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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30 (13:10:33)


쪽방주민들의 요구에 응답 없는 정치(政治)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3월 2일, 서울시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자며 “2주간의 잠시 멈춤”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 뒤편에 위치한 양동 재개발구역 쪽방 건물주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쉼 없이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이유로 퇴거를 ‘공고’한 한 건물주는 스스로 정한 기일에 꼭 맞춰 주민들을 퇴거시키고 건물을 폐쇄했다. 또 다른 건물주는 느닷없이 주민들에게 “외벽에 큰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 “붕괴 위험”이 있으니 4월 20일까지 나갈 것을 요구하였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니 갑자기 리모델링 계획이 생기고, 평소 안 보이던 외벽의 큰 금도 보이고 그러는 모양이다. “공백과 사각지대 없는 ‘잠시 멈춤’ 정책”을 추진하겠노라는 서울시의 공언과 달리 쪽방 주민들의 고혈을 짜내던 건물주들은 오히려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분주히 움직이고,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내쫓기고 있다. 가난한 이들의 삶터를 놓고 벌어지는 공방에 멈춰 선 것은 오직 서울시다.


쪽방 주민들이 벌인 청원 서명 운동

3월 23일 오전, 동자동 쪽방촌 내 공원에 동자동 쪽방주민, 양동 재개발지역 쪽방주민들이 모였다. 동자동의 한 쪽방 주민의 제안으로 동자동과 양동재개발 지역 쪽방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 요구 서명”을 각 구청장과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명을 진행한 결과 양동 재개발지역 쪽방주민의 약 절반인 168명, 동자동 쪽방 주민 288명이 동참하였다. 청원 서명은 1)쪽방 일대를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것, 2)쪽방 지역 내 영구임대주택 건설 및 공사 기간 중 가이주 단지 건립, 3)개발 이후 주민 자치 공간의 공급, 4)쪽방의 순기능 유지를 위한 임시주거 공급의 요구를 담았다.


기자회견 이후 주민 대표들은 용산구청과 중구청을 방문해 청원 서명서를 전달했다. 그리고 두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에게도 주민들의 요구를 전달하였다. 서울 중구청은 3월 31일자 답변서를 통해, 양동 재개발 지역이 “최근에 소단위정비·소단위관리지구로 정비계획 변경결정” 되었기에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을 통해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록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 및 재정착 대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비계획 수립(변경) 단계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런 선언에 힘이 실릴리 없다. 한편, 청원 서명을 접수한 중구성동구을 더불어민주당의 박성준 후보측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답변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미래통합당 지상욱 후보측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내몰리는 사람들, 뒷 짐 지는 서울시

▲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위 기자회견이 끝난지 불과 이틀만에 양동 쪽방주민들과 <홈리스주거팀>은 서울시청 앞에서 또 다시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루가 다르게 주민들이 터전에서 뽑혀 나가는 상황을 서울시가 멈춰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여느 때와 달리 양동 쪽방주민들도 많이 참석했다. 주민 허 아무개님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그냥 살게 해 주세요. 여기서 사는 게 뭐가 죄입니까? (...) 조금씩 사람답게 살아나가는 그 세월, 꼭 부숴야 됩니까?”라며 삭혔던 분노를 쏟았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백 아무개님도 ‘재개발에 따른 압박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일용직 근로자인데 하루하루 먹고 사는 그런 형편”에 “서울시에서 가장 아래 계층에 있는 우리들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도리로서 대책을 세워줬으면”한다고 요구를 밝혔다. ‘지금처럼 살게 해 달라’, ‘서울시가 대책을 세워달라’ 등 표현은 다를지언정, 주거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나서달라는 간절함은 같은 것이었다.



기자회견 후 양동 개발지역 쪽방 주민 2인은 주민을 대표하여 시청에 “서울특별시장 면담요청서”를 접수하였다. 서울시는 아직 면담요청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4월 1일 이뤄진 서울시(도시활성화과)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담당부서의 입장은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는 “움직임이 있다는 건 인지를 하고 있”고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의 거주권은 어찌하든 보호를 해야 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간에서 “개발을 준비하는 정도의 수준”인 현 상황에서 “행정지도를 한다든가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며, 오히려 “잠시 멈춤이라는 이름으로 제재를 할 수가 있을까요?”라며 반문하기까지 하였다.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중구청이나 서울시 모두 양동 재개발 구역 주민들이 내쫓기는 현실, 건물주들의 동향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직 ‘우리가 나설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과연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주민들이 모조리 퇴거당하고, 동네가 텅 비게 된 후에야 존재하지도 않는 세입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주문할 것인가? ‘청원’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시의 뒷짐을 풀게 할 보다 강력한 실천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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