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홈리스에게는 여전히 멀고 험한 ‘세 끼 식사’의 길

홈리스 당사자 58인, 공동 성명 발표…급식정책의 전환 반드시 이뤄야

 

 

<주장욱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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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 당사자들의 ‘밥다운 밥’에 관한 요구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지난 12월 15일, 2020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이하 추모제기획단)은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무료급식소 운영 실태와 부실급식 운영을 규탄하는 한편, ‘따스한채움터 운영정상화 및 공공급식소 확충을 요구하는 홈리스 당사자 58인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민간을 중심으로 작동하던 무료급식 지원체계가 무너지자, 여태껏 이를 방관해온 서울시를 비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14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급식단가’의 인상과 공공급식 이용인원의 확대에 관한 내용만을 밝힐 뿐 그 외의 내용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시립 따스한채움터(이하 채움터)는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실내급식장’으로, 서울시가 사실상 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무료급식소이다. 서울시는 채움터를 단순히 위탁 운영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주장하나, 그렇다고 운영의 실질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작년 9월, 코로나19 예방을 이유로 <노숙인복지법>상 ‘노숙인 등’에 한해서만 채움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대상자 식별을 위해 전자회원증까지 도입한 바 있다. 이처럼 대상자를 특정하기 시작했음에도 서울시는 <식품위생법>과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집단급식소 전환에는 난색을 표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리스행동은 2013년부터 비상식적인 서울시의 채움터 운영방식을 비판하며, <식품위생법>과 <노숙인복지법>이 정해놓은 집단급식소 기준에 따라 적절한 위생설비와 조리설비를 갖춘 상태에서 공공급식이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로 민간의 급식지원이 중단되는 와중에 서울시가 방역을 이유로 채움터의 조식 제공을 중단하고 전자회원증을 도입하는 조치를 취하자, 재난 상황에서 안정적인 급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급식소의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급식지원의 책임 주체임에도 이러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길거리에서 급식을 나눠주는 것을 막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한편, 홈리스 당사자의 요구안을 통해 살펴본 민간 중심 무료급식 지원의 실상은 어떠한가. 작년 11월 16일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채움터를 이용하는 홈리스 당사자들을 만나 이용경험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이 직접 작성한 102장에 달하는 요구안은 서울시가 외면하고 있는 공공급식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요구안 가운데 약 44%는 기본적으로 채움터 급식의 질적 개선과 양적 확충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는 부실한 현행 급식지원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간 “성공적인 민관협력” 운운했던 서울시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채움터 이용자들은 급식의 질과 양 모두 개선돼야 할 ‘문제’로 보고 있었다. 한편, 식사를 하거나 대기를 할 때 해당 공간에서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차별을 경험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고(14.7%), 무료급식소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했다(10.4%). 그 외에도 이용자들은 조식 중단, 들쭉날쭉한 식사시간과 긴 대기시간, 부적절한 위생 상태를 개선돼야 할 문제로 꼽고 있었다.

 

이상의 내용이 담긴 홈리스 당사자들의 요구안을 집약하여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 우리는 ‘주는 대로 먹는 사람’이 아니다, 

        밥다운 밥을 먹을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우리는 선별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공짜 밥상’이라고 우리를 차별하지 말라
하나. 우리는 제때 밥을 먹을 권리가 있다, 

        1일 3식을 제공하여 홈리스의 일상을 보장하라

 

추모제기획단은 홈리스 당사자 58인과 함께 위 요구를 ‘공동 성명’ 형식으로 제작하고 지난 12월 1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홈리스 부실급식 규탄 및 당사자 요구 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당찬 요구안은 서울시의 반쪽짜리 아니 반의반쪽짜리 대책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물론 지난 5년 동안 서울시가 급식단가를 단돈 200원 올린 것에 비하면, 올해의 인상분(1000원)은 대단히 ‘기록적인’ 변화이다. 하지만 ‘1000원’이라는 돈은 코로나19가 들추어낸 급식공백의 상처를 치료하기엔 역부족이며, 그전부터 곪아오고 있었던 ‘부실급식’의 염증을 빼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양질의,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가 확충되지 않는 한, 연령과 수급 여부 등 이용 자격을 들먹이며 정책대상을 계속 가려내는 한, 1일 기준 1식의 식사제공을 당연한 것처럼 간주하는 한 무료급식을 필요로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껏 유지해온 민간 중심의 지원체계가 아닌,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과 감독이 이뤄지는 공공급식 지원체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서울시는 공공급식의 운영 주체로서 홈리스를 포함한 모든 취약계층이 ‘세 끼 식사’를, ‘밥다운 밥’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공급식 지원체계를 재수립하고, 서울시내 ‘공공급식소’를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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