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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5:04:05)



해바라기 꽃 피는 집에 살고 싶어요


<강민수 / 전, 동자동사랑방 운영위원>


▲  사진 출처=네이버 풀꽃 블로그(https://blog.naver.com/gpdlwmfsjt17)


얼마 전, 동자동에 살던 A씨의 이사를 도왔다. 짐이 1평짜리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몸까지 누이기엔 방이 너무 좁다고 했다. 짐은 안에 모셔두고 몸을 바깥에서 재우곤 했다. A씨가 이번에 이사 가는 집은 8평 정도 되는 분리형 원룸이다. 큰 방에 베란다 비스무리한 게 딸려 있고, 부엌 겸 거실이 따로 있다. 서울은 아니고 경기도 U시에 위치해 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 타고 1시간 정도 가야 하지만, 지하철역에서는 걸어서 5분 정도로 가깝다. 

 

이래 봬도 LH공사 주거취약계층 전세임대(최대 8천 9백 5십만 원 + 자부담 50만 원) 지원을 받고, 살 집을 찾아 헤맨 지 무려 석 달 만에 찾은 집이다. 전세임대를 구해본 사람들은 안다. 서울에서 전세 9천만 원에 괜찮은 집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A씨와 함께 서울역 롯데리아에 앉아 전화를 돌렸다. 충정로, 신림, 신대방, 화곡, 녹번, 노원,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울 구석구석 찾아보면 어딘가 있겠지’ 하고. 근데 부동산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한 3분의 1은 “죄송한데, 저희 부동산은 전세임대 취급 안 해요”, 또 3분의 1는 “전세임대 잘 안 구해지시죠? 지금 마땅한 곳이 없는데 번호 남겨주시면 연락드릴게요”, 나머지 3분의 1은 “9천만 원으로는 반지하밖에 없는데 괜찮으세요?”라고 말한다. 1시간, 2시간, 어디에 더 전화를 걸어야 할지 난감해져서, “연락을 준다니, 좀 기다려봐요”하고 헤어진 게 여러 번이다. 그러다 겨우 연락이 왔다. 4~5평 정도 되는 원룸이란다. A씨는 성에 차지 않는다. A씨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은 걸까? “물론 가능한 한 넓은 집, 투룸 정도는 돼야지. 무릎이 안 좋아 걷기 힘드니 1층이 나 2층에(습기 차는 반지하는 우선 패스), 지하철에서 멀지않은 역세권으로. 방범창은 필수고, 해바라기나 깻잎, 방울토마토를 키울 수 있게 베란다나 정원이 있으면 좋겠어.”


나는 내심 불만이다. ‘보통 사람들도 4~5평 정도 되는 원룸이면 감지덕지하며 사는데, 지금 사는 방보다만 나으면 된 거 아닌가?’ A씨의 취향이 너무 까다로워서 방을 못 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고민해본 적 없다. 나는 어떤 집에 살고 싶었더라? 우리는 모두 사는 데 급급해서 취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나도 목련 피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


2년 전, 고시원을 다니며 비주택 최저주거기준 설문을 하던 때의 일이 생각났다. “가능하다면, 어떤 집(고시원)에서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한 분이 화를 벌컥 냈다. 우리라고 보통 사람들과 다르겠느냐고, 그냥 가능한 한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거 아니겠느냐고. 너 자신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고. 그래, 내가 틀리고 A씨가 맞았다. 1~2평 되는 쪽방에 산다고 해서 꿈과 취향도 작아지는 건 아니다. ‘지금보다만 나은 집’이 아니라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집’은 뭘까? 돈이 없는데 취향을 가지면 까다롭거나 몰염치한 걸까? 조금 까다롭게 살면 왜 안 될까? 9천만 원짜리 전세임대주택과 A씨의 취향이 나란히 서서 내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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