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 할 말 있소,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홈리스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로즈마리 /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편집자 주: 지난 6월 3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제29회 무주택자의 날, 쫓겨나는 이들의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본지에서는 이날 만민공동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던 아랫마을홈리스야학 학생회장 로즈마리님의 발언 내용을 글로 정리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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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에서는 식사를 잘할 수 없다. 돈 있으면 배불리 먹고 또 어디 가서 편히 자고 싶다.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쓰고 싶지만, 통장도 없고, 카드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거주불명이라 주소지가 없고, 또 민증도 없어서 그들은 포기한다. 말소되었다고 포기한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는 자기는 그런데도 받았다고 자랑하고 다닌다. 그래서 그 말 듣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는데 안 된다고. 그들은 일관성이 없고, 일률적이지 않다고. 한 분을 역사 2층에서 만나고 왔는데 주민센터 직원인지 복지사인지 그들이 문제라고. 받으려고 애써보았지만 포기한다고.


그리고 어저께 다른 분을 만났는데 민증에 (주민등록을 위해 필요한) 주소지를 놓을 곳이 없어서 자기는 받지를 못한다고 한다. 다시서기에서 무려 8년 이상 내가 얼굴을 봤고 응급구호방 안에서 자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정문 안에 테라스 앞에서 자고. 8년을 그렇게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주야로 거기서 지내는데 주소지 옮길 데가 없다고. 그래서 그는 받을 수 없다. 멀리 가서 받으려니 이리 잘리고 저리 잘려서 포기해 버린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는 화장실에서 늘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떡, 빵, 과자, 컵라면 그런 것을 먹는다. 정말 우리도 불편하지만 볼 때마다 참 딱한 생각이 든다.


또 광장에서 한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르신을 만나 뵀는데 그이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한 지 12년이라 한다. 광장에서 살고 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기가 불법체류자니까. 나한테 이야기를 하는데 침낭인가 이불을 들춰 보래서 들춰봤더니 축축했다. 꼭 허수아비한테 옷을 입혀놓은 것 같은, 바지 안에 다리가 있는데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다리 같은 그런 냄새나는 것을 나보고 들춰보라고 했다. 그분은 정말 무엇을 바라고 사는지. 정말 보니까 영 마음이 무거웠다.


거주불명등록자라고 모두들 포기했다. 나는 주소지가 없어서 못 받는다고 하는데, 나는 말소되어서 못 받는다고 하는데, 가기 귀찮고 번거로운데. 그들은 의욕 상실이다. 살아갈 힘이 없다. 희망도 꿈도, 여기서 벗어나야 할 모든 것도 다 체념해버렸다. 삶도 포기했다. 그저 하루하루 연명해 갈 뿐이다.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귀찮다. 주면 먹고 안 주면 굶고, 쫓아내면 딴 곳으로 가고. 또 떠돌이다. 그들이 힘이 있을 땐 사장도 되고 남도 부렸다. 세금도 내고 리더자로 살기도 했던 분도 있다. 그러나 병을 얻으신 분도 있다.


그들은 같이 가야 할, 공존해야 할 우리의 식구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굶고, 병들어 아프고, 춥고, 떨리고, 배고프고, 냄새나고, 맨날천날 졸리고…. 이들이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호사를 느꼈으면 좋겠다. 따뜻한 찜질방에서 자고, 따뜻한 방 하나 얻어서 빨래도 하고, 잠도 자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림의 떡이다. 그들은 준다고 한다 할지라도 카드도 없고, 통장도 없고, 민증도 없고, 다 없다. 거리에서 잠을 자니까 물건을 산다고 할지라도 어디에다 둘 곳도 없다. 담배 사고, 고추장 사고, 된장 사고, 약주 사고, 다 사 두고 싶지만 둘 데가 없다. 두면 전부 다 가져간다.


또 이렇게 허름한 꼴로 민증이라도 만들려고 동사무소에 가면 꾀죄죄하고 누추하고 하니까 사람을 업신여겨 보고 기분 나쁘게 취급하고. 또 그래서 가기 싫고. 마트에 가니까 그전에는 잘 출입 했는데 코로나를 빌미 삼아 핑계 삼아, “아 이 김에 나가게 해야겠다. 노숙자들 눈엣가시 같은 이들”, 딱 못 들어오게 막는다. 그거 한 번 당하고 나서는 절대 냄새나고 누추한 꼴로 대형마트는 안 간다고 했다. 우리는 얼른 집으로 가라고 그방송한다. 집이 없는 분들한테 어디로 가라고.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앉지 말라고, 저리 가라고. 이동하라고 그런다. 오래간만에 지인을 터미널에서 만났다. 날더러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어떻게 지내냐고요? 이렇게 다리 한쪽 들고 삽니다. 다른 한쪽도 마저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 이야기를 내가 웃으면서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한시적이고 일시적일 뿐 지속적이진 않지만, 그들에게도 빠짐없이 다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머리를 쓰면 어떤 방법이 좀 나올 것 같다. 고령자, 장애인 찾아가 주는 것처럼 찾아가는 복지. 그들과 일대일로 면담하고 그들에게 안전 그물망을 설치해 어장 관리하듯 관리해 그들도 그들이 먹고 싶은 것, 편히 쉬고 싶은 것을 잠깐이라도 누렸으면 좋겠다. 그들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을 찾아 돕고, 찾아 만나서 그들이 현금으로 받아서 썼으면 좋겠다. 대다수가 그것을 원하였다.


가난, 빈곤. 이들은 이 굴레에서 그냥 모든 것을 체념하고 어떤 뾰족한 방법도 찾지 않고 그냥 묵묵히 하루하루 흘려보내고 있다. 그런데 잠깐이라도 우리가 이들에게 꿈을 주고 희망을 주고. ‘우리가 그래도 배제되지 않았구나. 우리도 하나의 일원이로구나. 우리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들에게 의욕을 주고, 우리와 같이 사는 공동체 일원으로서 함께 가면 좋겠다.  “하늘 땅 이불 요, 로즈마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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