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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대신 장례,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박진옥, 2018홈리스추모제기획단 추모팀>


▲ 동자동사랑방 주민들이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참여해 함께 살던 쪽방 주민의 유골함에 손을 얻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헌법상 자기결정권이란 개인적 사안에 관하여 국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사후에도 자기결정권이 인정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한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본문이 ‘부모가 모두 사망하고 형제들과 30여 년간 연락이 두절되어 사실상 연고가 없는’ 청구인의 시체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5.11.26. 선고 2012헌마940 결정). 이 결정에서 중요한 지점은 “만일 자신의 사후에 시체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처리될 수 있다고 한다면 기본권 주체인 살아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즉 사후라도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리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혈연의 가족이 아니면 망자에 대한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장례와 사망신고는 원칙적으로 혈연의 가족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 장례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실혼 관계로 20년을 살았던 남편이 본인 품에서 돌아가신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무연고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시장 상인들도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았던 이웃 상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한국 사회는 허락하지 않았다.


‘사후 자기결정권’은 아직 한국 사회에 낯설다. 그러나 2015년 이후 1인 가구가 한국의 주된 유형의 가구가 되었다. 그래서 더는 혈연의 가족에게 죽음을 부탁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렇게 시대가 변하고 있다면 법, 제도도 함께 시대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어떤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느냐는 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죽음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가족의 일로만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가족 대신 장례”가 필요하다. 혈연과 제도를 넘어 동행의 관계로 가기 위한 대안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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