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기고]



2020년 반(反)빈곤 연대활동, 홈리스 간담회 후기



<이세령 / 반빈곤 연대활동 참여자 , 고황>, <이종원 / 반빈곤 연대활동 참여자, 알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7일, 2020년 반(反)빈곤 연대활동의 일환으로 홈리스 당사자와 대학생 간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약 20여명의 대학생들과 3명의 홈리스 당사자가 참여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이들이 보내온 기고문을 홈리스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간담회는 코로나19 이후 거리에서의 일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보통 아침 일찍 일어나 배식을 받기 위해 먼 곳까지 걸어가는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코로나가 유행하며 배식을 중단하는 시설들이 늘어나 평소보다 더 많이 걷거나, 식사 대신 빵 등의 대체품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들로 배식을 한 시설이 적발되는 등 음식이 비위생적으로 관리되는 문제도 있었다. 왜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고민이 되었다. ‘급식소가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급식소를 운영했다면,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보여주기식으로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은 기만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얘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전 국민의 99%가 재난지원금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사를 읽으며 나머지 1%에 누가 속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홈리스 동지들의 얘기를 들으며 이 정책에도 결함이 있었음을, 그리고 1%에 홈리스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거리홈리스는 신청 방법을 아예 알지 못하거나, 등본상 거주지까지 갈 차비가 없어서 신청하지 못 했다. 심지어 미신청된 분들의 재난지원금이 기부의 형태로 정부에게 되돌아간다니, 어이가 없었다. 빈곤이 강제적 기부의 이유가 된다니, 누구를 위한 기부가 된단 말인가?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가난한 이들을 더욱더 빈곤하게 만들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분들이 홈리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알코올 중독이나 범죄에의 노출, 또는 노동능력 상실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홈리스가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선택이 아님을 강조하셨다. 그렇다면 일을 할 신체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또, 일을 할 정신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가? 그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갈 권리가 있다. 사회공동체로 다시 완전하게 들어오기 위해서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신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기에 교육의 역할을 맡고 있는 야학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던 중 간담회에 참여하신 한 당사자께서 우리에게 역으로 질문을 주셨다. "평소에 홈리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생각해보면 지나가다 홈리스를 봤을 때, “어쩌다 이런 생활을 하게 되셨을까”라는 한시적 고민만 가진 채 일상으로 재빨리 돌아갔던 것 같다.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과는 별개로 나와는 거리가 있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속에 갇혀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중매체나 다른 이들의 편견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홈리스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반성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은, 홈리스 문제가 구조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구조 속에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구조가 잘못되었다면 혹은 누군가가 구조에 억압받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를 우리가 직접 바꿔나가야 함을 배웠다. 그리고 관료적이거나 처방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사람들이 편하게 모이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지역 사회 공동체가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단박 인터뷰] 홈리스 당사자 2인의 간담회 후기



Q: 빈활(반빈곤 연대활동의 준말) 참여, 어떠셨나요?
박씨: (간담회 참여 전에는)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지 걱정이 됐죠. 물어보는 대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대답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대학생들 같은 사람들은 홈리스에 대해 잘 모르는데 들으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크게 변화할 거라는 기대는 안 하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어서 온 사람들이니까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최씨: 빈활을 하기 전까지도 제가 홈리스의 주거에 대해 깊이 생각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빈활을 준비하면서 홈리스 당사자에게 독립된 주거를 제공해야 홈리스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정책 기조)’에 관한 기사를 하나 보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홈리스 문제 해결이 그렇게밖에 가닥이 안 나오더라고요.


Q. 빈활 참여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최씨: 대학생들과의 교류죠. 대학생들이 음식을 준비했거든요. 키 큰 남학생과 여학생 둘이 오이무침을 하고 있었어요. 내가 맛있어 보인다고 하니까 “한번 드셔보실래요?” 그러더라고요. 오이무침이 맛있는 거야 그래서 맛있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런 연대. 야학에서 교육도 하지만 대화하면서 연대를 하잖아요. 빈활은 잠깐 하루 보는 거지만 그래도 교류하고 연대한다는 게 좋죠. 하다못해 재밌잖아요. 음식 진짜 맛있었거든요.


Q. 다음 빈활은 어떻게 진행되면 좋을까요?
최씨: 홈리스에 대해 좀 알면 좋겠어요. 무료급식소를 이용할 때 얼마나 대기시간이 길고 불편한지, 시설 내 샤워시설이 얼마나 열악한지, 옷방에서 어떤 옷이 어떻게 지급되는지 이런 것들. 빈활처럼 일 년에 한 번 명절 지내듯이 그런 게 아니라 집회를 참여하든지, 함께 활동한다든지 한 번이라도 더 오면 좋겠죠.


박씨: 무료급식소에 밥을 먹으러 가면 (급식소 관계자가) 목에 힘주고 소리를 치는 거야. 그게 꼴 보기 싫어서 안 가는 사람들 많죠. 홈리스의 처지, 일상을 사람들은 사실 잘 모르는데, 빈활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면 좋죠. 매일 빙빙 돌고, 밤에는 어디 가서 잘까 고민하고. 밤새도록 추워서 이쪽 갔다 저쪽 갔다 배회하고 하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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