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2020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위령제가 열리다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출처=홈리스주거팀>

유엔은 10월 17일을 ‘빈곤 퇴치의 날’이라 정했다. 그러나 한국의 반(反)빈곤 운동단체들은 이날을 ‘빈곤 철폐의 날’이라 바꿔 부른다. 빈곤은 어쩔 수 없고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생명조차 갉아먹는 부당한 것이기에 ‘퇴치’가 아니라 ‘철폐’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빈민 대중 여럿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활동들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작년에 이어 어김없이 먼저 돌아간 무연고 사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다행이다.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소재의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 앞에서 ‘1017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2020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위령제’를 열었다. 빈곤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살다 삶을 마감한 무연고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와 같은 죽음 예방하기 위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보통의 상식과 달리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부모·자녀·형제 같은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거부해 ‘만들어지는’ 무연고사망자의 수가 늘고 있다. 이를 두고 ‘가족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거나 무지한 일에 불과하다. 정(情)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장례조차 치르기 어려울 만큼 가난하기에 만들어지는 무연고 죽음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서울역 광장에서 ‘돌아가신 형의 시신을 포기한다는 서명을 하고 왔다’고 괴로워하며 깡술을 마시던 중년과 같은 사정들이 빈번해지고 있다. 그래서 장례를 정부와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것, 즉 공영장례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영장례를 규정한 법률이 없고, 광역시도 차원의 공영장례조례가 제정된 곳도 서울이 유일하다. 서울시의 공영장례 역시 무연고사망자 장례는 일반 저소득층 장례보다 시간과 절차상 부실하고, 기초수급자의 경우 자치구에 따라 이마저의 절차도 없이 바로 화장해 버리는 관행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부고를 전해 동료들이 추모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단체들의 오랜 요구에 서울시는 “쪽방촌 주민등록자(거주자)가 타지역에서 사망 시 관할 쪽방상담소에 부고하여 거주민, 지인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 협조(자치구 홍보)”(어르신복지과-4771, 2020.3.6.)하겠다고 하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지침을 개정하여 법률상 연고자가 아니어도 생전 고인과 가까웠던 이들이 연고자나 장례 주관자로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제 바뀐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더 바뀌어야 할 점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날 추모제에는 동자동, 돈의동 쪽방 주민 여럿이 함께하였고, 주민들을 대표하여 추모사를 진행하였다. 동자동의 김정길 주민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와 추모의 말을 전했다. “피는 안 섞여 있어도 가끔가다 오기 위해서 오토바이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주민들 진짜 법 없이도 살 사람 굉장히 많습니다. 한 가지 불편하다면 돈이 없다는 거, 형제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거, 그것 때문에 저부터도 굉장히 서러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없이 산다고 손가락질 안 받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돈의동 쪽방 주민인 유구성 님은 동네에서 살다 간 동료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동안 우리를 외면했던 가족이, 이 사회가 함께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서로의 이웃이 되어주겠습니다. 더는 외로운 죽음이 없도록 더는 외면 받는 죽음이 없도록 우리는 서로의 마지막을 챙기겠습니다. 서로의 상주가 되어 당신의 죽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그곳에서 굴곡진 인생 다리미로 쫙 피고 폼 나게 즐거운 삶을 거기서 누리십시오.”.


이날 추모제에는 쪽방 주민들 외에도 낯선 이들이 여럿 참여했다. 가족들을 무연고사망자로 보낸 이들이 서울시 공영장례 주관 단체인 ‘나눔과 나눔’에 문의해 차편이 없는 그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무연고사망의 원인은 메마른 ‘정’이 아니라 ‘빈곤’에 있었다. 삶도 모자라 죽음까지 서럽게 만드는 빈곤, 누가 대신 내쫓아주지 않는 우리가 철폐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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