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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조회 수 : 675
2020.06.15 (16:49:28)


서울지역 5대 쪽방의 실태 : 돈의동 편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편집자 주>  <쪽방신문>은 서울지역 5대 쪽방촌의 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쪽방촌의 실태와 관련한 자료는 서울시의 ‘2019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와 2019년 한국일보의 연속 기획기사 ‘지옥고아래 쪽방’을 참조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익선동 한옥거리, 그 골목을 헤메다가 종로3가역 큰 길을 건너 고층건물 뒤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큰 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차가 드나들지 못하는 비좁은 골목, 구석에 쌓여있는 쓰레기, 다닥다닥 붙어있는 1층보다 2층이 더 큰 구조의 건물들, 가파른 계단, 창밖으로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생필품들, 볕을 쬐러 삼삼오오 집밖으로 나와 있는 주민들... 생소한 모습들이 가득한 공간, 돈의동의 쪽방촌이다. 돈의동은 조선시대 왕의 친척을 관리하던 관서인 돈녕부에서 유래한 돈녕동의 ‘돈’자와 어의동의 ‘의’자를 합해 생긴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땔나무를 사고파는 시장이었던 돈의동은 해방부터 전쟁 이후까지 피폐한 삶을 이어가기 위하여 몸을 파는 성매매 여성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1968년 종로3가 일대 홍등가가 철거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떠난 자리에 지방에서 올라온 노동자와 도시 빈민이 모여들면서 탑골공원과 종묘광장공원 사이 현재의 쪽방촌이 형성되었다.

▲  돈의동 쪽방 골목. *출처=홈리스행동

돈의동은 쪽방으로 이용되는 건물이 85개, 쪽방의 수가 737개, 거주하는 주민들이 576명에 이를 정도로 서울 5대 쪽방촌 중에서도 그 규모가 서울역 쪽방촌 다음으로 큰 지역이다(2019년 기준). 돈의동의 쪽방촌은 그 규모가 큰 만큼 정부의 몇 안되는 쪽방 정책의 우선 대상이 되어 왔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이었던 ‘새뜰마을사업’의 대상이 되어 기초인프라정비 및 주민공동이용시설 설치 등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거리가 정비되고 쪽방상담소가 설치되어 주민들에게 약간의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소소한 성과가 있었으나, 여전히 쪽방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돈의동이 쪽방 주택개선사업의 대상이 되었음에도, 돈의동 쪽방 주택의 시설은 여전히 다른 쪽방촌 지역보다도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물당 방의 개수는 8.6개로 밀집되어 있으며 전체 건물 중 85.9%에 해당하는 73개의 주택이 목조건물로 되어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할 것으로 생각된다. 돈의동의 쪽방 건물 85개 중 취사장이 없는 주택은 8개, 세탁장이 있는 주택은 5개에 불과하고, 샤워실이 있는 주택 역시 7개에 불과하여 서울 5대 쪽방촌 중에서도 가장 적다. 심지어 화장실이 없는 주택도 5곳이나 되고 세면장이 없는 주택도 3곳이나 된다. 열악한 생활시설로 인해 주민들 중 상당수(27.2%)가 쪽방 상담소에서 주로 씻고 빨래를 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직접 느끼는 채광이나 방음, 위생 등의 주거환경 역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주민들의 생활수준 역시 여타 쪽방촌의 주민들과 다를 바 없이 열악하다. 주민들의 월평균 소득수준은 72.1만원에 불과하고, 이들 중 70.1%가 정부의 수급비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일당 잡부(28.8%), 특별자활근로(11.3%), 공공근로(17.5%) 등 불안정한 일자리나 공공근로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의 83.9%가 고혈압, 당뇨, 관절염, 우울증 등 질병을 앓고 있으며, 장애를 가진 주민들은 돈의동 전체 주민 중 45.2%나 되어 타 쪽방촌보다 그 비중이 높았다.


그럼에도, 돈의동 쪽방 평균 월세는 246,851원으로 서울 5대 쪽방촌 중 가장 높다. 서울 5대 쪽방촌 평균 월세인 231,025보다도 1만 5천 원 쯤 높은 월세를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돈의동 쪽방 주민들은 다른 쪽방촌보다도 열악한 생활시설 안에서 더 많은 월세를 내며 살아간다. 이들의 월세를 통해 쪽방 주택 건물주나 ‘쪽방 관리인’들은 높은 수입을 얻으며 미래에 진행될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돈의동의 한 건물주는 1987년부터 1993년 동안 4차례에 걸쳐 돈의동 쪽방 건물의 4채를 매입하여 소유하고 있고, 9채 건물의 100칸 상당의 무허가 쪽방을 관리하고 있는 한 60대 여성은 집주인으로부터 쪽방을 전대하여 주민들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매달 많게는 1000만원 가까이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살펴본 돈의동 쪽방촌의 실태를 통해서도 열악한 주거 환경, 주민들의 낮은 소득 수준, 그에 비해 부당하게 높은 월세, 미비한 쪽방지원대책 등이 모두 결합하여, 위험하고 위태로운 쪽방의 삶들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불평등의 고리 속에서 주민들은 쪽방을 벗어나 새로운 일상에서의 삶을 꿈꿀 수 없다. 돈의동을 비롯한 쪽방촌에 대하여 형식적이고 임시적인 지원을 넘어서 실질적인 주거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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