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인권]




코로나 시기, 퇴보하는 홈리스 정책과 멈춰버린 당사자의 권리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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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광장 내 거리홈리스의 물품을 임의철거하는 모습. 중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와 경찰, 역무원이 이날 철거의 주역이었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급식] 코로나19 시기 급식대란 초래한 공공급식소의 태부족, 그러나 서울시의 대책은 ‘조식 중단’과 ‘이용자 선별’ 뿐

올해 내내 홈리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기존 민간 차원의 무료급식이 중단되는 일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몇 안 되는 공공급식소로는 높아진 급식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고, ‘결식’은 홈리스 당사자들의 일상이 되었다. 물론, 코로나 시기 이전에도 ‘밥다운 밥’의 권리가 실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권리’에 기초한 급식정책의 수립에 전연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홈리스 당사자들은 ‘자선’과 ‘시혜’에 기초한 민간과 종교기관의 급식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의사에 반(反)한 종교행사 참여, 부적절한 위생수준, 부족한 급식의 양, 낮은 급식의 질 등을 감내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수없이 반복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한 공공급식 정책이 개선되는 일은 없었다. 결국 현 ‘급식대란’ 사태의 책임은 ‘코로나19’가 아닌 정부와 지자체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은 없었을까? 있다. 전국에서 가장 홈리스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서울시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급식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대책의 내용이다. 지난 9월, 서울시는 임의시설로 운영하던 시립 서울역 실내급식장의 조식을 중단하고, 노숙이력 조회를 통해 ‘노숙인 등’이 아닌 사람들과 ‘65세 이상’인 사람들의 이용을 막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면서 시는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 상황에서 방역관리의 중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식 중단’과 ‘이용 대상의 축소’가 방역강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며, 근본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다. 공공급식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실수요를 억제하는 방책이 실효를 거둘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밥다운 밥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와 공공의 책무라면, 서울시는 지금껏 밟아온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택해야만 한다.



[일자리] ‘쪼개기 고용’ 논란 일으킨 서울시의 노숙인 등 공공일자리,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6월, 서울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노숙인 등’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근로시간 감축, 평균임금 감액, 주휴수당 미지급 대상자 확대)하는 ‘노숙인 공공일자리 축소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시민사회단체 및 일자리 참여자들의 문제제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의 지적으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권고 또한 영향을 미쳤는데, 당시 서울시 인권위는 “노숙인 등 대상 공공일자리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개선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공공일자리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얼마 전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공공일자리 운용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와 다른 점이라고는 근로일수 산출을 현실화한 점과 근로능력이 취약한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공공일자리의 수를 60개가량 늘린 점이 고작이다. 반면, 턱없이 낮은 급여 수준, 원칙적으로 1년에 3개월만 참여할 수 있는 짧은 일자리 참여기간의 문제는 여전하다. 이런 사정을 두고 ‘양적 확대’ 혹은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홈리스를 비롯한 노동시장 하층에서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일자리라면,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맞춤형 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력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서울시의 ‘노숙인 등’ 공공일자리는 참여들을 불안정한 민간일자리로 떠밀고 있을 뿐이다. 특히, 현재 같이 ‘불안정한 일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코로나 시기에 이는 홈리스 당사자들을 ‘무소득’의 상태로 내모는 것에 다름 아니다. 홈리스가 안정적으로 머물며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공공일자리의 확충이 절실하다.



[차별과 혐오] 코로나19 물꼬 삼는 ‘차별과 혐오’의 펜데믹, 국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선 안 된다

거리홈리스가 몸을 뉘일 곳은 ‘공공장소’ 뿐이다. 그런데 올해 내내 공공장소는 홈리스가 점차 발붙이기 어려운 곳으로 변모해갔다. 감염 예방을 빌미로 온갖 괴롭힘 행위가 점증했기 때문이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서는 거리홈리스 퇴거행위가 횡행하고 있으며, 공무원과 경찰, 철도 역무원이 합심해 물품을 싹쓸이하는 일도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역 코레일은 ‘방역’과 ‘민원’을 이유로 지난 2011년 서울역 코레일이 취했던 ‘노숙인 강제퇴거조치’와 동일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편, 거리홈리스의 처지를 돈벌이를 위한 ‘콘텐츠’로 삼고 희롱하려 드는 인터넷 개인방송은 외려 코로나 사태와 관계없이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말의 규제와 통제도 없는 가운데, 권리 박탈 상태에 놓인 거리홈리스의 삶은 공중에게 ‘흥밋거리’이자 ‘우스갯거리’, ‘동정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공공장소 내 홈리스에 대한 몰이해와 혐오를 유통하는 이 같은 방식에 관한 사회적 환기가 절실한 시점이나, 정부와 지자체는 뒷짐만 진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실정이다.


헌데 코로나를 명분으로 자행되는 홈리스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무대는 비단 공공장소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공공정책에서도 이 같은 차별과 혐오의 면모를 찾아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홈리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긴급재난지원금 제도를 설계하고 운용함으로써 “전 국민”이 대상임에도 거리홈리스의 상당수는 제도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노숙인 지원체계’를 활용해 거리홈리스의 재난지원금 수령을 조력하라는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묵살한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사업’ 일부 유형에 ‘노숙인 등’의 참여를 제한할 목적으로 ‘노숙인 지원체계’를 활용하는 기민함까지 보였다. 소수 언론들의 혐오보도에 정부가 인권적 가치와 기준에 따른 판단 없이 휘둘리기만 한 결과다. 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바, 추후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책사업은 홈리스의 현실을 반드시 반영하고 공공정책에 스며든 ‘차별과 혐오’를 제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수반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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