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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집 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더 가혹한 형사처벌 (下)
모든 순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김준희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필자 주] 한국도시연구소와 경향신문은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범죄와 처벌을 다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보고서는 거리, 노숙인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며 형사처벌 받은 당사자 15명과 재판 전 구속을 결정하는 영장전담 전·현직 판사 10명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다음은 해당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고 요약하여 2편으로 구성한 원고 중 2편이다.

 

일정한 주거가 없는 ‘주거부정’이거나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절차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과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주거부정인 사람들에게도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 제1항 제1호에서 주거부정을 구속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외 제70조 제3항 ‘50만원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해 주거부정을 유일한 구속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과 제95조(필요적 보석)에서 보석이 허가되지 않는 예외 조항 제5호에 ‘피고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를 규정하고 있는 것의 삭제가 필요하다. 경미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영장에 의한 체포’ 혹은 ‘현행범 체포’를 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주거부정이면 ‘영장에 의한 체포’나 ‘현행범 체포’를 가능하도록 한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 제1항 단서 및 제214조(경미사건과 현행범인의 체포) 등을 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경범죄처벌법>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범칙금을 납부하는 특례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지만, 주거부정인 사람은 곧바로 즉결심판 절차에 회부되기 때문에 ‘범칙금’이 아닌 형에 포함되는 ‘벌금’을 받게 되는 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 제7조(통고처분)에 따르면 경찰은 ‘주거 또는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범칙금의 납부와 관련한 내용을 통고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개정 또는 삭제가 필요하다. 제9조(통고처분 불이행자 등의 처리)에 따르면 주거 또는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은 통고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사람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경찰이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조항 역시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범죄의 내용에 비해 가혹하게 처벌받는 장발장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범죄가중법>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제5조의4(상습 강도·절도죄 등의 가중처벌)에 의해 상습 절도는 2~3년의 실형이 하한으로 되어 있는데, 하한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제5조의4는 현재 징역형만으로 되어 있는데, 벌금형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혹은 <특정범죄가중법>상 상습 절도죄 또는 절도미수죄가 적용되는 대상에 피해금액에 따른 기준을 신설하여, 피해금액이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지 않는 방식으로의 개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주거부정인 사람이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구속되지 않도록 출석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조건부석방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사례를 보면 수사와 재판이 이루어지는 동안 주거부정인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공적기관을 만들 수도 있고, 지역사회의 긴급복지지원시스템과 연계해 임시 주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영국은 지역사회봉사명령 등 구속의 대안적인 선고가 가능하며, 미국도 경범죄로 기소된 홈리스를 구속하고 처벌하는 전통적인 사법절차의 진행방식과 다른 홈리스 법원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적절한 서비스 제공과 사회복귀를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을 시도 중이다.


한편, 이러한 법률 개정은 주거부정인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과도한 처벌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회전문의 한 축인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복지로 해결해야 할 빈곤으로 인한 범죄 문제를 구치소와 교도소에 가두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는 주거부정인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유를 포기하고 교도소에 가는 것인 상황에서 생계형 범죄에 대한 처벌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 형사사법체계에서 배가 고파서 음식을 훔치거나 무전취식을 할 정도의 절대빈곤 상태에 놓인 주거부정인 사람이 발견될 경우 사법절차 진행과 동시에 복지제도를 통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진행되어야 한다. 사법절차와 복지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이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만큼 주거부정인 사람에 대한 복지 연계가 가능해지려면 사법부(법원)와 행정부(법무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지자체 등 관련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선 법무부에 형사절차 관련 복지담당부서를 설치하고, 관련 주체들이 참여하는 기구를 마련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사법절차와 복지시스템이 연계되기 시작하면, 주거부정인 사람이 재판을 치르는 ‘수감 이전’ 단계부터 형이 확정되고 ‘출소 이후’ 지역사회에 재정착하는 모든 단계에 걸쳐 인신 구속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으로 주거가 단절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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