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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걸기]는 홈리스행동과 뜻을 함께하는 연대 단위의 소식과 홈리스행동의 연대 활동을 소개하는 꼭지


빈곤문제, 개인과 가족 아닌 국가가 해결해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774일 만에 재개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농성 <사진 출처=빈곤사회연대>

한국사회 마지막 안전망이라고도 불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선언하며 2000년에 시행됐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발생한 실업‧부도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급증한 빈곤문제에 대한 대책이었다. 실업, 부도뿐만 아니라 질병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위험과 마주했을 때 그 어떤 개인이라도 가난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러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가난에 처한 사람에게 국가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의 급여를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가난을 피해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

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고 한참이 지났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던 아버지가 “아들이 나 때문에 못 받는 게 있다. 내가 죽으면 동사무소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부탁한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아들이 본인 때문에 받지 못한다고 했던 건 바로 수급권이었다. 죽음의 행렬, 비극은 계속됐다. 같은 해 “5개월이 넘도록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자식 있느냐”는 유서를 남기고 60대 노부부가 자살했다. 2012년 거제 이씨 할머니는 사위에게 소득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박탈당한 뒤 “법이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소득‧재산과 더불어 부양의무자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부양의무자는 수급신청자를 기준으로 부모와 자녀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까지를 포함한다. 가족이 있다고 무조건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일정기준 이상일 경우에만 국가가 가족에게 부양책임을 떠넘긴다. 가족과 연락을 하고 지냈든 아니든, 어느 정도 소득과 재산이 있으니 가족에게 경제적 부양의무를 강제하는 꼴이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과 가족들 서로에게 족쇄를 채운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생긴 사각지대로 수급권을 보장받지 못한 사람이 93만 명에 달하고, 수급권을 보장받고 있지만 간주부양비로 인해 수급비를 삭감당한 수급자가 6만 명에 이른다.


1,842일의 농성으로 만들어낸 공약,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2012년 8월 21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광화문지하도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외치며 농성을 시작했다. 가난이 죽음으로 연결되는 사회를 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시작한 농성은 정부가 두 번 바뀔 때까지 계속됐다. 24시간 농성장을 지키며 서명을 받고 수십, 수백 번의 기자회견과 집회와 행진을 하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외쳤다.


2017년 19대 조기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공약했다. 농성의 성과였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100대 국정과제에 담겼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도 농성장에 방문해, 장애와 가난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의 영정에 조문하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재차 선언했다. 2012년 8월 21일에 시작됐던 농성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받으며 2017년 9월 5일, 1,842일로 중단됐다.


774일 만에 농성을 재개한 이유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은 폐지되지 않았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 여전히 남아 가난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다. 정부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조치를 폐지라고 말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지난 7월 관악구 탈북모자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인은 아사였다. 생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했지만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8월 부양의무자가 노모와 장애가 있는 형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정부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광화문농성을 중단한 지 774일만에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재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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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을 시작하며 청와대에 전달했던, 부양의무자기준의 폐지를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는, 가난한 사람들의 반복되는 죽음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이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은 농성 한 달을 넘어선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 오늘도 누군가는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했고, 누군가는 부양의무자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리기 두려워 수급신청을 포기했을 것이다. 또 많은 수급자들이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수급 탈락을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청와대 앞 농성장을 함께 지키고 있다. 빈곤문제는 촌각을 다툰다.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당장 멈추고 빈곤의 사회적 해결을 시작하기 위해 부양의무자기준을 조속히 완전 폐지해야 한다. 이제는 반복되는 약속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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