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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8 (18:01:50)


폐쇄되는 쪽방, 내몰리는 사람들



<이동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남산 아래, 양동 재개발구역 내 쪽방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총 21개동의 양동 재개발 구역 쪽방 건물 중 문을 폐쇄한 건물은 벌써 5개 동에 달한다. 게다가 제 각기 이유로 3, 4월 중 퇴거를 요구하는 건물도 3동이나 된다. 이러한 쪽방의 감소는 서울시 쪽방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쪽방의 폐쇄와 소유권 이전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어, 개발이 시작도 되기 전에 대다수 주민들이 내쫓기지는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건물주들은 임차인(쪽방 관리자)와의 계약이 만료되거나, 건물을 팔 예정이어서,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라며 주민들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상황에 처한 주민 네 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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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통보


▲  폐쇄된 쪽방 건물. 총 28개의 쪽방이 운영되던 곳이다. (사진출처=홈리스행동)


“하루는 누가 노크를 해. 누구요. 그러니까. 아가씨가 왔는데 누구십니까 이러니까 딸이래. 딸.”(ㅇ씨)

“처음 들었어. 집 팔렸다는 것도 몰랐지. 우리는. 아무것도, 비밀로 한 거야. (...) 근데 20일 날 나가셔야 되는데요.”(ㅌ씨)
“아버지한테 상속을 받았대요. 이 집을. 그러니까 상속을 받아서 다른 사람들한테 넘긴 거예요.”(ㅁ씨)


방세를 받아가던 건물주는 온다 간다 말없이 사라지고 상속받은 자녀가 나타나 퇴거를 요청하거나, 얼굴 한 번 볼 일 없던 건물주는 집을 팔기로 했으니 나가달라는 말로 안면을 텄다. 월세 안 받을 테니 나가시오


“딸내미가 와서 (...) 두 달 치를 안 받는다고 그러는데 예를 들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방세가 선불이니) 한 달 치밖에 안 되는 거야. 가만히 보니까.” (ㅇ씨)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한다는 말이 1월 달부터 받지 말라고 그랬대. 방세를. 우리한테는 관리인이지.” (ㅌ씨)



건물주들은 월세를 한 달 내지 두세 달 안 받는다는 조건으로 그동안 살아왔던 터전을 내놓으라고 했다. ‘2019 서울시 쪽방 밀집지역 건물실태 및 거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12년에 달한다. 이들 건물주들의 제안은 몇 달 월세로 10여년의 세월을 보상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개발을 위한 사전작업


“3월 31일 날 그냥 비켜줘야 해요. (...) 주거(전입신고)가 안 된 사람들은 오늘까지 비켜주고 우리는 이제 주거가 돼 있으니까 31일까지.”(ㅇ씨)
“이 개발방식이 그렇잖아요. 전체를 하는 게 아니라 쪼개 가지고 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이거는 완전히 꼼수거든요. (...) 이 동네에서 여기가 이제 시작인 거 같애요. (...) 밑에도 팔리고, 옆의 집도 팔리고 저기도 입구 있잖아요, 입구. 입구도 팔렸대.” (ㅁ씨)


개발로 쫓겨난다면 관련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쫓겨나는 상황이라 주민들은 뾰족한 수를 내기 어렵다. 세입자 대책마저 비용으로 생각하고 아끼려는 건물주들의 뻔한 속셈을 알면서도 별 도리가 없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사 갈 때 나 데리고 가시오. 4월 달에’ 이런 식으로는 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말이 없어. (...) 저쪽에는 일방(일세) 사는 사람들이라. 일방 사는 사람들이야 뭐 얘기할 것도 없지. (...) 여기서마저 쫓겨나면 어디 가서 대한민국 사람들한테 얘기할 수 있겠어? 그냥 여기서 좀 살게나 해 줬으면 좋겠어. 솔직히 얘기해서. 아무것도 필요 없고 이건 뭐 시설 좋은 것도 다 필요 없고” (ㅈ씨)
“이 집은 그동안 오래 있었으니까 정도 들고 이랬는데 또 나가라니까 (...) 한 30년은 넘게 있었어요. (...) 쪽방에 여기에 지금 23만원 주고 있는데 요즘에 23만 원 짜리 방이 어디 있습니까?”(ㅇ씨)


모두가 인근 쪽방이나 여인숙을 찾아볼 생각이라 했다. 어떤 이는 쪽방 앞 정자나무 밑에 자리를 깔지도 모른다고 했다. 개발에 앞선 사전작업으로서의 퇴거다. 따라서 개발에 따른 퇴거조치란 점도 명백하다. 건물주들의 빠른 계산에 가난한 이들의 터전이 빼앗기지 않도록 정부·지자체가 하루 빨리 나서야 할 것이다.  

   

“솔직히 화딱지가 나더라고. 제가 상식은 없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가지고. 이건 도대체,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거든요. (...) 일단은 답을 내 놓을 수 있는 것은 서울시 뿐 없다고 생각해요. (...) 제 생각은 서울시가 개입하게 만들어야 한다.”(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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