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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19에 폭염까지, 이중고 시달리는 홈리스

 

<홍수경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2020년이 어느새 절반 이상 지났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름 초입부터 무더위가 시작됐다. 기상청에서는 올여름이 작년보다 더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 유행에 역대급 폭염이 덮쳐올 앞으로의 상황은 고시원, 쪽방 등 열악한 거처와 거리에서 사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재난을 예고하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9, 고시원에 사는 김씨(가명)와 쪽방 주민 이씨와 정씨(가명), 거리에서 지내는 박씨(가명)를 만났다.

 

엎친 코로나19에 덮친 폭염

▲  인터뷰 중인 박씨. 그는 공공역사에서 머무는 것이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편집부>


고시원에 사는 김씨는 한증막 같은 고시원에선 선풍기를 틀어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고, 밤낮으로 샤워를 해도 땀범벅이 된다고 했다. 창문이 없는 탓에 환기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35도는 넘어야 통로에서 틀어주는 에어컨 바람은 한 층에 40개에 달하는 방에 가닿지 않는다.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에 사람들은 자면서 몸부림을 치고 그 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김씨는 사람 죽일 것 같은더위를 못 견디고 고시원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도 가장 더운 낮 시간대에는 밖에 나와 있다.

 

쪽방 주민 이씨와 정씨도 더운 방에서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형편에 에어컨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작년에는 지하철이나 은행에서 더위를 피하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가 겁나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차가운 물로 샤워라도 하면 낫지만, 쪽방 건물에 샤워장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아 쪽방 상담소에 있는 공용 샤워장에서 씻는다. 하지만 공간이 너무 좁고 씻을 수 있는 요일은 정해져 있다.

    

여자는 화, , 토 세 번. 남자들은 일요일까지 네 번. 네 사람 들어가면 (크기가) 딱 맞아. 내가 들어가 봤는데 엄청 좁아. 일주일에 세 번 가지고 어떻게 살아. 어떻게 씻어. 집에서 하면 하루에 열댓 번이고 한다지만.”

 

방역 당국은 감염 예방을 위해 공용공간 이용을 자제하고 집에서 머물 것을 강조하지만 쪽방은 화장실, 샤워장 같은 공용공간이 많고 씻기 위해선 집 밖을 나올 수밖에 없다. 이씨와 정씨는 불안한 마음에 불가마 속에서 마스크를 끼고 있자니 딱 죽을 맛이라고 했다. 거리에서 지내는 박씨는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서울역 대합실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도서관 같은 공공기관에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개방하지 않아 서울역에 주로 있다고 했다. 김씨는 거리에서 지내니 식사할 때와 잠을 잘 때 빼고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코로나가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햇볕을 피할 길 없는 거리나 단열이나 환기가 되지 않는 찜통 같은 방안에서 여름을 나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그간 쪽방과 고시원 주민들은 더운 방 안에서 나와 냉방이 되는 지하철, 도서관, 역사 등에서 여름을 견뎌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최대한 자기 집에 머물 것을 강조한다. 쪽방과 고시원 주민들은 바이러스를 피해 들어간 집에서 폭염 속에 갇힌다. 그렇다고 그 집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것도 아니다. 환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좁고 밀폐된 방이 빼곡히 들어선 고시원과 쪽방은 코로나 집단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머무를 집이 없는 거리 홈리스도 폭염과 감염의 이중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평균 연령대가 높고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높은 이들에게 생존에 대한 위협이다. 적절한 지원과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여름철 순찰 강화에서부터 각종 구호 물품 지원, 의료 연계, 무더위 쉼터 등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 대책과 방역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철을 견디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최고의 방역폭염 대책은 적정 주거 보장

올여름을 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묻자 거리에서 지내는 박씨는 더위가 물러나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는 것 같다라고 했고, 쪽방 주민 이씨는 이야기해봤자 안 되더라라며 말을 아꼈다. 대안을 생각하고 요구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지만 김씨와 이씨, 정씨 그리고 박씨가 토로한 어려움에서 대책을 찾을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역·폭염 대책은 주거 취약계층에 위한 폭염 대책과 함께 적정 주거를 보장하는 것이다. 적정 주거 마련 대책이 빠진 방역·폭염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지금껏 그랬듯 내년 여름이 되면 문제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지금, 적정 주거 보장은 더욱 절실하다. 당장은 폭염 기간 냉방시설이 있는 독립된 임시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주거권의 실현으로 막을 수 있지만 반복되어 온 재난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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