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들의 죽음은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 때문이 아니다”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참사,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문제


<정성철 / 빈곤사회연대 상임활동가, 홈리스행동 운영위원>


▲ 참사 현장인 종로 국일고시원 앞에 놓여진 국화들 <사진 출처=비마이너>

지난 11월 9일 새벽, 청계천 수표교 인근 고시원(국일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모두 18명. 그 가운데 7명이 숨졌다. 고시원 이용자의 단열기구 사용, 건물 내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이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서울시는 화재로 인해 갈 곳이 없어진 이들에게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다른 고시원 방을 얻을 수 있도록 1개월 치 주거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국토부 긴급주거지원’을 통해 6개월 간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거주공간에서 발생한 참사로 인해 죽음을 목도한 사람들을 다시금 유사한 거주공간으로 떠미는 이 같은 대책은 한국사회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현실을 보여준다.


주거취약계층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고시원’을 생각하면 대개 대학생이나 고시생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고시원은 더 이상 공부하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다. 보증금 마련이 힘든 가난한 사람들이 단기 또는 장기간 머무르는 거처 가운데 하나다. 화재가 난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40~70대의 생계형 일용직노동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였다고 한다.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2018. 6) 결과에 따르면, 주택법상 주택이 아닌 쪽방, 고시원, 숙박업소 등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무려 37만에 달한다. 이중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는 15만이 넘으며 97%가 1인 가구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의 소득대비 임대료 비율은 평균 30.2%이며, 수도권에 위치한 고시원의 평균 월세는 33만 4000원이다.


물론 고시원을 포함한 주택 이외의 거처에 대한 주거복지제도·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7년 쪽방,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본격화되었고, 이후 2010년 정책 대상에 고시원 및 여인숙 거주자를 포함하는 ‘주거취약계층’ 용어가 공식화되었다. 그리고 2011년부터 홈리스를 포함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은 쪽방, 고시원, 숙박업소 등 비주택 거처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타 임대주택에 비해 저렴한 보증금 50만 원에 시세의 약 30% 수준의 월세로 입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급량이 너무 적다. ´07년부터 ´18년 4월까지 공급된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은 6700호에 불과하다. 공급량이 1년에 고작 600~700호 수준인 것이다.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생활하는 가구가 37만에 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18년 국토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구 중 공공주택 입주 의사가 있는 가구는 60.7%에 달하지만 주거복지를 이용해본 가구는 5.7%에 불과했다. ‘정보를 몰라서’, ‘신청방법‧절차를 몰라서’, ‘자격이 안 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신청조차 못 해본 가구가 80%다.


더불어 공급되는 주택 대부분이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신의 생활권역이나 원하는 지역에 입주하기란 모래사장에서 진주알 찾기만큼 어렵다. 이번 화재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된 ‘6개월 임시거주가 가능한 임대주택’의 위치 역시 외곽이었다. 종로인근 인력소 등에서 하루벌이 삶을 살아온 대다수 화재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고작 6개월의 기간 동안 머물기 위해 외곽에 위치한 임대주택에 입주하라는 것은 안전한 집을 잠시 내어줄테니 일상의 삶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절반 이상의 화재 피해자들이 임대주택에 들어가길 거부한 이유다.


작동하지 않은 스프링클러, 사망 원인의 하나이나 전부는 아냐

▲ 화재참사 다음 날인 11월 10일,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와 함께 온전한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민들 <사진 출처=홈리스행동>

필자는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역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을 만난다. 차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공공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응한다. 복지제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실제 동행지원을 하기도 한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경우, 주거취약계층 임대주택을 바로 신청할 수가 없다.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을 통해 쪽방, 고시원 등의 거처를 마련해 일정 기간 살아야만 한다. 그간 필자는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고시원이나 쪽방에 들어간 이후 3개월을 기다렸다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임대주택을 신청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이미 살아본 사람들은 답답하고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은 그곳보다 거리생활이 낫다고 대답하기도 하지만, 3개월 후에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당근삼아 조금은 강하게 신청해보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임대주택을 신청하기 위한 잠깐의 기간이라고 위안 삼지만 실제로는 최소 1년에서 때로는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지난 10일, 화재 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그동안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통해 고시원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얼굴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선 그의 특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그들을 화재와 사고의 위험이 만연한 거처에 밀어 넣었던 것은 아닐까. 그 사람들 모두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 미안함, 좌절감이 밀려들었다.


그럼에도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은 필요하다. 주거가 상품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공간은 계속 멸실되고 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더 힘들어졌다. 임대주택 공급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거리나 시설 등에서의 생활보다는 한 몸 뉘일 수 있는 공간이 소중하다. 고시원은 가난한 사람들이 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거주공간이다. 다만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통해 단지 주거비만을 지원한 채, 제대로 된 주거지 마련에 대한 책임은 방기하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화재 원인 중 하나가 단열기구 때문일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고시원의 경우 중앙난방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지 않는 고시원도 있을 뿐더러 한다고 해도 추위가 가실 정도까지 온도가 맞춰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러할진대, 어떻게 단열기구를 사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마찬가지로, 스프링클러가 사망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화재로 사망한 사람들은 4만원이 더 저렴한, 창문 없는 방에 거주한 사람들이었다. 고시원 화재는 예견된 재난이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거주지에서 인명사고가 났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가. 고시원, 쪽방, 숙박업소 등 거처를 거주공간으로 인정하면서도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나 조건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던 정부와 지자체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가난이 재난으로, 재난이 죽음으로 귀결되어선 안 돼

▲ 화재 현장에 설치된 “집은 인권이다” 푯말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 방안으로 ‘고시원 매입 공공리모델링 시범사업’과 ‘쪽방촌 인근 매입임대 활용 단체 이주지원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세부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물량이 절대 부족한 임대주택을 쪽방 인근에 마련한다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쪽방‧고시원 등 거처에 대한 대책과는 분리되어야 한다.


특히, 고시원, 쪽방 등에서의 삶이 재난에서 안전할 수 있게 하는 안전설비와 함께 거처에 대한 별도의 주거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주택 면적, 방 개수, 채광 등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정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최저주거기준은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고시원과 쪽방 등 비주택에는 현실적 적용이 어렵다. 그렇다고 고시원 등 비주택 거처에 대한 주거기준을 세우지 못할 이유는 없다. 미국, 영국, 호주 등 해외의 경우 한국의 고시원과 비슷한 비주택 거처에 별도의 주거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999년 비주택 거처에 발생한 화재로 2명이 사망한 이후 2006년 비주택 거처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마련되고 등록 허가제가 실시되었다.


고시원, 쪽방 등 거처에서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는 계속 있어왔다. 그때마다 가난한 사람들의 거주공간에 대한 문제도 계속 제기되어왔다. 올해만 해도 1월 종로 쪽방 지역 화재로 1명이 사망, 같은 달 숙박업소 방화에 의한 화재로 8명이 사망했다. 더 이상 가난이 재난으로, 죽음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죽음 이후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만 지원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이 문제를 멈출 수 없다. 고시원, 쪽방 등 거처를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인정하고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 사람이 살고 있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비주택 거처에 안전과 더불어 주거기준을 마련하는 주거권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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