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107
2021.01.29 (19:45:11)

[현장스케치]

 

2020 홈리스추모제 이야기

 

 

 

 

<이은기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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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진행된 추모문화제 <사진출처=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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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 당일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전시물 <사진출처=홈리스행동>

 

 

2020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인 12월 21일, ‘홈리스추모제’가 열렸다. 2001년부터 동짓날이면 진행된 홈리스추모제는 거리와 병원 그리고 쪽방 등지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이다. 빈곤과 고립 속에서 살다간 동료를 기억하며 다시는 그런 죽음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열린 이번 홈리스추모제는 서울역 광장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예년처럼 서울역 광장에 다 같이 모일 수는 없었지만, 온라인 참여가 어려운 이들은 서울역광장‧용산역광장‧동자동 새꿈어린이 공원에 설치된 중계 스크린을 지켜보며 추모제에 함께 했다. 추모제는 사회를 맡은 박승민 활동가의 발언을 시작으로 무용가 이삼헌의 위령무, 4인의 동료 추모발언, 노래노동자 박준의 노래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올 한해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에서 파악한 사망 홈리스 수는 295명이다. ‘다행히’ 우리가 확인하고 추모할 수 있던 죽음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무연고 장례를 치른 홈리스가 아니라면 사망했더라도 그들의 죽음을 알 길이 없다. 한해 몇 명의 홈리스가 사망했는지 파악하는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추모제 마지막, 홈리스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모아 낭독한 ‘2020년 홈리스 권리선언문’은 이렇게 말한다.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명복을 빈다. 언젠가 다시 그들을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살아남은 우리의 과제를 곱씹으며 박탈당한 홈리스의 권리를 복원할 것을 요구한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마음에 담고 돌아간 문장일 테다.

 

 

동료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추모발언

 

편집자 주: 올해 생을 마감한 홈리스 동료를 추모하기 위해 3명의 홈리스 당사자와 1명의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중 동자동 주민 A씨와 용산역 텐트촌 주민 B씨의 발언을 소개한다.

 

 

동자동에서 함께한 태욱이 형을 추모하며
6월 27일 새벽 5시 10분에 시립병원 중환자실 간호사가 나한테 전화를 했어요. “아저씨 어디예요?” 그래. “나 지금 전철 타려고 그러는데요.” 했어. 전화로 뭐라고 하냐면, “아저씨 오기 전에 돌아가실 것 같아요.” 이 소리를 하는 거야. 거기까지 가는 데 걸어가고 뭐 하면 20분 걸려. 딱 들어가니까 5시 30분이야. 5시 20분에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 눈 뜨고 돌아가셨어. 난 멍한 거야. 장례를 빨리 안 해준다고 내가 짜증도 많이 냈어. 가족 찾고 뭐 하는데 한 달 열흘이 걸리더만. 시립병원에 갔는데, 컴퓨터를 조회하니까, “마누라가 있네요. 해.” “아유 치매 걸린 사람을 뭘 나오라고 해요.” 했어.

 

(형제들이) 다섯 명 있는데 오지도 않는 걸 뭘. 그래서 한 달 열흘 뒤에(8월 6일) 거기(벽제 서울시립승화원) 가서 태워 가지고, 책임자가 보자기에 싸서 보기 좋게 해서, 내가 보는 앞에서 하얀 가루로 만들어서 유골함에 넣었어요. 우리 말고 다른 망인은 보호자가 바로 유골을 가져갔고, 윤태욱 형님 유골은 우리가 모시고 올라가서 (동자동 주민과 같이) 나까지 열한 명이 추모하고, 꽃도 바친 다음에, 꽃은 버리고 유골만 거기 모셨어요.

 

 

텐트촌에서 함께 지낸 진영이를 기억하며
제가 진영이를 알게 된 지가 20년 정도 되네요. 서울역에서 처음 만났고 꽃동네에서도 생활을 같이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제가 용산역에 와서 텐트촌에서 생활하던 와중에 진영이를 우연히 다시 만났거든요. 그때 진영이가 서소문공원에서 잠을 잤어요. 그런데 퇴거를 당해서, 여기저기 길거리를 전전하다가 용산역 근처 교회급식소에서 만나게 된 거죠. 당시 저는 텐트촌에서 살면서 일용직을 하고 있었는데, 진영이가 텐트촌 둘러보더니 텐트 치면 안 되는지를 물어봤어요. 마침 저는 부산에 건설 일로 내려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제 텐트를 줘버렸어요. 이후 10년 넘게 텐트촌에서 함께 살았고, 지금 진영이는 떠났지만 텐트는 아직까지 남아 있어요.

 

진영이가 노숙하면서 힘드니까 주민등록증 맡기고 돈 받아먹은 게 있었어요. 결국엔 신용불량자가 됐죠. 신용회복이 안 되면서 좌절하고, 그러면서 계속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죠. 자포자기하듯 그렇게요. 그러다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렸네요. 마지막으로 진영이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내가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못 돌봐줘서 미안하다.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니 부디 저세상에서나마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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