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책임 떠넘기기 속 홈리스의 의료권은 어디에?

노숙인 의료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홈리스뉴스 편집부>




[3면] photo_2020-10-22_10-57-39.jpg

<이미지 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홈리스를 의료공백 상황으로 내모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9월 28일, 부산역에서 노숙하던 거리홈리스 이씨(가명)는 암치료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의료지원도 받지 못한 채 서울에 온지 하루만인 다음날 29일,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 했다.


거리홈리스의 암치료 가로막은 노숙인 의료지원체계
이씨는 통증이 심해지면서 올해 초부터 일을 하지 못했고, 2개월 전 거리노숙을 시작했다. 부산시의 거리홈리스 지원기관을 통해 연계된 병원에서 그는 피부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해당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하다는 소견과 함께 서울 소재의 병원 두 곳을 추천받았다. 지원기관은 그를 서울로 보낸 뒤 서울시의 거리홈리스 지원기관에 지원을 요청했다. 의료급여 대상이 아닌 이씨는 지자체의 의료지원이 필요했다. 지원기관을 통해 서울시에 상황을 전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씨가 행정상 등록된 주소지가 부산시이므로 지원이 불가하다’는 무책임한 반응이었다.


현재 그는 부산 소재의 어느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다. 통증이 심해 대화조차 힘든 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신속한 치료이다. 그러나 거리홈리스의 의료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부산시와 서울시는 상황의 시급성을 외면하며 책임을 떠넘길 뿐이었다. 지자체의 ‘핑퐁게임’ 속에서 이씨는 어떠한 전문적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이씨만의 비극이 아니다. 현상의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의료공백을 만드는 노숙인 의료지원 체계가 자리한다.


제도 진입도 이용도 어려운 노숙인 1종 의료급여
현행 노숙인 1종 의료급여제도는 △노숙인 해당 기간이 3개월 이상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이면서, 동시에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보험료가 체납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씨는 노숙한지 2개월가량 되었고, 건강보험이 아직 유지되고 있어 노숙인 1종 의료급여를 이용할 수 없다. 이처럼 노숙인 1종 의료급여는 신규 홈리스를 제도에서 배제하고 있다, 또한 ‘노숙인 등’의 정체성과 무관한 국민건강보험 상태를 조건으로 삼는데다, 수도권 편중이 심한 노숙인시설을 통해 신청하게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제도 진입 자체가 어렵다.


노숙인 의료급여에 대해 엄격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복지부의 노력은 빛을 발하고 있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 수는 2015년 903명 이후 2018년 502명, 2019년 428명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 중이다. 현재 17개 광역지자체 중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있는 곳은 서울(420명), 부산(4명), 경기(3명), 전북(1명)의 4개 뿐이다. 지역편중이 심해 수급자의 98.1%가 서울 지역에 몰려있으며, 고작 4명에 불과한 여성 수급자 역시 모두 서울에 있다.


그러나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기준이 완화되어 이씨가 수급자가 되어도 치료 받기는 여전히 어렵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타 의료급여 수급자와 달리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곳만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을 선택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먼 곳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거나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2020년 10월 7일 기준, 노숙인 진료시설 278개 가운데 224개소는 수술이나 입원 등 적정 치료가 불가한 보건소다. 병원급 이상 노숙인 진료시설은 몇 안 되는 국공립병원뿐이며, 서울시조차 고작 9개소에 불과하다. 심지어 상당수의 국공립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되어 타 질환에 대한 입원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책임 전가 유발하는 지자체의 노숙인 의료지원
의료급여 대상이 아닌 홈리스는 지자체의 ‘노숙인 의료지원’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를 이용하지 못하는 홈리스에 대해 지자체에서 의료비 예산을 확보하여 보호하도록 한다. 그러나 2019년 서울시 노숙인시설 취침 및 입소자 정원 약 2,000명(종합지원센터·일시보호시설 1,031명, 노숙인 자활시설 955명) 가운데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자를 이용하는 420명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지원의 책임과 예산 부담을 떠안으면서, 의료지원을 둘러싼 지자체간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핑퐁게임 속에서 시급한 치료를 요하는 홈리스의 진료기회는 박탈된다.


개선이 시급한 노숙인 의료지원체계 보건복지부가 앞장서야
중증 암질환으로 앉아 있기조차 힘든 이씨는 치료를 위해 서울행 열차에 올랐다. 그러나 의료접근성을 보장하기보다는 장벽으로만 작동하고 있는 노숙인 1종 의료급여와, 그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이유로 의료지원을 거부한 서울시의 행정으로 인해 이씨는 어떠한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대처, 그리고 정부-지자체, 지자체-지자체 간 의료지원 책임을 전가하게 만드는 노숙인 의료제도는 의료공백을 만드는 주범이다. 이씨와 같은 피해자가 또다시 생기지 않도록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접근성과 포괄성을 확대해야 한다. 마침, 향후 3개년 간 적용될 노숙인복지종합계획이 내년에 수립될 예정이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의료급여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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