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라는 이유로 역에서 나가라고 하거나 물건을 치우라고 할 수 있는가?
철도안전법 ‘노숙행위’ 금지조항을 둘러싼 문제들



<장서연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홈리스행동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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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지하도엔 “철도안전법 제48조에 의거해 역사 내 노숙행위 금지”라는 푯말이 곳곳에 붙어있다. 대합실에서 앉아 쉬는 사람에게 홈리스로 보인다는 이유로 승차권 제시를 요구하거나, “여기는 철도법상 승객들이 앉는 자리이기 때문에 나가라”고 지시하는 일 또한 반복해 발생한다. 얼마 전 용산역에선 홈리스가 소지한 물건이라는 이유로 폐기처분 경고문이 붙는 일도 있었다. 지하도에 붙은 푯말처럼 철도안전법 제48조에 근거하여 홈리스는 역사를 이용할 수 없는지, 철도안전법을 찾아보았다.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는 노숙행위란

법률을 해석할 때는 그 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아야 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라면 그 제한이 최소화되도록 해석해야 한다. 철도안전법은 본래 “철도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철도안전 관리체계”를 확립하고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철도안전법 제48조는 “철도 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제8호에 “역시설 또는 철도차량에서 노숙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한 노숙행위를 모든 노숙행위로 보긴 어렵다. 같은 조항에서 열거하고 있는 다른 금지행위들을 살펴보면, 철도시설이나 철도차량을 파손하거나, 철도차량을 향하여 돌을 던지거나, 철로 3미터 이내에 물건을 방치하는 등 철도차량 운행에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직접적인 행위들을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행위들과의 균형적인 해석을 고려하면,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는 노숙행위란, 정당한 사유 없이 철도 보호를 해치는 노숙행위로 제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철도 운행을 방해하면서 철도차량에서 장기간 노숙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홈리스에게 퇴거를 요구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노숙행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이다. 보통 홈리스는 행위 개념이 아니라 상태의 개념이다. 서울역에 똑같이 앉아 있는데 홈리스이면 노숙행위가 되고, 열차 승객이면 기다리는 행위가 되는가. 똑같은 행위를 했는데 법적용이 다르다면, 이는 홈리스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며, 홈리스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다. 따라서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해 홈리스로 보인다는 이유로 역사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서울역은 사인이 배타적으로 관리하는 공간이 아니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역을 철도 승객이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이용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다. 특히나 역무원들이나 용역 경비원들이 고압적인 태도로 홈리스들에게 퇴거를 요구할 권한은 없다. 홈리스라는 이유로 역사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공적 공간에서 홈리스를 쫓아내려는 시도는 홈리스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공공역사는 홈리스들에게 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자, 동료 홈리스들로부터 정보를 얻거나, 노숙인 복지지원체계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홈리스들이 공공역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역사 내 노숙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주거가 없이 빈곤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범죄시하고 더 심각한 위기에 빠트리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은 가난한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주거를 제공하고 사회보장 및 사회복지 체계를 확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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