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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5:12:26)



[코로나19와 쪽방촌(하)] 코로나19와 쪽방촌 주민들의 일상


<강준모 / 동자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지난 5개월 동안 코로나19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수많은 기사와 보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쪽방촌 주민들을 퉁쳐서 하나의 취약한 집단으로 상정하고 기술했다. 이는 가난에 대한 시혜적 담론을 답습할 뿐만 아니라 실제 쪽방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층위적인 취약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을 세우는데 오히려 해가 된다. 고로 코로나19가 쪽방촌 주민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쪽방촌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지난 호에 이어서 코로나19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재난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 중 하나는 고용 문제이다. 쪽방촌에도 고용 시장 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주민들이 있다.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에 의하면 서울의 쪽방촌 주민들 중 20%는 근로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중 30.8%는 건설노동직과 같은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아마도 쪽방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받은 집단일 것이다. 평소 주 2,3회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활을 해온 동자동 쪽방촌 주민 김00씨의 경우 3~4월 두 달 동안은 일을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그는 그 동안 수입이 거의 90%정도 감소했고 “코로나가 일어나고 부터는 (체감상) 일이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어떻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냐고 묻자 그는 “모아둔 돈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생활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만약 실직이 장기화되면 김00씨 같이 소득급감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쪽방촌 주민들은 길거리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계곤란 등의 위기상황 시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긴급지원과 같은 국가의 복지정책이 있지만 이 마저도 사각지대가 많고 지원을 받더라도 코로나19와 같은 급변하는 재난에 대응하기에는 제도의 신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쪽방촌의 그나마 있는 의료, 식사 지원 프로그램들마저 중단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실직이 장기화 되면 이들이 빈곤층을 벗어날 가능성은 더욱더 희박해질 것이다. "빈곤을 근로로 이겨내려는 의지 하나만 있으면!" 이라고 적힌 보건복지부의 자활 홍보물이 무색해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 파악과 생계 지원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러면 코로나19는 근로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국가로부터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쪽방촌 주민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갖고 왔을까? 필자가 동자동 쪽방촌 주민조직인 <동자동 사랑방>(이하 사랑방)에서 자원 활동을 하며 가깝게 지내고 소통하는 주민들의 코로나에 대한 태도는 한국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던 시기 동자동에서 주민들의 만남의 공간인 공원, 사랑방, 마을 골목에도 우리 사회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인적이 드물었고 대부분 주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부분 사람들이 그랬듯이 이곳에서도 긴급재난 문자가 오면 혹시나 우리 동네에서 확진자 나오지는 않을까 민감하게 반응했다. 오히려 많은 주민들은 만성 질환이 있는 노인들이 다수 살고 쪽방이라는 주거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만약 우리 마을에 감염자가 나오면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  <동자동 사랑방>의 1,000원 점심식당인 식도락에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도시락을 사갖고 가는 모습. <사진 출처=필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고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동자동에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하여 변화하는 삶에 적응하고 있다. 이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익숙해진 발열체크와 방문기록표 작성 역시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일회용 마스크와 같은 물품을 지급 받거나 그 외 쪽방상담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온도체크와 이름 작성은 일상이 되었다. 주민들이 모여서 밥을 먹었던 사랑방의 1,000원 점심식당 사업인 식도락도 코로나19 이후 테이크아웃 도시락으로 전환하여 운영되고 있고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자희망나눔센터>의 까페도 5월부터 영업을 재개했지만 아직까지 실내는 이용할 수 없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동네 공원에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골목 곳곳에도 주민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예전과 다르게 대부분 주민들이 마스크를 걸치고 있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이곳 동자동을 포함해 전국의 쪽방촌 어디에서도 코로나19 집단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서글픈 쪽방촌... 마스크 살 돈도 없어” (2월 13일 YTN) 와 “다닥다닥 '쪽방촌' 감염에 취약... 마스크도 부족” (3월5일 MBC)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언론에서는 쪽방촌에서 집단감염사태가 언제라도 터질 것 같이 우려의 시각으로만 보도하고 있다. 물론 쪽방이라는 취약한 주거 환경의 특성상 전염병이 확산하기 쉬운 환경인만큼 방역 등을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방역 사각지대인 쪽방촌에 아직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 단지 운으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


동자동에도 주민들 사이에서 몇 달 전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골목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말 동안 어느 건물에서 의심자가 나왔는데 만약에 확진 판정이 나오면 건물 혹은 골목 전체가 폐쇄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근데 얼마 후 알고 보니 감염 의심자는 쪽방에 사는 주민이 아니라 쪽방 밀집지역에 위치한 과거 쪽방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 하우스에 잠시 머물렀던 해외 거주자가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쪽방촌을 방역의 사각지대라고 우려하던 외부의 시각과 달리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 격리를 하던 외부 사람이 되레 쪽방촌에 전염병을 퍼트리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가난과 빈곤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보자. 아직까지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공간인 쪽방촌에 집단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쪽방촌과 우리 사회와 단절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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