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홈리스에게 안전한 공간은 없다


<이은기, 2018홈리스추모제기획단 여성팀>


▲ 사람이 많은 고속터미널 대합실에서 휴식하는 여성홈리스와 아웃리치 상담원. 출처=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홈리스추모제기획단 여성팀은 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에 살았거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18명의 여성홈리스 당사자를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성홈리스의 경우 홈리스 상태에 처하게 된 원인뿐만 아니라 홈리스 상태에서 겪는 어려움, 필요한 서비스가 남성의 그것과는 상이하다. 그렇기에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들의 삶의 궤적과, 이들을 둘러싼 조건을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여성홈리스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노숙인 자체를 안 좋게 보지 말고 왜 이 사람들이 여기까지 들어왔는지 봐 달라”고 요청한다. 이 지면을 빌려 우리가 만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여러분에게 전한다.


집이 되지 못한 집

“밖에서 밤을 보내는 것보다, 맞는 게 무서워요. 두려워요.”

“어릴 적에 아빠가 술만 드시면 많이 때려가지고 몇 번 가출을 했었고, 다시 들어가도 또 맞으니까 갈 곳이 없잖아요. 갈 곳이 없어서 00역에 가게 됐어요.”


대다수의 여성홈리스는 아버지와 남편에 의한 가정폭력 때문에 집을 나와야 했다고 대답했다. 2016년 경찰청 발표 가정폭력 피해자 4만 5,453명 중 74.4%인 3만 3,818명이 여성이었다는 점, 가정폭력이 과소 신고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정 내 많은 여성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정상 가족’은 절대적으로 소중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파괴되어서는 안 된다. 그 때문에 되도록 가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정폭력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경찰은 가정 내에서 해결하라며 가해자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사회는 가해자와의 분리를 선택한 피해 여성을 유별난 사람 취급한다. 지원체계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해자 이외의 다른 자원이 부재한 여성이 탈가정 후 갈 수 있는 곳은 거리뿐이다. 가정폭력과 가정폭력에 둔감한 사회가 여성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폭력적인 거리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머리를 잘랐다니까. 왜냐? 안 달려들잖아.”

“지금은 제 집(지원주택)이고 하니까 안정 됐지만, 거리 나갈 때는 정말 무서웠고, 두려웠고, 남자들이 위협할까봐 너무 무서워서 도망만 다니고, 그냥 혼자 다니거나 아니면 롯데리아에 있으면, 여자분 있으면 그 뒤쪽에 앉아있거나 그렇게 생활을 했어요.”


여성홈리스들은 거리 생활을 한다는 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으로 대상화된 채 거리에 설 때 끊임없이 물리적, 성적 위협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남성들의 시선과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여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재 여성홈리스를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을 포함 6개 광역지자체뿐이고, 이외의 지역은 어떤 여성홈리스 지원체계도 갖추고 있지 않다. 여성 거리홈리스를 위한 일시보호시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 설치되어 있지만, 홈리스 밀집지역에서 먼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밀집지역의 경우 남성홈리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시보호시설의 일부 공간에 여성을 위한 응급보호방을 운영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상시적인 위협에 노출된 여성이, 이용자 대부분이 남성인 공간에 자유롭게 접근하거나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이제는 정말로

“편히 잘 수 있고 기본이 해결될 수 있는 장소, 공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꿈이 있다면 안정적이게 일자리나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신적으로 안정이 돼야하고 일단 뭔가 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 회복이 필요한 것 같아.”

“교육도 받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부를 할 수 있으면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지금껏 홈리스 문제는 실직으로 인한 남성 생계부양자의 문제로 다뤄졌다. 이 때문에 가시화되거나 설명되지 않았던 여성홈리스는 홈리스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다. 혹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숨기를 선택해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오독한 말이다.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안전한 가정과 거리를 만들어야 하며, 여성홈리스를 위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성들이 사회를 신뢰할 수 없으며, 적극적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할 수도 없다. 다시금 질문한다. 여성에게 국가와 가족은 무엇인가? 이들의 안전한 삶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는,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편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공부하며” 살고 싶은 여성홈리스들이 지금 여기, 우리의 곁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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