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복된 실패를 답습하지 않아야
백신 접근성 보장은 주거 보장과 함께 가야 한다
<이채윤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지난달 시작된 서울역 거리홈리스 집단감염은 그간 서울시가 고집해온 시설 중심의 홈리스 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19와 주거 부재가 얽히며 홈리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더욱 협소하고 잔혹해졌다. 그러는 동안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비장의 무기’처럼 여겨지는 백신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월 28일, 정부는 <‘일상 회복’을 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이하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접종 계획은 2분기 접종 대상에 “노숙인 거주‧이용시설 입소‧이용자‧종사자”를 포함하고 있다. 2월 24일, 서울시는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4월부터 6월까지 장애인, 노숙인 등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2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완료할 것이라 밝혔다. 홈리스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코로나19 상황에서 홈리스가 겪는 문제는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걸까?
백신 접종계획이 닿지 않는 곳
현재 발표된 정부의 접종 계획은 노숙인 등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쪽방과 고시원 등 위생시설을 공유하거나 공간이 좁아 방역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비적정 거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지자체별 노숙인 전산망에 등록되지 않은 거리홈리스 역시 백신 접종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 홈리스에 대한 협소한 정의로 인한 제도의 공백은 반복되어 백신 접근성에도 구멍을 내고 있다. 물론 백신 접종이라는 기술적 처방만으로는 주거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홈리스 문제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접종을 원하는 홈리스가 적기에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이미 감염에 취약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치다.
한편, 백신을 접종할 의향이 있더라도 안정된 주거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한 접종 과정 전반에 걸쳐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백신 및 예방접종 정보를 제공하는 별도의 홈페이지 ‘누리집’을 신설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접종 예약은 누리집 홈페이지나 콜센터(1399) 연락을 통해 가능하며, 접종 내역과 이상반응 관리 등도 온라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이 온라인 시스템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채무불이행으로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없거나, 휴대폰이 있어도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스템 사용이 낯설어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 역시 예상할 수 있다. 홈리스가 백신 접종 전 과정에서 온전한 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하고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신 접근성 보장은 주거 보장과 함께 간다
백신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접종 기간 동안 적절한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2회 접종을 해야 하고, 효과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2차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백신 접종 관리를 위해서도 홈리스의 안정적인 주거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적정 거처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서울역 집단감염 확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별되었음에도 연락이 닿지 못한 홈리스를 찾기 위해 경찰력을 동원하는 등의 사태가 접종 과정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접종 후 고열, 오한, 근육통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정부가 주장하는 적극적인 사후관리와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동시에 백신을 접종한 홈리스 개인을 위해 홈리스가 제때 2차 접종을 하고, 이상반응을 관리하고, 회복과 면역 형성을 위한 충분한 쉼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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