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에 한파까지…혹한기 홈리스 대책,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임시주거지원 중단에 긴급복지지원 신청도 어려운 상황…제도개선 시급히 이뤄져야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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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혹한기 홈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 기자회견’의 모습. 홈리스 당사자들이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최근 영하 10도에 이르는 북극발 한파가 연일 이어지면서 홈리스 당사자들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혹한기 홈리스 대책은 여전히 집단밀집시설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 감염병 위기와 기후 위기가 중첩된 현 상황에 조응하는 적절한 대책의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왜 방을 구할 수 없는가?

현재 서울시내 거리홈리스가 추위를 피할 방법은 시설에 입소하거나 동절기에 운영되는 응급대피소를 이용하는 길뿐이다. 고시원, 쪽방 등의 염가거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임시주거지원사업이 예산 배정 문제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설사 예산 배정이 빠르게 이뤄진다 할지라도, 대다수의 운영기관들이 전년도 이용자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어 실제 필요에 부응하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녹록치 않다. 긴급복지지원법은 ‘노숙’을 위기 사유로 인정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 지침은 ‘초기 노숙일로부터 6개월 미만’인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정해놓고 있어 현실적으로 제도 신청 및 이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실 이상과 같은 ‘주거지원의 공백’ 상황이 그리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임시주거지원사업의 예산이 소진되는 12월말부터 예산이 배정되고 사업이 재개되는 2월초까지 약 한 달 동안, 거리홈리스가 최소한의 염가거처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어 왔다. 그때마다 서울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응급잠자리 이용과 시설입소를 꾸준히 권유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위협과 한파 위협이 상존하는 오늘날, 더 이상 ‘시설입소’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감염병 위협과 한파 위협 가운데 양자택일?

지난 달 서울시는 언론을 통해 ‘겨울철 노숙인 특별보호대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알리며 방역 및 동계물품 지원과 더불어 최대 855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웅급잠자리(응급쪽방 110개 포함)를 확보할 계획임을 밝혔다. 시는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응급잠자리 간격을 1m 이상 유지하고 일부 기관의 경우 시범적으로 칸막이를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평년과 다른 점이라곤 ‘1m 이상 간격 유지’와 ‘칸막이 시범설치’ 정도일 뿐, 임시주거지원의 확대나 긴급한 임시거처의 제공 등 이른바 ‘주거중심’의 대책은 언급조차 없었다.

 

그렇다면 서울시의 이런 대책은 과연 현 시점에서 적절한 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적어도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른다면 그렇다고 답하기란 난망할 듯하다. 작년 4월, UN 주거권특별보고관은 홈리스 보호를 위한 ‘코로나19 지침’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침대끼리 2m 떨어져 있더라도 위생 시설과 수면 공간을 공유하는 응급 쉼터는 바이러스 확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또한 시설 이용자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경우 필요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는 격리도 선택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위의 지적대로, 서울시가 혹한기 대책으로 강조하고 있는 응급잠자리나 기타 노숙인 시설은 위생 시설과 수면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 위협에 취약하고, 더욱이 이용 시간이 극히 한정돼 있어 추위를 피해 안정적으로 머물 공간을 원하는 홈리스의 필요를 포괄하기 어렵다. 즉, 현 상황에서 시설입소와 응급잠자리 이용을 강조하는 건 결과적으로 홈리스에게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혹한의 위험 가운데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이에 지난 11일, 홈리스행동을 비롯한 사회운동단체와 홈리스 당사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혹한의 위협과 코로나19 위협에 대응하는 주거 중심의 혹한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책권고와 긴급구제의 시행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 측에 전달했다. 진정서의 주된 내용은 △홈리스 대상 긴급복지지원제도의 현행 지침 개정, △혹한기 적절한 난방과 위생설비를 갖춘 주거의 제공 등이다. 시설 중심의 대책으로 신종 위기에 대응하려 하는 무의미한 행정이 이번 진정을 계기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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