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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 382
2019.12.01 (20:43:26)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주거부정’이 구속사유가 되는 이유
[기획] 홈리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형사법체계, 이제는 걷어내야 한다 (上)

 

<안형진 /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상당 기간 제한하는 강제처분을 말한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기에, 법에서도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처분이 이뤄지도록 정해놓고 있다(이른바 불구속수사의 원칙).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요건은 범죄혐의의 상당성이다. 이는 피의자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된 상태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구속처분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혐의의 상당성과 더불어, 일종의 충분조건이라 할 ‘구속의 필요성’(구속사유)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때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간주되는 사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주거부정). 둘째,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증거인멸 우려). 셋째,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도주 우려). 여기서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구속사유에 해당되는 건 그럭저럭 이해할 만한 일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행위를 가지고서 제약을 가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으나, 혐의와 관련한 피의자의 구체적인 행적(증거인멸 시도 등)을 고려하여 그 가망성을 판단해볼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미 드러나 있는 피의자의 행적과 의도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판단함으로써 범죄 사실을 다툴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면 일정한 주거가 없음을 뜻하는 ‘주거부정’의 경우 사정은 다르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와는 달리, 주거부정은 피의자의 의도나 행적과는 전연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피의자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것은 기껏해야 피의자가 현재 어떤 삶의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피의자는 소득이 거의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 이것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피의자의 상황을 두고 우리가 추론해낼 수 있는 전부다. 그러므로 주거부정이 구속사유에 해당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은, 결국 가난이라는 특정한 삶의 처지를 권리침해가 가능한 ‘예외상태’로 간주한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혐의를 받고 있더라도 일정한 주거를 가질 정도로 소득이 안정된 사람은 구속되지 않는 반면, 가난하기에 일정한 주거를 가질 수 없는 사람은 구속되는 이 따위 차별적인 규정이 현실에서 존재하고 또한 작동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능한 답은 두 가지 뿐이다. 하나는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주거가 일정치 않은 상황 자체를 범죄행위의 동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미 범죄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된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해당 범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법집행 당국의 실무적인 편의를 위한 것으로, 이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피의자의 경우 일반적인 형사절차의 진행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한다. 어느 경우이건, 그것이 근본적으로 차별적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주거부정자, 곧 홈리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형사법체계의 문제가 여기서 그치는 것은 전연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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