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뉴스

Homeless NEWS

홈리스뉴스 소식지 입니다.

[기고]


기초생활수급 당사자의 이번 중생보위 결정에 대한 견해
“우리 수급자들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참여해 할 말을 하고 싶다”


<권오성/ 기초생활수급자, 홈리스행동 회원>


▲  홈리스행동 회원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권오성(61)씨 <사진 출처=홈리스뉴스 편집부>

우리는 이번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믿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급자(의 삶)도 오르고 나라 경제도 점점 나아져 잘 사는 나라로 줄기차게 발전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말입니까.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망한다고 하더니, 나라 전체 민심이 그렇게 안 흘렀습니다. 그리고 당사자에 해당되는 사람은 얼마나 서운했는지 나라 민심이 최악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최저의 취약계층 사람들은 얼마나 정부를 원망했는지 모를 겁니다. 애초에 이야기나 꺼내지 말았을 것을. 우리 기초생활수급자들도 얼마나 낙담을 했는지 모릅니다. 이것이 현실이고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지 장담할 수도 없는 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우리 수급자들도 위원으로 가입 좀 시켜주면 좋겠습니다. 거기서 우리의 할 소리를 다 하고, 떠들고, 목청을 높일 테니까 말입니다.


지금과 같으면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삶의 가치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밖에 안 됩니다. 이것은 정부가 최저 민생들에게 그저  못살아서 주는 돈이니 너희들은 밥값이나 하고 살라는 말인가 싶습니다.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은 상태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수급자들은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전쟁의 고통에서 살았습니까. 우리의 기질은 악착같이 노력해서 잘 살아보려 하는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1960년대, 1970년대에 밀가루 배급 받고 전쟁 후에 옥수수 강냉이 꿀꿀이죽을 먹어 봤습니다.


마치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돼지인 양취급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복지를 바꾸려면 최고 먼저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좀 여유롭게 살도록 만들어 놓고 복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위의 삶을 챙겨야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복지가 다 잘 되면 나라가 사는 게 남부럽지 않는 복지국가로 나아가지 않겠습니까. 경제난에 놓인 회사들이 살고 어느 분야 없이 발전이 다 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평화롭고 자유적으로 의사가 통하는 나라. 그런 나라라면 복지국가가 될 것입니다. 지금도 수급자들은 아무 일도 못하고 있고, 몸이 좀 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조그마하게 활동을 나가 부업도 못합니다. 우리 수급자들은 정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십니까.

우리 수급자들을 위원으로 만들어 주어 우리도 함께 중생보위위원으로 활동합시다.


[5면] 기고 2.jpg


<권오성 씨의 7월 17일 기자회견 발언>


[편집자 주] 지난 7월 17일, 여러 시민사회단체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곤층의 권리보장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권오성 씨는 수급자로서의 삶이 “삶다운 삶”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권씨의 발언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낮은 급여수준이 수급 당사자의 삶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것이 그의 전체 발언 내용을 이곳 지면에서 소개하게 된 이유다.


오늘도 하루해가 저물어갑니다. 긴 삶 속에 생존의 끈을 저는 놓지 못합니다. 그저 쪼달리기만 하는 하루하루의 생활을 어떻게든 영위해야만 하니, 정말 고달픕니다.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조금의 급료로 일 년 내내 이런 생활이 지속되지요. 남들처럼 친구도 만나고, 애인도 만나고, 여가생활을 제대로 할 수도 없습니다. 제대로 삶다운 삶을 살아보려고 몸부림치지만, 가난 앞에서는 생활의욕도 꺾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좀 더 나은 삶을 해볼까 하는 허황된 꿈도 꾸지요. 그러나 마음뿐, 도저히 진보된 삶이 불가능합니다.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수급을 내려놓고 일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가짐도 들지요. 몸도 병들었고, 신체도 경증장애라서 도저히 상상하는 꿈도 못 꾸지요. 조그만 수급으로 알뜰히 쪼개고 모아서, 조금이나마 저축을 해도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사실은 식대비도, 반찬도 잘 안 사먹고, 정부에서 주는 쌀을, 나라미로 밥을 해 먹지요. 그러나 그렇게 계속 할 수는 없고, 때로는 친구들과 술도 한 잔씩 먹고, 식사도 하고 하면 한 달 수급이 다 들어가지요. 저축도 조금 해보기는 하지만, 한 달 두 달 안에 돈이 다 쪼개져 나갑니다.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걸어보지만, 앞이 안 보입니다. 그렇게 밥만 먹고 하루하루 사는 게 나의 일상생활입니다. 정부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조금 더 수급을 올려줘서, 우리들을 진지하고, 더 나은 삶을 이끌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그걸 바라고 기대하고 고대합니다. 헛된 망상이라도, 희망을 품어보려고 그럽니다. 그럼 이런 마음을 굳이 알아주시고, 모든 수급을 만인 앞으로 올려주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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