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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18:34:22)


서울지역 5대 쪽방의 실태 : 영등포 편



<이원호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편집자 주] 쪽방신문은 서울지역 5대 쪽방촌의 실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번 호는 연재 기사의 마지막으로,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로 처음 지정된 영등포 쪽방을 다룬다.



▲  영등포 방식의 개발을 통해 쪽방주민 재정착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기자회견 <사진 출처=홈리스주거팀>

영등포역을 나오면 화려한 소비를 부추기는 대형 쇼핑몰들이 모여 있다. 특히 여의도공원의 1.4배에 달하는 30만 제곱미터의 초대형 복합 쇼핑몰 ‘타임스퀘어’는, 과거 영등포의 어두운 이미지를 탈바꿈했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영등포의 랜드마크로 자리하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의 활력이 넘치는 여가 공간이라는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2012년에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곳에서 대선 출정식을 하기도 했다.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센터’라고 소개되어있는 화려한 그곳으로부터 도보로 5분 미만 거리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영등포역 6번 출구를 나와 철길을 따라 문래동 사거리 방향으로 가면, 좁고 어두운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영등포 쪽방촌’이 있다.


영등포 쪽방촌이 언제 형성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해방 이후 초기 형성기를 거쳐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1960~70년대에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1970년 중반 이후 영등포 일대 상업화 등으로 해방 이후 형성되었던 성매매업소가 줄어들면서, 그 자리에 철도역을 중심으로 일용직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도시빈민들이 머물 수 있는 값싼 숙소로 방을 쪼개어 세를 놓는 쪽방들이 확산되었다고 한다. 영등포역 주변의 여관, PC방, 만화방, 고시원 등은 쪽방과 함께 홈리스들의 임시 거처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일용직 노동자, 거리 노숙인 등 다양한 취약계층들이 거주하고 있다.


2003년 영등포 쪽방촌에 대한 대대적인 철거가 실시되었는데, 당시 국가 소유의 시설 녹지와 철도청의 토지 위에 조성되어 있던 쪽방들을 철거하고 공원 등을 조성하면서, 한때 1,000여 개에 달하던 쪽방의 개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등포 쪽방촌’의 쪽방 건물은 64개 동으로, 585개의 방이 있으며, 총 514명이 거주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울시에서 ‘영등포 쪽방촌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공동이용시설을 정비하고, 도배·장판 교체 등 쪽방을 수리하는 리모델링사업을 진행했지만 주거환경의 개선효과는 크지 않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주민들은 열악한 거처에 거주하고 있다. 대다수의 건물은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매우 좁고, 창문이 없어 낮에도 어두운 곳이 많고, 방과 방 사이는 목재 합판 등으로 나뉘어 있어 방음이 거의 되지 않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하다.


특히 영등포 쪽방촌 건물은 원래 1층인 것을 편법을 동원해 2층으로 개조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건물의 2층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부에 설치된 나무사다리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집과 집 사이를 지붕으로 덮어 방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화장실로 쓰던 공간을 방으로 바꾼 곳도 있다. 그 때문인지 영등포 쪽방 지역에는 화장실이 없는 건물이 많다. 서울지역 5대 쪽방촌 건물 중 화장실이 없는 건물은 49개동인데, 이 중 40개동이 영등포 쪽방촌에 있다. 영등포 쪽방 건물 64개동 중 62.5%인 40개 동이 화장실조차 없는 것이다. 또한 서울지역 5대 쪽방촌 중 유일하게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건물이 하나도 없으며, 난방으로는 전체 건물의 절반인 34동이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다른 지역 쪽방 중 연탄을 사용하는 건물이 서울역과 남대문 쪽방에 각각 1개 동에 불과한 것에 비해, 영등포 쪽방의 연탄사용 비율은 절대적으로 높다.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취약하다. 월평균 소득은 70만 원으로, 81.4%의 주민이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보조로 생활하고 있다. 주민 85.9%가 고혈압, 관절염, 당뇨, 우울증 순으로 질병을 앓고 있고, 질병으로 사회생활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주민의 비율이 55.7%로 높게 나타났다.


2020년 1월 20일, 영등포쪽방촌 일대에 대한 공공주택사업 계획이 발표되었다. 기존 쪽방주민들을 내몰지 않는 방식의 ‘선이주 선순환개발’로, 임시이주 단지를 조성하고, 개발 후 재정착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쪽방 개발로 인한 대책에서 배제되거나 대책없이 쫓겨나지는 않을지 불안함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쪽방 주민들은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쾌적한 임대주택이 제공된다는 것에 기대를 갖고 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이 날은 11년 전 재개발로 쫓겨나는 철거민들이 저항하다 사망한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영등포쪽방촌 공공개발은, 11년 전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친 용산 철거민들의 절규에 응답할 수 있을까? 약자들이 배제되지 않는 개발, 살고 있던 사람들이 계속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개발, 가난한 주민들의 삶과 존엄이 지켜지는 개발,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한 개발을 기대해 본다.


“여기, 사람이 있다.”   






부산 동구 쪽방, 전국에서 세 번째로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하기로 결정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9월 26일, 국토부와 부산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부산 동구 쪽방 일대를 공공주도 순환형으로 개발하기로 발표하였다. LH공사가 총괄사업관리자로 진행할 ‘부산 동구 주거취약지 도시재생방안’은 좌천역 인근 쪽방을 개발하고, 주민들을 위해 공공임대 85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영등포·대전 지역과 마찬가지로 공사가 진행될 동안 쪽방 주민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인근지역 아파트를 매입하여 총 100호 규모의 선(先)이주 단지 역시 공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좌천역 일대 쪽방 주민들은 2022년부터 시작되는 공사 기간 중 임시주거지로 이주했다 공사가 완료되는 2025년 공공임대주택에 재정착하게 된다. 이렇듯, 이윤만을 위한 민간사업자가 아니라 공공이 나서 낙후 주거를 개선함과 동시 주민들의 주거권도 챙기는 정책은 바람직하다. 다만, 선택된 몇몇 지역이 아니라 낙후된 모든 쪽방에 적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목소리 내기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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