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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57
2021.04.06 (17:11:55)

[특집]

 

[시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부쳐

"현실을 바꿔내는 건 '묵묵부답자'의 몫이 아니다."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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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비록 임기는 1년 3개월에 불과하나 기본적으로 권한 행사의 범위가 매우 넓은 데다 ‘수도의 자치단체장'이라는 정치적 위상을 갖는 자리인 만큼 유력 후보에 대한 뭇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홈리스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도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단지 ‘노숙인 등’ 정책사업이 지자체 사무로 정해져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다시피 코로나19 팬데믹은 서울시 홈리스 정책의 모순과 위선을 가시화한 계기이기도 했다. 일자리, 급식, 의료, 주거 등 거의 모든 정책부문에 걸쳐 서울시는 무능하고 퇴행적인 행보만을 거듭하였고, 급기야 ‘서울역 집단감염 사태’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기까지 하였다. 이 같은 국면에서 치루는 선거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변화’를 향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와 주거를 잃고 또다시 거리노숙을 하게 됐다는 서울역 김모씨(56)는 “노숙자들이 이 지경까지 몰렸는데 새로 시장 된 사람이 손을 놓고 있진 않을 것"이라며 "홍보물에 (노숙자) 소식이 있나 없나 찾아보는 중"이라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코로나 시국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면, 그것도 임기가 고작 1년 3개월에 불과한 직을 두고 치러지는 선거라면, 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주요한 쟁점이 돼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현 보궐선거 국면에서 ‘감염병 위협'과 ‘빈곤'이라는 이중고에 놓인 시민들의 삶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조명받고 있는 건 도시개발의 전면화를 말하는 구호뿐이다. 소위 ‘거대여야'에 속한 유력후보 2인의 핵심 공약사항이  '재개발ㆍ재건축 활성화',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 따위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물론 유력후보들이 ‘빈곤'이나 ‘복지'를 언급조차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네들이 말하는 빈곤의 해법이란 “괜찮은 일자리 제공" 운운에 그치거나 고작해야 ‘세대'라는 인구학적 분류의 틀을 통해서만 작동할 뿐이다.

 

지난 3월 10일, 사회운동단체 홈리스행동은 주요 후보자들의 빈곤 대책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주거가 중심이 된 홈리스 정책'을 주장하는 정책요구안과 질의서를 발송하였다. 일부 군소 후보들의 성의 있는 답변이 있었지만, 정작 당선이 유력한 ‘거대여야'의 유력후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부답을 택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렇지만 적어도 ‘차기 서울시장'이 홈리스를 비롯한 빈곤 대중의 삶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는 빈곤과 홈리스 상태의 원인을 '개인의 결함'에서 찾거나 혹은 '사회문제'라는 모호한 문법을 통해 접근하려 드는 상투적인 관행들과 완전히 결별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빈곤은 폐기된 노동을 사회의 언저리로 몰아넣는 ‘경제’의 문제이자 그 언저리에서 돌출한 요구와 저항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하는 ‘정치'의 문제일 따름이다. 빈곤 이슈를 둘러싼 논점은 '자업자득'에서 '묵묵부답'으로 분명히 옮아가야만 한다.

 

어쨌건 차기 서울시장 자리는 ‘거대여야’ 소속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차지하게 될 것이고, 서울역 김씨의 바람이 이뤄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구태여 낙관으로 일관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담할 필요도 없다. 현실을 바꿔내는 것은 변화를 바라는 우리들의 몫이지 묵묵부답자들의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지금은 이것 하나만 기억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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