2020년 1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었다. 애초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던 11지구 (남대문로5가 580번지 일대)와 12지구(남대문로5가 620번지 일대)는 “쪽방입지”,“저층주거 다수밀집”을 이유로 각각 소단위정비지구와 소단위관리지구로 지정되었다. 멈춰있던 재개발이 진척을 보이던 즈음, 양동에 사는 주민이 쫓겨난 후,  쪽방 건물이 폐쇄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2018년 말 서울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510개 실의 쪽방에 472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으나, 2020년 3월 기준으로 431개실에 376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약 100명의 주민이 사라진 것이다(2020홈리스주거팀). ‘개발’을 둘러싸고 양동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남대문로5가 쪽방촌 주민 김○○씨에게 들어보았다.

 

7면 인터뷰.jpeg

재개발 상황에서도 방이 있다고 써 붙인 어느 남대문로5가(양동) 쪽방 건물 <사진출처=필자>

 

 

 

동자동에 있다가 2011년에 양동으로 왔어요

저기 동자동에 있다가 이리 온 거예요. 2011년에 왔으니 우리가 지금 10년 정도 살았죠. 그 정도 살면 돈 받지요? 주인아줌마가 돈 한 푼이라도 받고 가게 해준대요. 그래도 고맙죠. (그럼 여기 집 나가는 건 주인아줌마 마음대로예요?) 네. 여기 주인아줌마는 자기 엄마가 하던 거 물려받은 거예요. 근데 요즘은 주인아줌마가 이 집에 있기가 싫대서 어떻게 될지는… 나보고는 편하게 있으래요. 이 집 언제 나갈지 모른다고. 그래도 챙겨주겠다고. 그런데 이제 이사 온 사람들은 돈을 못 받는대요. 이쪽에 현관문에 나무 십자가 했죠? 거기 나갔어요. 언제 철거할지는 모른대요. (그럼 혹시 거기서 쫓겨난 분들 이쪽으로 이사도 왔어요?) 이쪽으로도 몇 명 오고. 임대아파트 해서 나간 사람도 있고. 저기 동사무소에다가 신청하면 아파트 됐다고 연락이 와요. 그런데 아파트 가서 문 닫아놓고 있으면 누가 죽었는지도 모른대요.

 

 

다리가 안 좋아서 3층이면 계단도 못 올라가요

제가 다리가 안 좋아가지고, 이거 또 수술할 때가 됐어요. 월요일에 가서 수술 예약해야 하는데 약 먹어도 아프네요. 이사 올 때는 여기 1층에다 방을 얻었어요. 주인아줌마가 밥해 먹기도 좋고, 방도 크고 그런다고 3층으로 올라가라 했어요. 그런데 저는 1층 아니어도 그냥 댕기다가 넘어지는 사람인데 어떻게 올라가요. 제가 이런데(1층) 그냥 댕기다가도 이렇게 접질려 부려요. 예전에도 다리 접질려 갖고 이렇게 빨개져서 병원에 갔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여기에다 주사를 주더라고요. 재발하면 또 수술해야 한다고. 동거인이 조심히 댕기라고 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운동 댕기는데, 조심히 댕기라고. 그러니 제가 3층이면 계단도 못 올라가요. 이사하게 되면 화장실도 안에 있고, 설거지 같은 것도 하기 좋은 곳으로. 여기서는 밥 먹고 설거지하려고 하면 세면장(목욕탕)으로 가야 해요. 거기서 설거지하면 다리가 불편해서. 거, 여기는 뜨거운 물도 안 나와요. 그래서 장갑 끼고 했어요.

 

 

밤에는 문 닫아야 해요. 도둑놈이 있으니까

(하루를 어떻게 보내세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아침밥 먹고. 계속 집에 있죠. 심심하면 텔레비전 보고. (더울 때는 어떻게 지내세요?) 선풍기. 이거 하나 갖곤 안 되고 두 개는 있어야 해요. 그리고 여기 뒤에 창문 열어놓고 문 열어놓으면 시원해요. 대신 밤에는 문 닫아야 해요. 도둑놈이 있으니까. 저번에 문 열고 자다가 동거인이 20만 원 정도 잃어 먹었어요. 잠잘 때 모르게 들어왔던 거죠. 나는 몰랐죠. 지금 그 도둑놈은 형무소에 있어요. 여기 지하 내려가다가 우리 동네 사람이 잡았대요. 알고 보니 그 도둑놈이 전과가 있더라고.

 

 

“임대아파트 나와도 혼자만 가라면 못가요

저도 동사무소에서 임대아파트 나왔어요. 보증금 50만원 주면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동거인은 놔두고 저만 가라는 거예요. 이 사람을 내버려 두고 혼자 어떻게 가겠어요 제가. 그래가지고 동사무소에 가서 아파트 거 안 한다고. 그냥 여기서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고. 누가 나 치워줄랑가 몰라도. 그래서 제가 아파트 나왔는데 치워버렸어요… 동거인이랑 내가 10년 동안 살았는데. 나도 동거인 믿고. 동거인도 나 믿고. 그래서 저는 아파트 그런 거 나와도 못가요. 둘이 갈 수 있으면 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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