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도 막지 못하는 부실한 홈리스 복지

서울시의 2021년도 '노숙인 등' 예산안, 코로나19 상황 고려 없어...

올해와 다를 바 없는 열악한 복지지원 예고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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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2021년 서울시 노숙인 등예산심의가 진행중인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홈리스 생존권 보장을 위한 서울시 예산확보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이른바 코로나19’ 상황 속에 홈리스 당사자들의 생존권이 꾸준히 위협받고 있다. 그간 당사자들이 이용하던 민간급식소가 잇달아 폐쇄되며 끼니를 해결할 곳이 사라졌고, 몇 안 되는 노숙인 지정병원의 상당수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건설일용직이나 단순서비스직 등 홈리스가 주로 종사하는 일자리의 수는 급감하였고,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입주도 예년보다 한 층 버거워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시의 노숙인 등복지는 정체와 퇴행만을 거듭하였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말, ‘예산부족을 이유로 노숙인 공공일자리의 근로기간과 급여를 줄이려 하였고, 최근에는 방역강화를 명분으로 현재 임의시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립 서울역 실내급식장(따스한채움터)’의 조식제공을 중단하고 이용 대상을 축소하였다. 한편, ‘노숙인 등을 위한 주거지원과 의료지원은 한 치의 개선이나 변경 없이 코로나19’ 이전에 수립된 계획 그대로 집행되었다.


이처럼 서울시는 코로나19’를 실패한 정책기조와 구멍 뚫린 복지지원의 현실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해왔을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서울시가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의 면면은 올해와 다르지 않은 길을 걷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를 읽기에 충분했다.

 

지난 6,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노숙인 등복지의 후퇴를 우려하며 추경예산을 집행하였고, 현실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복지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바로 잡을 것을 서울시에 주문하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2021노숙인 등예산안은 이러한 주문과는 배치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예산안은 홈리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어떠한 해법도 담고 있지 않다. 홈리스의 현실을 잊은 홈리스 정책, 과연 멈출 길은 없을까. 이번호 특집에서는 서울시의 내년도 노숙인 등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려 한다.



코로나 상황 아랑곳 않는 '임시주거지원'

단 한 명의 대상자 확대도 없어

내년 임시주거지원 대상자는 올해와 동일한 900명이다. 2018년 중반 추경을 통해 기존 600명에서 900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한 이후 4년 내내 제자리인 셈이다. 서울시의 임시주거지원의 대상자가 거리노숙인뿐 아니라 노숙위기계층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900명이라는 지원규모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염가거처 거주민들의 일자리 문제로 인한 주거상실이 명백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내년 900명으로 책정된 임시주거지원 대상규모는 실제 수요를 포괄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1인당 지원금 상한액 역시 올해 대비 1만원 인상된 27만원에 그쳤다. 이처럼 낮은 지원 수준은 결과적으로 주거지 선택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시기 소집단 감염우려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창문(통풍), 밀집도와 공용시설(거리두기)을 고려한 주거지 선정이 필요한데, 27만원 수준의 금액으로 이러한 주거지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급식 단가 1,000원 인상,

그러나 정작 급식소 확충계획은 없어

2011<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됨에 따라 노숙인급식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법제정 9년이 지난 현재, 서울시의 노숙인급식시설 설치ㆍ운영 실태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노숙인복지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설치ㆍ운영되고 있는 노숙인급식시설은 서울시내 단 두 곳뿐으로, 그마저도 모두 민간(사단법인)에서 자부담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 서울시의 예산이 투입되는 공적 노숙인급식시설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서울시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 3곳과 노숙인일시보호시설 4곳을 통해 노숙인 등급식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전용 일시보호시설 1(13식 제공, 1인당 30명 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은 모두 11식만을 제공하는데다, 3개 자치구(용산구, 서대문구, 영등포구)에 몰려 있어 그 외 지역 홈리스 당사자를 포함한 서울시내 노숙인 등을 포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노숙인 등에게 급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위 7개 기관 중 일부 기관들은 기관 이용자(당일 센터ㆍ시설 내 잠자리 이용자) 외에는 급식을 이용할 수 없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노숙인 등이 이용 가능한 공공급식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맞게 된 코로나19’상황은 민간급식소 폐쇄에 따른 결식빈도의 증가, 공적 노숙인 급식기관의 밀도 증가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내년 예산안에 홈리스가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급식소의 확충 계획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시설에서 제공하는 급식의 단가를 기존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조정했을 뿐이다. ‘노숙인 등급식지원과 관련한 변화는 단지 이것뿐이다. 하지만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급식단가가 아닌, ‘이용 가능한 적절한 급식소의 부족이다. 아무리 단가를 올린다 한들,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다면 과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더욱이 실수요를 맞추겠다고 십시일반식으로 운영할 경우(이를테면 10인분의 예산으로 15인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 1인당 급식단가는 자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1> 시설입소자를 제외한 홈리스가 이용 가능한 서울시내 공공 급식서비스 기관의 수와 대상인원

