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홈리스의 주거권


<이동현, 2018홈리스추모제기획단 주거팀>


▲ 서울역 인근의 유휴공간. 거리홈리스에 대한 배제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홈리스’, 말 그대로 적절한 주거를 갖고 있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그렇기에, 홈리스 대책은 적절한 주거의 보장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들을 내쫓고(여러 퇴거조치들), 생활시설로 분리시키는 등 신경증적으로 대했다. 홈리스 발생의 사회구조적 맥락은 충분히 드러났으나 홈리스에 대한 주거정책은 2006년에야 처음 시작되었고, 그 진행은 답답하기만 하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한국 정부는 UN으로부터 사회권규약 비준 이후 진행된 네 차례의 모든 심의에서 홈리스 문제에 대한 우려와 권고를 받아야만 했다.


집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온기 하나 없는 광장과 지하도, 하루 단위로 이용가능한 일시보호시설과 응급대피소에서 거리홈리스들은 밤잠을 청한다. 이런 잠은 휴식과 재충전은커녕 고역일 수밖에 없다. 조금이나마 찬바람을 막기에 유리한 곳들은 불법 운운하는 지하철보안관, 역무원들에 의해 불허된다. 거리홈리스들이 이런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임시주거비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는 「노숙인 등 복지법」이 정한 지원으로, 거리홈리스들에게 말 그대로 쪽방, 고시원 등지의 ‘임시주거’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의 7곳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거리홈리스가 없는 곳이 과연 있으랴만, 이들을 제외한 지자체들은 거리홈리스들에게 임시거처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체계를 갖춘 서울시의 정책도 한계가 크다. 무엇보다 필요에 비해 공급량이 너무 적다는 게 문제다. 올해 서울시는 지원 인원을 600명으로 삼았는데, 이는 서울 지역 내 전체 거리홈리스를 감당하지 못하는 물량이다. 더욱이 본 정책의 지원 대상이 거리홈리스 뿐 아니라 “잠재 노숙인, 노숙위기계층”임을 볼 때 물량 부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뿐 아니라, 임시주거비 지원을 전제로 “거리에서 잠을 자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게하는 등 차별을 부가하는 문제도 바로 잡아야 한다.


집 아닌 곳에서 사는 사람들
찌뿌드드한 몸을 풀려 찜질방에 갔다 하룻밤 자고 나올 수 있다. 만화광인 아무개는 휴일이면 밤샘을 하며 만화방에 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올 여름 같은 폭염이면 원터치 텐트하나 집어 들고 한강이나 천변 다리 밑에서 잘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찜질방, 만화방, 공원,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집이 아닌 곳(주택 이외의 거처, 통칭 비주택)을 집 삼아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고시원과 쪽방은 우리가 당면한 주거문제의 표본이 되어 버렸다.

최근 이뤄진 고시원에 관한 조사(국토교통부, 2018)에 따르면, 2004년 전국적으로 3,910개소이던 고시원은 2010년 8,273개소, 현재 1만 1천여 개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고시원들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데 고시원과 지하철역의 분포는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도시, 교통의 요지에서 삶을 꾸려갈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고시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이들은 15만 가구에 이른다. 비단 고시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관·여인숙, 피씨방, 만화방 등지의 열악한 거처들을 집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을 합하면 무려 37만 가구에 달한다.


집 때문에 죽어가지 않도록
현재 홈리스 사망실태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정부는 노숙인시설들이 제출한 “사망자 조치사항 보고서”에 따라 보고된 수만 단순 집계할 뿐이다. 다만, 올해 서울지역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중 거리, 쪽방, 고시원 등지에서 죽어간 이들 185명의 이름을 볼 때,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집 없는 고통 속에 살다 죽어가고 있음은 자명하다. 올 한 해만도 종로5가 여인숙 화재, 종로 쪽방 화재, 국일고시원 화재 등 집답지 못한 곳에 살기에 당하는 죽음이 잇따랐다. 우리사회가 보장해야 할 주거권을 유보했기 때문에 발생한 죽음들이다. 따라서 임시주거비 지원을 확대하여 거리노숙을 벗어나도록 돕고,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홈리스 상태를 벗어나도록 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지금까지 방관만 해 왔던 고시원, 쪽방과 같은 비주택에 대한 최저주거기준을 만들고 적용되도록 개입해야 한다. 더 이상 집이 없어 생기는 죽음을 용인하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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