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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166
2020.06.15 (16:52:40)


[코로나19와 쪽방촌(상)] 코로나19와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



강준모 <동자동사랑방, 자원활동가>


▲  코로나19 관련 소식으로 빼곡한 쪽방상담소의 옥외 게시판. 의료봉사가 취소되었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출처=필자

코로나19 재난은 우리가 외면해 왔던 사회의 고질적인 불평등 문제를 들춰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확진자가 집중되었던 특정 종교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염병은 정신병원 폐쇄병동 환자들, 콜센터 여성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재난의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쪽방촌에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실제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다수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노인들일뿐만 아니라 쪽방이라는 주거 환경의 특성상 공동으로 화장실, 세탁실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만약 확진자가 나온다면 대량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에 언론은 쪽방촌에 대한 방역 부재, 코로나로 인한 쪽방촌 주민들의 복지 서비스 축소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지만, 대부분은 재난에 대한 쪽방촌의 취약성을 분석하기 보다는 “코로나19 여파로 쪽방촌 직격탄…무료급식·의료봉사 급감”(2월24일 tv조선)과 같이 자극적인 보도에 치중되어 있었다. 이런 언론 보도는 외부의 시선으로 가난을 규정짓고 가난을 전시하는데 일조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에 <쪽방신문>에서는 코로나19가 쪽방촌에 미치는 영향을 두 번에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코로나19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미치는 가장 큰 위협은 건강일 것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19는 전 국민에게 불안, 분노, 우울 등을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쪽방촌 주민의 84%가 평소에 질병을 앓고 있다는 ‘2019년 서울시 실태조사’가 보여주듯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잠재적 위협일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쪽방촌 주민들에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쪽방촌 주민의 대부분이 의료비 부담 때문에 국공립 병원을 이용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공립 병원이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신규환자를 받지 않아 쪽방촌 주민들은 의료 서비스 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서울역 쪽방상담소의 간호사는 코로나로 인해 쪽방촌 주민들이 “병원에 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됐고 가고 싶어도 오지 말라고 하니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미 좋지 않은 건강 상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기존에 국공립 병원을 이용하던 주민들 역시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면서 민간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서울역 쪽방촌의 주민조직인 <동자동사랑방>의 박승민 활동가는 “코로나19로 공공병원을 이용하던 주민들이 민간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자기부담금이 나오는데 이게 주민들에게는 아주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의 대부분 쪽방촌에서 진행되는 의료봉사가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무료진료를 통해 건강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받았던 주민들 역시 의료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았다. 서울역 쪽방촌이 위치한 동자동의 경우 서울역 쪽방상담소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 2개와 한방무료 진료가 1월 말부터 아직까지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쪽방촌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경로는 주민들의 식사이다. 서울역 쪽방상담소의 간호사는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식사와 영양”을 꼽는다. 하지만 쪽방촌 주민들의 다수는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영양가 있는 음식 재료를 구입하기 어렵고 쪽방이라는 주거 특성상 조리가 제한되기 때문에 영양가 있는 밥상을 차려서 먹기 힘들다. 이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라면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로 끼니를 때우거나 인근 복지관이나 종교단체의 도시락 나눔, 반찬 나눔에 의지하여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도시락, 반찬 나눔이 중단되면서 이미 영양 결핍 상태인 많은 주민들의 건강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역 쪽방촌이 있는 동자동의 경우 코로나가 급증하던 초기 2개월 동안 <가톨릭사랑평화의집>에서 주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주3회 진행되던 도시락 배달봉사가 중단되었다. 하루 50~70명 정도가 이용하는 <동자동사랑방>의 1,000원 점심식당 사업인 식도락 역시 2월에 일시 중단되었고 그 외에도 인근 복지관과 일부 종교기관의 도시락 배달과 반찬 나눔, 무료 배식 사업 등이 모두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으로 중단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근 무료 급식시설 역시 모두 닫으면서 알아서 방에서 조리를 해먹지 않거나 못하는 주민들은 식사해결에 제한을 받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보도가 나가면서 전국 쪽방촌에 후원이 급증했지만 후원물품의 특성상 라면이나 일회용 조리 음식이 다수를 이뤘다. 물론 단기적인 배고픔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긴급구호는 매우 중요하지만 쪽방촌 주민의 40% 이상이 고혈압이고 24%이상이 당뇨를 앓고 있다는 ‘2019 서울시 실태조사’를 보면 이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에서 볼 수 있듯이 재난이 끝나면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더 악화되고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할 재난이 더욱더 잦아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이에 향후 취약계층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 곳곳에 숨은 약자들의 일상과 삶에 코로나19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더욱더 세세하게 관찰되고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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