구분

조식 제공기관의 수

및 대상인원

중식 제공기관의 수

및 대상인원

석식 제공기관의 수

및 대상인원

노숙인 종합지원센터

1개소ㆍ200

 

2개소ㆍ270

남성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3개소ㆍ270~290

여성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1개소ㆍ20~23

1개소ㆍ20~23

1개소ㆍ20~23

합계

2개소ㆍ220~223

1개소ㆍ20~23

6개소ㆍ560~583

자료: 홈리스행동, 각 기관별 실태조사(2020. 10.)



질적 개선과 양적 확대?

아무런 변화 없는 '노숙인 공공일자리'

올해 중순, 서울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노숙인 등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근로시간 감축, 평균임금 감액, 주휴수당 미지급 대상자 확대)하는 노숙인 공공일자리 축소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시민사회단체 및 일자리 참여자들의 문제제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의 지적으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권고 또한 영향을 미쳤는데, 당시 서울시 인권위는 노숙인 등 대상 공공일자리의 양적 확대 및 질적 개선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하였다.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1노숙인 등예산을 보면, 실제 노숙인 일자리사업의 예산의 경우 2020년 대비 약 256천만원이 증액 편성되었다. 2020년 예산안이 2019년에 비해 약 9억여 원 삭감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예산총액 자체가 양적으로 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를 양적 확대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해 문제가 되었던 반일제 노숙인일자리 예산의 경우, 202054억여 원(650)에서 202178억여 원(710)으로 늘었고, 월 근로기간만 기15일에서 19일로 늘었다. 최저임금과 4대 보험 인상분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일자리 개수만 60개가량 늘어날 것이며, 이는 2019년 결산치(704)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같다면, ‘13개월로 제한된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의 참여기간 역시 전혀 개선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노숙인 등을 비롯한 노동시장 하층에서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일자리라면,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맞춤형 민간일자리를 탐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현 서울시 예산안대로라면, 반일제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은 실업급여조차 신청하기 어렵다. 소득이 중단될 시점을 고려하여 1월에 한 번, 6월에 한 번, 12월에 한 번 반일제 일자리사업에 참여, ‘쪼개기노동을 해야 하는 홈리스 당사자들의 현실은 거의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내년도 노숙인 전일제 일자리(150)는 올해와 완전히 같은 규모이다. 2020년 노숙인 등 일자리예산이 9억여 원이나 감소된 것은 전일제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임에도 별다른 반향 없이 올해와 동일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편성이다. 또한 반일제 일자리의 수요쏠림 현상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의 연도별 추진 현황

구분

2018 (결산)

2019 (결산)

2020 (계획)

2021 (계획)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

741

704

650

710

노숙인 전일제 일자리

366

154

140

150

자료: 2021년도 서울시 예산안, 2020년도 예산() 성과계획서 및 사업별설명서, 서울시 예산서(각년도), 서울시 결산서(각년도)



코로나에도 끄떡 없는 '철옹성' 부실 복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상의 내용을 담은 서울시의 ‘2021년 예산안에 관한 서울시의회의 심사가 1123일과 24, 양일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숙인 일자리와 주거지원에 관한 짧은 문책이 있었지만, 서울시의 원안은 큰 수정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에도 끄떡없는 철옹성부실복지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란 얘기다. 집다운 집, 밥다운 밥, 일다운 일이라는 단순 명료한, 그렇지만 20세기 내내 확립되어 온 보편적인 권리의 보장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이 끝났다고 단념하며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어떤 이의 말처럼, 그릇된 현실을 변하게 만드는 건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몫이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일이라 여기는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서울시가 셈하지 않은, 공무원과 정치인의 재무제표목록엔 빠진, 그렇지만 우격다짐으로라도 지켜내야 할 우리의 권리를 선언하고 주장하는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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