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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2 (19:45:45)

[여성, 홈리스]는 여성이자 홈리스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임시주거지원 동행기


<응팡 /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임시주거비지원을 받을 수 없는 사람?

거리에서 만난 홈리스 당사자와 <임시주거비지원제도> 신청을 위해 모 노숙인지원기관을 찾았다. 임시주거지원 대상자가 되면 월 25만원씩 최장 6개월간 임시주거비를 받을 수 있다. 그가 주로 지내던 지역이 아닌, 그가 머물고픈 지역 관할에 위치한 기관에 가느라 먼 길을 간 참이었다. 담당 직원은 상담 뒤 난감해하더니 자립이 어려운 알코올의존, 젊은, 지적장애, 여성에게는 임시주거지원을 할 수 없다며 시설입소를 안내했다.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우선은 응급쪽방에 머물되, 2주간 관찰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약속 시간 지키기나 술 안 마시기 등 협조 가능성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그 기관에서 임시주거비지원 신청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기관을 통해 방을 구해야 했다.

 

직원의 말과 달리, <2020년 임시주거비지원사업 운영지침>이나 추진계획 어디에도 알코올의존, 젊은, 지적장애, 여성에게 임시주거지원을 할 수 없다는 문장은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임시주거신청자 상담결과 점수표>를 보면 여성이, 장애 정도가 심할수록,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배점이 높다.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일수록 임시주거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더군다나 여성홈리스의 경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전한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월 25만원에 30%를 더한 금액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여성이고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은 제도 이용을 막는 차별의 원인으로 작동할 뿐이었다.

 

가부장적이고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현장지원체계 

저희가 방을 안내해드리고 사례관리를 하려던 도중에 동네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나요. 남자들한테 당한다든가. 근데 그런 거를 저희가 통제할 수가 없어요. 여성을. (...) 여성들은 본인이 좋다고. 본인이 용돈 주는 누구 오빠 좋다고 만나고 이러면은 저희가 감당이 안 돼요.”

 

직원의 말에 섞인 우려처럼, 여성홈리스를 향한 성폭력이 실재한다. 경찰의 미온적 태도, 안전한 공간과 지지자의 부재, 그리고 이점을 악용해 성폭력을 가하는 가해자들 때문이다. 폭력에 대처할 자원이 부족한 여성홈리스는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어떤 여성홈리스는 비가 와도 트인 광장에서 생활하거나 사람들이 많은 대형마트에 주로 머물며 주변과 일절 말을 섞지 않는다. 지원체계를 활용할만한 정보나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남성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여성들도 있다. 제도가 하지 않는 보호를 친밀한 관계의 남성을 통해 받는 셈이다. 불균형한 관계에서 받던 보호가 착취와 폭력으로 바뀌더라도 피해여성이 이에 단호히 대처하긴 어렵다. 관계가 단절되면 다시 빈곤과 폭력에 노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직원은 위와 같은 상황이 그가 발달장애인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문제를 일으키고 사례관리를 어렵게 하는 사람으로 규정됐다. 그가 거리에서 노숙하면서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어떤 판단에서 왜 이런 대응을 하게 됐는지는 묻지 않은 채 마치 발달장애여성의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  갈림길에 홀로 서있는 그. 지원기관이 해야 하는 건 그가 스스로 힘을 가지면서 길을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력하는 일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주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은 내게 혼자 독립주거에서 살아가는 발달장애여성을 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당연히 그렇다. 설사 내가 보지 못했더라도, 적정 주거에서 머문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고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일인가? 주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형태의 자립이 가능하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삶에서 필요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폭력적이지 않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거점 공간을 만들고 일전의 취약한 관계를 깨닫는 시도가 열악한 거처와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임시주거비지원 결정이 난 뒤, 그는 상황이 안정되면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때 지원기관이 해야 하는 일은, 취약성이 중첩된 이들을 더 쉽게 지원체계 밖으로 밀어내는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 힘을 가지면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조력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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